▲ 김성근 한화 감독<뉴시스>
넥센 운영팀장을 감독으로 선임…현장경험 전무 우려 불구 파격 발탁
류중일도 버린 삼성, 4대 프로구단 감독 교체로 분위기 전환 모색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타고투저 바람 속에 부진을 겪은 구단들마다 새 사령탑 카드를 꺼내들어 감독 교체 태풍이 한차례 휩쓸고 갔다. 하지만 김성근 한화 감독의 유임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어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올해 분 교체 바람은 파격 기용이라는 한마디로 압축되고 있어 한화 구단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공석이던 SK 와이번즈가 지난 27일 트레이 힐만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등 KBO구단들은 감독 퍼즐을 얼추 맞춰 가고 있다.

또 이날 넥센 히어로즈는 사퇴한 염경엽 감독을 대신해 장정석 운영팀장을 신임 감독으로 발탁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이로써 시즌 후 감독교체를 단행한 4개팀 모두 새 사령탑문제를 마무리했다.

우선 kt 위즈는 일찌감치 조범현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김진욱 감독을 영입했다. 올 시즌 몸살을 알았던 삼성 라이온즈도 류중일 감독을 대신해 김한수 신임 감독을 내부 승진 시킨 바 있다.

특히 이번에 단행된 감독 교체는 kt를 제외하고 나머지 구단 모두 파격 기용에 초점을 맞췄다.

장정석 넥센 신임 감독은 2004년 KIA에서 은퇴한 뒤 현대와 넥센에서 프런트로 활동했지만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한 경험이 없다.

이에 넥센은 “장정석 신임 감독이 운영팀장으로 코칭스태프와 교감은 물론 선수단에 대한 뛰어난 관리능력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선수가 중심인 야구를 하고 싶다. 현대 야구의 트렌드는 현장 야구와 프런트 야구의 개념적 구분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팀 내 각 파트가 역량을 갖추고 여기에서 나온 힘들이 하나로 결집될 때 최고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각오를 전했다.

SK의 힐만 감독은 2008년~2010년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에 이어 KBO리그 사상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이 됐다.

SK는 “2013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4년간 부진한 성적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 기존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힐만 신임 감독은 2년간 계약금 4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를 포함해 총액 160만 달러(약 18억2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힐만 감독은 “SK의 감독이 돼 영광스럽고 매우 흥분된다.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과 열심히 훈련해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우승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삼성 역시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5년 연속 우승을 일궈낸 류중일 카드를 버리고 김한수 신임 감독을 선택했다.

김 신임 감독은 1994년 삼성에 입단해 14시즌 동안 삼성에서 활약했고 은퇴 이후 2008년부터 타격 코치를 맡아왔다. 삼성의 파격 인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에는 단장까지 교체하며 새로운 분위기로 다음 시즌 정상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와 더불어 삼성 프로구단을 산하에 둔 제일기획은 4대 프로구단(축구·농구·배구·야구) 감독들을 모두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반면 kt는 전 두산 베어스를 맡았던 김진욱 감독을 선택하며 파격보다는 안정적인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김 감독은 지난 18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인성과 육성, 근성을 통해 감동을 줄 자신이 있다. 수원 팬들과 함께 명문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 장정석 넥센 감독, 김한수 삼성 감독(왼쪽부터)<뉴시스>

고심 중인 한화,
감독 거취 미확정
이런 가운데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함께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던 김성근 감독에 대해 구단 측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20일 일본 미야자키로 출국해 26일부터 시작된 마무리 캠프를 지휘하고 있다.
 
이번 캠프는 1군의 주축 투수들을 중심으로 선수만 54명에 달하는 대규모 마무리 캠프로 계약기간이 남은 김 감독이 진두지휘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감독이 마무리캠프를 진행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구단 측에서 어떤 식으로도 김 감독의 유임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어 새로운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데에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현재 김 감독은 계약기간 1년이 남아 있다. 그러나 지난 2시즌 동안 구단 곳곳에서 파열음이 났고 실망스러운 성적을 받아들어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김 감독 영입을 외쳐왔던 구단 팬들까지 돌아서면서 김 감독은 궁지에 몰린 셈이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구단이 아직 그룹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거취 문제로 시간을 끌고 있는 건 구단 차원에서의 재신임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구단은 차기 감독 후보를 정해 놓고 한화가 기다리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김 감독의 거취를 결정한 이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여전히 고심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또 그간 한화가 감독들의 계약기간을 존중해왔던 전례가 있어 김 감독이 이번 파고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한화 코치진의 일부가 이탈했고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코치진의 연쇄 이동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여 다음 시즌 재기를 위해 한화 구단의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한편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두산 베어스는 지난 7월 김태형 감독과 3년 재계약을 하면서 확고한 신뢰를 쌓았다.

또 NC 다이노스도 시즌 내내 불안한 내홍을 겪었지만 김경문 감독이 창단 이후 첫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으면서 재신임을 받았다. KIA의 김기태 감독 역시 팀을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올려놔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올 시즌 반전의 주인공인 LG 트윈스는 시즌 초반 꼴찌로 시작해 당당히 가을야구 3위 자리에 오르며 양상문 감독의 능력을 입증하는 한해였다.

양 감독은 그간 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팀을 리빌딩하는데 성공해 다음 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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