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11월 A매치를 앞두고 위기에 봉착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다시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선수 2명을 더 선발해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일부 선수에 대해 플랜 B 확정을 언급해 이미 김빠진 경쟁체제라는 논란에 휩싸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캐나다와의 평가전 및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5차전에 나설 명단을 발표한 가운데 이례적으로 25명을 소집해 눈길을 끌었다.

통상 축구대표팀은 23명가량을 선발해왔지만 이번에는 2명을 더 뽑아 경쟁을 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처음으로 25의 선수를 소집했다”면서 “팀에서 취약한 포지션이 3곳이다. 포워드와 양쪽 풀백이다. 양쪽 풀백과 포워드 모두 3명을 뽑았다. 캐나다전을 잘 활용해서 내부 경쟁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그 이후에 우즈백전 명단을 23으로 추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박주호와 윤석영을 45분씩 출전시켜 비교할 것이다. 이정협과 황희찬도 마찬가지”라고 이유를 들었다.

특히 이번에 발탁된 명단 중 다시 돌아온 황태자인 이정협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울산에서 뛰고 있는 이정협은 올 시즌 단 4골에 그치며 소속팀 내에서도 주전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내 축구철학의 핵심은 점유다. 32경기 중 30경기의 기록을 분석하니 5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점유율에서 우위를 보였다. 우리가 상대 문전까지는 잘 가지만 이후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우리 공격수들이 상대 뒷 공간을 노리거나 2대 1 패스로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런 유형의 공격수를 찾다보니 이정협이 떠올랐다. 이정협이 과거 상주와 아시안컵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울산에 가면서 경기 출전이 들쑥날쑥했지만 최근 경기에서 다시 이런 모습을 되찾았다. 우리의 플랜 A를 가동하기 위해 뽑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슈틸리케 감독은 체제 변화를 통해서 다시 활기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과 동시에 내부경쟁을 통해 강한 동기 부여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최종 지역예선을 치르면서 침체돼 있는 대표팀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바람직한 도입취지에도 불구하고 슈틸리케 감독이 옥의 티 같은 말실수를 되풀이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의 발탁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난 공격진의 플랜 A와 플랜 B를 가지고 있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김신욱을 투입해 플랜 B를 가동한다”고 말해 당초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이미 경쟁을 시키기도 전에 플랜 B를 확정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해당 포지션 선수 전원에게 선발 출전 기회를 주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지난 10월 A매치 2연전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 김신욱의 경우 예외 없이 플랜 B가 되버려 선의의 경쟁체제를 두고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수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슈틸리케 감독이 머릿속 사전 구상을 감추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A매치 축구대표팀은 오는 11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캐나다와의 평가전을, 오는 15일에는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최종 지역예선 5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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