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임기만료를 앞둔 금융권 수장 자리를 놓고 여러 후보들이 거론되는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 파장으로 인한 인사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올 연말부터 내년 초 주요 은행 및 금융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잇따라 만료되지만, 현재 정부의 영향력이 크게 위축된 데다 국정마저 표류하면서 금융권 인사도 안개 속이다. 특히 이맘때쯤 연임 여부나 후임 인선 등 어느 정도 구도가 잡히기 마련이지만 최근에는 흐름을 종잡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은행을 두고 일부에선 예비 입찰 흥행을 이뤄낸 이광구 행장이 연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인사개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임 가능성은 높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하지만 그간 행장 연임의 전례가 없고, 내·외부에 경쟁자들이 포진해 막판까지 인사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자리를 두고 현재 이동건 영업지원본부그룹장·남기명 국내그룹장·정화영 중국법인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우리은행이 민영화에 성공하게 되면 민영화에 참여한 업체들에게 행장 선임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진다. 이 경우 이 행장의 재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밖에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기업은행장 자리에는 그동안 많은 낙하산 후보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정체된 상황이다. 기업은행장을 임명해야 하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경제부총리로 내정됐고, 최종 결정권자인 청와대마저 혼란을 겪고 있어서다.

현재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박춘홍 전무는 지난 1982년 기업은행에 입사해 기업고객본부, 경영지원본부 등을 거쳐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사로 알려졌다. 이밖에 김도진 경영전략그룹 부행장·이상진 여신운용그룹 부행장·유석하 IBK캐피탈 사장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현 정부의 유일한 여성 행장(권선주 행장)이라는 프리미엄 덕분에 연임 가능성도 있다는 평도 나온다. 다만 기업은행장 연임은 거의 전례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교체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낙하산 인사설
분위기 ‘반전’

이들 은행장 자리는 정부의 입김이 여전히 미치는 곳으로 ‘낙하산 인사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현 정권의 기존 인사 시스템이 삐걱거리면서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는 게 정설로 통한다.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던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직 분리는 최근 뒷전으로 물러난 상황이다. 현재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국가가 위기에 처한 상황인데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인사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외부에서 오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될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어서 이런 관측은 더욱 힘을 받는다. 검찰 수사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와 차은택 씨를 비롯한 주변인들의 금융거래로 확대되는 가운데, 은행 자금 흐름 등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현직 행장들 입장에서는 악재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역시 최근 갑작스런 복병을 만났다. 함 행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그는 임기 중 외환·하나은행의 전산시스템 통합, 노조통합 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눈에 띄는 실적 개선까지 이뤄 연임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KEB하나은행이 최 씨 모녀 특혜대출 논란에 휩싸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공기업 혼선
무기한 연장 우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공기업 인사 역시 오리무중이다. 인사 절차를 진행하면서 후보군을 압축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승인 절차 없이는 임명이 어렵기 때문에 이 역시 미뤄질 전망이다.

유재훈 예탁원 사장은 지난 2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으로 가기 위해 임기를 한 달가량 남겨두고 사임했다. 후임 사장에 이병래 상임위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달 임기가 끝나는 홍영만 캠코 사장의 후임에는 문창용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내정됐지만, 금융위원장 공석 등의 이유로 CEO선임 절차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과 한국수출입은행장도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권에서는 연임이나 내부 승진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이다. 전문성을 갖춘 ‘관피아’도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올 연말과 내년 초 인사는 금융권의 화두로 꼽힐 만큼 중요한 사안이었다”면서 “하지만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있어 보여 공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