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방지하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 제도가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과 효과도 없고 소비자 이익을 침해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넘어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어 그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런 논란 속에 대기업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성장하는 프랜차이즈가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가성비가 대기업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풀잎채는 2013년 1월, 경남 창원의 롯데백화점 식당가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47곳의 매장을 열었다. 주로 대형 백화점이나 마트, 쇼핑몰 등에 330㎡~660㎡ 규모로 입점한다. 풀잎채 매장이 처음부터 대박을 터뜨리자 여지없이 대기업들이 한식뷔페 시장에 뛰어들었다.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이 2013년 7월, 이랜드의 ‘자연별곡’이 2014년 4월에, 그리고 신세계푸드의 ‘올반’이 2014년 10월에 각각 선보였다. 이들은 모두 풀잎채와 마찬가지로 동반성장위원회의 대기업 음식점업 출점 규제에서 제외되는 상권인 복합다중시설, 역세권, 신도시·신상권, 상업지역 등에 입점해 있다.

대기업이 진출하자 외식업계에서는 풀잎채가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풀잎채는 예상과 달리 현재까지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비결은 뭘까.

한식 외길인생, 대기업에 노하우와 가성비로 맞대응 

풀잎채는 CEO가 한식뷔페 업종의 창안자로서 한식 메뉴에 대한 노하우가 많다. 창업자 정인기 대표(55)는 20년 간 한식 사업의 외길 인생을 걸어오면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한식의 문제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살려 한식을 업그레이드해 출시한 브랜드가 바로 풀잎채다. 

오랜 경험을 통해 고객들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잘 알기 때문에 맛과 품질이 검증된 메뉴만을 취급한다.

반면, 대기업은 풀잎채 초기 매장들이 성공하자 한식뷔페의 트렌드를 보고 담당 사업부를 만들어 뛰어들었기 때문에 그런 노하우가 없다. 풀잎채는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해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가격 대비 품질, 즉 가성비도 대기업 브랜드와 비교해서 높은 편이다. 풀잎채의 1인당 가격은 평일 낮에는 1만2900원, 저녁과 주말, 휴일에는 1만6900원이다. 샐러드바와 함께 다양한 한식요리, 커피 및 음료, 디저트까지 원스톱으로 즐기기에 부담 없는 가격이다. 

이러한 가격대는 경쟁하는 대기업 브랜드들보다 15~20% 정도 저렴하다.

사실 한식의 가격이 2만 원에 육박하면 부담을 느끼는 것이 소비자의 심리다. 풀잎채는 나물 및 소스 제조공장과 유통 자회사를 설립하여 직접 운영하고, 많은 식재료를 산지와 직거래로 유통하면서 과학적인 원가절감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중소기업도 한 가지 업종에 집중하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또 풀잎채는 공동투자 형태의 창업이 가능한 위탁운영 시스템을 구축해 투자형 창업자들을 유인할 수 있다. 본사 및 복수의 공동 투자자가 매장을 열면 운영은 본사가 파견한 전문가가 맡고 투자자는 매달 정산한 이익금에서 지분에 따라 배당금을 받으면 된다.

풀잎채 전체 투자자의 60%가 두 개 이상 점포에 투자할 만큼 수익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금리가 낮은 데다, 점포 운영에 부담을 느끼는 창업 희망자들을 견인할 수 있는 요인이다.

웰빙 트렌드에 맞춘 수제버거 중소기업들

역으로 중소기업이 탄탄하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 브랜드에 도전하여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바로 수제버거 전문점이다. 

패스트푸드 햄버거는 1979년 롯데리아, 1988년 맥도널드가 서울에 들어온 이후 35년 동안 시장을 지배했다. 이제 웰빙 트렌드에 따라 소비자의 니즈는 빠르게 수제버거로 옮겨가고 있다. 수제버거 중소기업들이 그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선두 주자는 맘스터치다. 지난 10월 초 코스닥 상장을 했다. 맘스터치가 막 성장을 해나가려던 시기인 2010년대 초반 고급 수제 햄버거 브랜드 하나도 한동안 바람을 일으켰다. 

매장이 급증하기도 했지만, 일반 패스트푸드 햄버거보다 두 배나 비싼 가격이 저항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실패했다. 브랜드 파워가 미약한 상태에서 고가 정책은 매우 위험하다.

맘스터치는 다른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우선 주 메뉴인 ‘싸이버거’의 가격을 3200원으로 잡았다. 패스트푸드 햄버거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 게다가 양도 푸짐하다. 매장도 보증금 및 권리금, 임대료가 낮은 학교 앞, 주택가 등 동네상권으로 들어갔다.

소비자와 창업자 모두를 만족시킨 맘스터치는 동네상권의 강자로 부상했고, 브랜드 파워가 생긴 후부터는 중심상권에도 속속 입점하면서 대기업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

중견 프랜차이즈 기업 ‘훌랄라’에서 출시한 ‘마미쿡’도 주목받고 있다. 신선한 냉장육으로 만든 치킨과 소고기 패티, 당일 들어온 채소, 수분함량을 높인 촉촉한 빵 등 고품질 재료로 주문 후 조리하는 즉석 수제버거를 추구한다.

반면, 간판 메뉴인 ‘마마통살버거’ 가격이 3200원에 불과하다. 본사가 식재료를 현금으로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각 가맹점에 공급해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토니버거’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국내산 신선한 야채와 부산의 대저 토마토를 식재료로 사용한다. 가장 인기 있는 ‘투빅버거’는 빵보다 훨씬 큰 치킨패티를 자랑하는데, 가격은 3400원이다.

이들 토종 수제버거 브랜드들은 간편식, 웰빙, 가성비, 카페 형 점포 등 창업시장 키워드에 딱 맞는 업종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대기업 브랜드와 당당히 경쟁하며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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