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 탈환 앞두고 불효자(증권·카드)는 웁니다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KB금융지주 내부가 축제 분위기다. 올 3분기 눈에 띄는 실적 향상을 이뤄낸 데다 4분기에도 예상보다 높은 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 때문이다. 내친김에 올해 안에 경쟁맞수인 신한금융을 추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런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한 지붕 아래에 있는 증권과 카드는 흥을 즐길 수 없는 처지에 놓여서다. 비은행권인 이들의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았고, 지주의 은행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은 다소 민망하기까지 하다. 그간 KB금융이 비은행 역량 강화에 주력해왔기 때문에 더 그렇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7270억 원(연결 기준·잠정)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했다. 3분기(5774억 원)만 놓고 보면 전년 같은 기간(4239억 원)보다 36.2% 급증했다. 당초 시장 기대치(4843억 원)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번 KB금융의 호실적을 이끈 건 은행의 역할이 컸다. 국민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165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0.9% 오른 실적을 거뒀다.

KB손해보험도 그룹에서 효자 계열사로 등극했다. KB손해보험이 3분기 5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B손보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38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64억 원 대비 74.8% 확대됐다.

특히 올해 KB금융이 라이벌인 신한금융을 추월해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1위인 신한금융과 2위 KB금융의 간극은 점차 좁혀지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3분기 순익을 비교해보면 ▲2013년 966억 원 ▲2014년 1758억 원 ▲2015년 2645억 원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에 KB금융의 실적이 대폭 증가하면서 격차는 1435억 원으로 다시 좁혀졌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3분기에 금융지주들이 은행을 중심으로 깜짝 실적을 내놨다”면서 “특히 KB금융의 경우 실적 개선 폭이 커 올해 안에 신한금융을 따라잡는 게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라고 밝혔다.

증권·카드 우울한 3분기

국민은행과 KB손보의 활약에 그룹은 잔칫집 분위기지만 이를 즐길 수 없는 계열사도 있다. 증권과 카드가 그렇다. KB투자증권은 현대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크게 떨어진 실적에 고심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당기순이익은 358억 원으로 81.0% 급감했다. KB투자증권 역시 15.8% 줄어든 40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더구나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을 합병하는 ‘KB증권’ 출범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통합인사제도, 임시주총 원천무효 주장, 소액주주들의 반대 등 노사 간 갈등은 아직 좁혀지지 않고 있다.

카드사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KB국민카드의 3분기 순이익은 821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3분기보다 29.3% 급감했다. 누적 순이익(2354억 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가량 감소하는 등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국내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신한·우리·하나·KB국민카드)들은 일제히 이익이 증가한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77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1697억 원)보다 4.5% 증가했다. 우리카드의 순이익도 315억 원으로 26.5% 증가했고 하나카드는 205억 원으로 42%나 늘었다.

KB국민카드는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9.2% 감소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순익 감소 폭을 넓히면서 그룹 내 위상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 의존도 심화

문제는 금융지주의 은행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은행의 실적이 향상한 게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누적 순이익 가운데 국민은행의 비중은 5%p 늘어난 72%를 차지했다. 이는 경쟁사인 신한금융(65%)보다 높다. 여기에 카드사의 부진도 짐을 얹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B금융은 그룹 내 계열사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은행 쏠림만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비은행 사업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협업이 단순한 상품 개발이나 판매 채널 공유에 그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KB금융지주 측은 이런 지적에 대해 성급한 판단은 자제해 달라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올 4분기 현대증권이 100% 자회사로 편입되기 때문에 연말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면서 “은행이 잘해서 이익이 늘어난 것이지 비은행 계열사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비은행 계열사) 실적도 계속 좋아지는 추세다. 큰 그림을 봐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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