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 모금, 대통령 측근비리 등으로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그러나 국회는 의원 증원은 물론 국고보조금을 늘려야 하는 선거공영제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엉뚱한 곳’에 핏발을 세우고 있다. 말 그대로 ‘거꾸로 가는’ 정치개혁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셈. 이와 관련 정당 보호·육성을 위해 지난 81년부터 지급되고 있는 정당 국고보조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정치자금 중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그 용도가 정치자금법 제19조 ①②에서 인건비, 사무용비품 및 소모품비, 사무소설치 및 운영비, 공공요금, 정책개발비, 당원교육 훈련비, 조직활동비, 선전비, 기타 정당활동에 소요되는 경비, 선거관계비용(제17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보조금에 한함)로 제한되어 있다.

또한 국고보조금 배분은 정치자금법 제18조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대해 50%를 정당별로 균등하게 배분·지급토록 하고 있으며, 나머지의 50%는 국회의석을 가진 정당에 그 의석수의 비율에 따라 배분·지급, 그 나머지는 최근에 실시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득표한 정당의 득표비율에 따라 지급하고 있다.이 기준에 따라 지난 1981년부터 지급된 정당국고보조금은 지난 2002년까지 22년 동안 총 5,851억원이 지급됐고, 1981년 8억원으로 시작된 국고보조지급액은 지난 2002년 1,134억원으로 141배나 증가했다.이는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보다 약 3배 이상이다. 최근 논의되는 법인세 1% 정당국고보조금지원이 통과되면 2,100억원(2002년 법인세 21조원)이 늘어나게 된다.그러나 최근 한나라, 민주, 자민련 등 야 3당의 국고보조금 사용내역이 시민단체가 수여하는 ‘밑빠진독’상에 선정되면서 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밑빠진 독’상은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매달 최악의 선심성 예산배정과 어처구니없는 예산낭비사례를 선정해 주는 불명예상.‘함께 하는 시민행동(www.ww.or.kr)’은 최근 “2002년도 각 정당이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국고보조금 회계보고에 따른 증빙서류들을 입수하여 분석한 결과, 2002년 지원한 1,099억원 중 34.7%에 이르는 381억원이 세법상 인정할 수 없는 증빙이어서 부실회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또 “같은 기준으로 조사한 2000년과 2001년의 16대 국회 동안 지급된 1,917억원 중에는 48.7%인 900억원이 회계부실인 것으로 추정됐다”며 “인정되는 회계서류들도 부적합한 사용이 지나치게 많고 내역을 알 수 없거나 그 진위를 인정하기 힘든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정당별 부실 회계 규모는 2002년 한나라당 205억원(선관위 지급액 531억1,174만6,700원 중 38.6%), 민주당 156억원(선관위 지급액 494억6,833만4,990 중 31.5%), 자민련 20억원(선관위 지급액 73억5,783만5,280원 중 27.6%).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자민련의 경우 지출된 4억5,400만원에 대한 영수증이 아예 생략돼 증빙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시민행동 측은 전했다.또 “가장 심한 경우는 명세서에 수령자의 이름이 없거나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자체영수증의 경우에도 수천만원의 내역이 수령자의 이름조차 없이 지출된 것으로 기록되는 등 최소한의 여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더욱이 “선관위가 50만원까지만 증빙서류로 인정하는 간이영수증의 경우, 1,280만원짜리 등 거액을 처리하는데 사용하는 등 회계부실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시민행동은 “특히 현재 각 정당에 지원되고 있는 국고보조금은 지구당 위원장 활동비, 당직자인건비, 화환이나 기타 사용내역을 알 수 없는 곳에 지출되는 등 본래 취지에도 크게 어긋나 있다”고 말했다.시민행동은 이 같은 부실회계의 증거로 한나라당이 유권자 선물로 구입한 멸치 대금 2,167만원 영수증, 이00 의원(당시 민주당)에게 내역도 사유도 없이 입금된 100억 입금확인서, 지출내역이 없는 격려금, 당직자 추석·설 선물 영수증을 제시했다.이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국고보조금이 이렇게 문제가 된 것은 현행법이 구체적 기준을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더구나 법적용의 대상자인 정치권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현실에서 현실적인 회계기준이 규정되기는 더욱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시민단체들은 또 “이처럼 국민의 혈세인 국고보조금을 이렇게 낭비하고도 또다시 기업들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이 최근 일련의 검찰 수사과정에서 밝혀졌다”며 “감사원은 정당국고보조금에 대한 철저한 감독을 위해 선관위에 대한 감사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이들은 이밖에 “정치자금 관련법을 개정하고, 정치권 역시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납득할 만한 외부감사를 실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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