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인 김제동 씨의 발언이 화제였다. 김 씨는 지난해 7월 한 방송에서 “방위병 근무 시절 장성들이 모인 행사에서 사회를 보던 중 4성 장군의 배우자를 ‘아줌마’라고 불렀다가 13일간 영창에 갔다”고 말한 일화가 국감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다”며 군 명예를 실추시켰다면 책임을 지겠다고는 하는데 영창 관련 사실 여부를 명쾌하게 해명하지 않고 있어 모양새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 

일각에서는 김 씨에 대해 책임 있는 방송인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며 거짓이라면 시청자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비난한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공감되는 부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이든 누구든지, 혹은 개그맨일지라도 자신이 내뱉은 말이 문제가 되었을 경우, 그 진위 여부는 당사자 스스로 명료하게 밝혀야 한다. 김제동 씨의 경우처럼, 웃자고 한 얘기였다면 더욱 솔직하게 밝혀야 했다.

사실대로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유명한 사례가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대마초를 피운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경험자임을 인정은 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하게 어정쩡한 태도로 눈길을 끈 바 있다. 그는 “대마초를 입에 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흡입하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해 많은 이들의 조롱과 비난을 받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는 달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주 흡입했다’고 솔직하게 실토해 눈길을 끌었는데 젊은 시절 “자주 흡입했다. 진짜 그랬다”고 대마초를 피운 사실을 깨끗히 인정하면서 “나는 다른 많은 이 처럼 젊은 시절 방황했지만 이를 극복했다”고 솔직히 인정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고 오히려 신뢰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 위기 상황에 따라 해법은 각기 다를 수도 있지만 필자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정직만큼 강력한 해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복잡하게 꼬인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어 진실하고 솔직하게 밝힌다면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주어진다. 필자에게는 너무나 이쁜 손녀와 든든한 손주가 있는데 녀석들이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경우에는 잘못을 덮어주곤 한다.

반대로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 아이들이 솔직하지 않거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때는 정말로 엄하고 호되게 꾸짖어준다. 특히나 남의 탓을 하는 경우는 절대로 용서해 주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를 탓하는 사람보다 ‘누구 덕분에’라는 말을 즐겨 쓰는 넉넉한 아이들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예명원을 찾아오는 필자의 오랜 지기들은 항상 선생님 덕분에 어려운 일이 잘 해결되었다며 필자 덕분이라는 말을 자주한다. 40년이 넘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선생님 덕분에라는 말만큼 필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말은 없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필자를 지켜주는 원동력이 돼 주었다.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사회, 정직과 신뢰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사회를 그려본다. 신뢰는 이기적이고 너무나 개인주의적인 우리 사회가 당면한 많은 문제들을 치유할 수 있는 으뜸가는 도덕적 자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난무하는 솔직하지 않은 말들이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세상에서 오래가는 행복은 정직한 것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고 한 독일의 심리학자 리히텐베르크의 말이 새삼스레 가슴 깊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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