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최순실 사태’를 빗대어 정치적 철학이나 지조도 없이 누군가 한마디하고 나서면 뒤질세라 따라서 외쳐대는 형상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 따로 없어 보인다. 특히 국가적 큰 어려움에 처해 차가운 머리로 해결책을 제시해야할 제1 야당의 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연일 독설만 퍼부어대고 있는 작태를 국민이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순실 사태’가 발생하자 박근혜 대통령을 ‘바지대통령’으로 폄하한데 이어 “오로지 최순실과 심령 대화를 했던 대통령. 이건 정말 독재정치도 아니고 한마디로 무서운 신정정치다”라며 독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추 대표는 또 “(검찰은) 사이비 교주에게 요설의 자유를 허용해서 범죄자 집단 간의 입맞춤을 허용하고 말았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사이에 사이비 종교가 개입됐다고 단언했다. 

새누리당의 거국내각 제안에 대해서는 “사교의 교주 최순실에 헌납을 해 온지가 4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오물 같은 그런 데다 다시 집을 짓겠다는 것”이라며 여당과의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최순실 씨 검찰 조사에 대해서는 “악마들, 악의 세력과 입을 맞추고 있을 것”이라고 막말을 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를 놓고는 “범죄자 집단, 증거 일일이 골라주고 있다”고 험한 말을 여과 없이 내뱉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몰라도 실체도 전혀 확인 안 된 ‘팔선녀’ 모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추 대표의 이 같은 독설과 막말에 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할 시기에 집권당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제1 야당의 대표가, 그것도 판사 출신이, 상대를 자극하고 협상의 여지를 봉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야당 대표 입이 초선 막말 논평 수준”이라며 혀를 찰만도 하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가 터진 뒤 헌정사상 최초로 후속 대안 없이 청와대 수석들을 읍참마속(泣斬馬謖)했다.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최 씨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급거 귀국해 검찰이 구속수사 중이다. 청와대가 검찰의 대통령 직접 수사를 천명한 데 이어 박 대통령이  특검 조사를 전격 수용하고 국민 앞에 눈물로 참회했다. 처절하게 반성하는 모습에 한치의 꾸밈이 없어 보였다. 여론에 굴복하고 대통령 권력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확고했다. 

그래도 안 되면 더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거국내각도 안 받겠다, 야당 결재 없이 개각도 안 된다, 결국 박 대통령이 하야를 하고 야당에 정권을 이양하라는 압박이다. 문재인 의원이 권력이양을 사실상 요구한 마당이다. 

개나 고양이도 상대가 배를 드러내고 항복하면 더 이상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추 대표 모습은 문재인교(敎) ‘교주의 요술’에 춤추는 ‘맹신자’로 보일 수 있다. 정치권은 격앙된 국민감정이 냉정을 회복했을 때를 생각해야 한다. 성난 민심에 기름을 퍼부어 정권 욕심을 추구하는 행위가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이 잠시 잊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임진왜란 때 왜군에 의해 백성이 도륙당하고 전국 산하가 무참히 짓밟혀 불타는 와중에도 정쟁을 멈추지 않은 어지러운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또한 위기를 기회로 삼은 반전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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