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베어스맨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 새로운 야구문화 개척

정규리그 최다승 대기록과 함께 통합우승으로 두산 왕조 시동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6 정규리그에서 압도적인 승률로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가 그 기세를 몰아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 경기도 내주지 않고 퍼펙트 우승을 일궈냈다. 더욱이 지난해에 이어 2연승을 기록했고 창단 후 5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려 두산 베어스 왕조의 서막을 알렸다.

두산은 지난 2일 창원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유희관의 호투와 타선의 조화에 힘입어 8-1로 승리를 챙기며 올 시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내내 니퍼트-장원준-보우덴-유희관으로 이워진 이른바 ‘판타스틱4’를 가동하며 NC 타선을 꽁꽁 묶었고 타선은 필요할 때마다 집중력을 발휘했다. 특히 선발 판타스틱4는 한국시리즈 4경기 29⅓이닝을 던져 단 1실점을 기록했고 평균자책점 0.31이라는 압도적인 위력을 과시했다.

이로써 두산은 1982년 원년 우승을 비롯해 1995년, 2001년, 2015년에 이어 우승컵을 들어 올려 통산 5승을 달성했고 첫 통합우승이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한국시리즈의 승부를 가른 4차전은 포수 양의지의 홈런에서 시작됐다. 이날 양의지는 2회초 NC 선발 투수 제크 스튜어트를 상대로 볼카운트 1-2에서 비거리 115m 좌월 솔로포를 날려 0-0 균형을 무너뜨렸다.

6회초 1사 후 김재환과 닉 에반스가 연이어 중전 안타를 쳤고 다시 양의지가 1타점 우익선상 2루타, 허경민의 2타점 좌월 2루타로 3점을 뽑으며 4-0으로 달아났다.

9회초 선두타자 김재호의 좌전 안타와 박건우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 2루 찬스에서 오재원이 우중월 3점포를 터뜨리며 승리의 쐐기를 박았다.
화수분 야구,
단단한 조직력 밑바탕

 
퍼펙트 우승을 달성한 두산의 강점은 ‘화수분 야구’에서 비롯된다. ‘써도 써도 재물이 바닥나지 않고 계속 샘 솟는다’는 뜻의 화수분에서 따온 ‘화수분 야구’는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거의 없는 상태를 말한다.

특히 두산이 화순분 야구를 구사할 수 있는 데는 선수를 혹사시키는 경우도 없고 작전을 무리하게 쓰지도 않는 구단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구단은 그저 선수를 믿을 뿐이다.

더욱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김현수의 공백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가 시즌 초반 걱정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선수들로 성공적으로 채워나갔다.

한국시리즈에 접어들며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빛을 발했다. 김태형 감독은 계투 중 이용찬, 이현승만 썼을 정도로 단단한 선수자원을 자랑했다. KS 엔트리에 포함된 투수 12명 중 윤명준, 김강률, 홍상삼, 김성배, 이현호, 함덕주 등 6명은 불펜에서 손만 녹였을 정도다.

특히 장원준과 유희관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며 이번 통합 우승의 주역이 됐다. 장원준은 2005년부터 매년 세 자릿수 이닝을 소화했고 2008년부터는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고 있다. 유희관도 4년 연속 세 자릿수 이닝, 10승 이상을 따냈다. 여기에 니퍼트, 보우덴이 가세해 이들은 정규시즌서 70승을 합작해냈다.

타선 역시 활활 타올랐다. 한국시리즈 첫 무대를 밟은 김재환은 4번 타자답게 4경기에서 홈런 3개를 뽑아내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 역대 단일 한국시리즈 최소 실점을 이끈 포수 양의지는 4차전 결승 홈런을 비롯해 타격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쳤고 다른 타자들도 공수조화를 이루며 탄탄한 조직력을 과시했다.

두산의 2017시즌에 대한 전망도 밝다. 판타스틱4가 여전히 맹위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부분의 주축이 20대 후반이라는 점에서 아직도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도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만도 혹사도 금지…
팀 강점 극대화

 
물론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데는 김태형 감독의 역할이 한몫했다. 김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두산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특히 김 감독이 선보인 일명 ‘형님 리더십’은 과거 복잡한 사건들로 어수선했던 선수단 분위기를 한순간에 잠재웠다.

김 감독은 “장외에서는 풀어주고 장내에서만 통제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선수들이 방만해지도록 내려두지 않으면서도 통제를 빌미로 선수들을 혹사시키지 않았다.

여기에 지난 24년(선수 12년, 지도자 12년)을 두산 베어스에서 보낸 경험이 팀의 최대치를 이끌어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김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두산 왕조의 출범을 알리는 시발점이 됐다. 올 시즌 정규리그 최다승(93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두산은 지도자가 선수에게 희생만 강요하고 선수가 어렵게 쌓은 명성을 남용해 추락하는 ‘옛날 야구’와의 작별을 알렸다.

이와 더불어 올 시즌 내내 구설수에 시달린 김경문 NC 감독이나,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류중일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 여전히 혹사 논란에 휩싸여 있는 김성근 한화 감독과 대조되며 한국 야구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두산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하면서 KBO 전체 배당금 약 51억8000만 원 중 약 31억 원을 챙기게 됐다.

다만 2014시즌 약 4억100만 원의 보험료를 내고 한국시리즈 우승 때 20억 원을 받는 보험을 들었지만 지난해와 올해 보험 계약을 하지 않아 공식적으로 별다른 수익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구단으로부터 두둑한 보너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선수를 비롯해 코칭스태프들에게도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선수단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구단으로부터 적지 않은 금액을 보너스로 받았다”고 귀띔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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