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고리 끊기 나섰지만 여기저기서 악재 펑펑

▲ <뉴시스>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전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킨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여파가 르노삼성에 예기치 않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폭스바겐 지우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러 악재가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최근 불거진 닛산 배출가스 조작이나 국부유출 논란 등이 주된 내용인데, 특히 폭스바겐과 비교해서 보는 시각이 많다.

박 사장은 지난 7월 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이 이뤄질 당시 조작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긴 채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한 혐의다. 박 사장은 2005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법인 설립 당시 초대 사장에 올라 2013년까지 차량 수입·판매를 총괄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차량 수입에 필요한 배출가스 및 소음 시험성적서, 연비 시험성적서 등을 조작하는 한편 변경인증을 받지 않은 부품이 장착된 차량을 수입·판매한 혐의도 받았다.

박 사장은 소환 당시 이런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현재도 “조작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박 전 사장이 2011년 중반에 조작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구속영장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문제는 박 사장이 현재 다른 기업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폭스바겐 사태의 부정적인 여론이 옮겨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박 사장은 지난 3월 르노삼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같은 업종의 회사를 이끌고 있는 만큼 폭스바겐과의 연결고리를 최대한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매출 타격은 물론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우려한 듯 박 사장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며 폭스바겐 사태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폭스바겐 지우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최근 르노삼성 일부 고위직 인사가 자사 부하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라”는 취지의 독려를 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박 사장의 지시가 아니었겠느냐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 달리 르노삼성은 폭스바겐 사태를 연상하게 하는 각종 이슈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닛산의 배기가스 조작 의혹에는 제2의 폭스바겐 사태를 불러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배출가스 조작 의혹
닛산 관계 재조명

닛산과 르노삼성의 뿌리는 같다고 볼 수 있다. 르노삼성은 프랑스와 일본에 바탕을 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그룹의 브랜드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1989년 설립된 프랑스의 르노 그룹이 경제난에 시달리던 일본 닛산의 지분을 1999년에 인수해 출범했다.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에는 현재 르노, 닛산(인피니티), 르노삼성 등의 브랜드가 속해 있다.

최근 한국닛산이 배출가스 조작 의혹으로 정부의 행정처분을 받아 부정여론이 형성됐다는 점은 닛산으로부터 엔진 등 부품을 수입하는 르노삼성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폭스바겐 사태로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신뢰감을 잃어버린 상태라 사태는 더욱 확산될 수 있다.

한국닛산 측은 곧바로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는 조작사실을 인정할 경우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취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게 일각의 해석이다.

그동안 르노삼성 차량의 엔진 등 핵심부품이 닛산 공장에서 수입해 사용해왔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M6, QM6에는 닛산에서 만든 부품뿐 아니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공용 플랫폼이 장착되기도 했다. 특히 QM6의 엔진룸은 논란이 됐던 닛산의 캐시카이와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사용료, 배당금
국부 유출 논란까지

또 다른 이슈는 국부유출 논란이다. 르노삼성은 닛산에 매년 기술사용료를 지불한다. 최근 5년간 르노삼성이 닛산 측에 제공한 기술사용료는 ▲2012년 6495억 원 ▲2013년 5539억 원 ▲2014년 8875억 원 ▲2015년 1조2377억 원 등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앞서 정점을 기록한 2010년(1조2228억 원)과 2011년(1조2363억 원)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 금액을 기술사용료로 지불했다. 지난해 영업이익(3262억 원)의 4배에 달하는 자본이 유출되는 셈이다.

여기에 르노삼성은 매년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최근 3년간 배당금은 ▲2013년 21억 원 ▲2014년 328억 원 ▲2015년 1400억 원 등이다. 배당성향은 각각 12.4%, 16.7%, 55.7% 등이며 지난해의 경우 대폭 증가했다. 르노삼성의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르노에 매년 배당금으로만 수백억 원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지난해 순이익 2512억 원 가운데 절반 이상(55.7%)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면서 “기술사용료와 배당금을 합하면 너무 과도한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국내에 있는 외국기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국부유출 논란은 폭스바겐 역시 겪었던 바 있다. 디젤사태 이후 폭스바겐은 국내 소비자의 보상 요구는 외면하면서도 아우디AG(지분 100% 보유)에게는 순이익(322억 원)의 49.7%에 달하는 160억 원을 배당했다. 미국 고객들은 폭스바겐그룹의 방침에 따라 1인당 약 1000달러씩 보상 받은 것과 대비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로 세계적인 거대기업도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면서 “자동차업계는 폭스바겐과 선긋기에 나선 분위기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이 향후 라인업과 관련한 전략을 수정하는 등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르노삼성자동차의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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