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작품에서 ‘장갑’을 모티브로 일원화시킨 이유가 있다면.
- 장갑이라는 직물이 갖는 텍스처는 서양화의  캔버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또한 장갑을 착용하는 손은 마음의 표정을 고스란히 전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서로의 온정을 확인하는  매개체가 되는 동시에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신체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면장갑’은 유학시절, 어머니가 손이 틀것을 걱정해 보내주신 잊혀지지 않은 감동의 선물이다. 이는 어머니의 깊은 모정을 담은 상징적인 오브제이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땀과 애환이 녹아  있는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이러한 손과 장갑에 얽힌 휴머니티를 섬유의 질감을 가진 현대적인 조형물로 풀어내는 것이 작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 작품이 <무제 - 하모니 - 어울림 - 중생 - 블랙홀>로 무채색과 오방색의 향연을 느낄 수 있게 다양하게 연출돼 있다. 이러한 작품은 어떠한 영감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관람객들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길 바라는가.
- 아무것도 이름짓지 않았다는 것은 그 어떤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무한한 유제’를 의미한다. 각각의 작품들은 서로 다른 연도와 호수로 구분지어 있지만 그 경계선을 긋는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작품은 시간차 혹은 연도차로 구분 짓기보다 그 작품 자체에서 느껴지는 개인의 해석으로 봐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마음의 안식과 안정을 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작품마다 걸린 시간이 모두 다르고,  완성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린 작품도 있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국가적 위기나 국제적인 이슈가 마음을 흔들었고 그러한 사건으로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구현한 작품도 많이 있다. 작품명 <어울림>중 일부는 면장갑의 올을 살려야 하는  과정 때문에 시간이 꽤나 걸린만큼 애착이 간다. 멕시코여행 중 영감을 받아 광채가 나는 돌가루를 뿌려보기도 했는데 이러한 작은 디테일이 작품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줬다. 
한 종교에 편협하게 몰두해 있지는 않지만 ‘원융무애’의 조화로움을 작품에서 구현해내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에 집중했다. 

▲ <현대화랑>전시 이후 앞으로의 계획과 작품구상이 있다면.
-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도 보람을 느끼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작가는 작품활동을 할 때 가장 행복을 느낀다. 밤새도록 작업에 매진해도 피곤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손가락 마디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작품에 몰두하지만 몸을 걱정해 작품시간을 줄인 적은 없다. 앞으로도 장갑이라는 수단으로 다양한 시각적 조형요소를 도입해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장르를 소화해 가고 싶다. 서양화에서 캔버스, 조소에서  브론즈와 돌, 동양화의 화선지에 해당하는 ‘장갑’이라는 모티브에 섬유예술의 틀을 벗어나 미술장르의 영역을 허무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시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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