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최순실과 함께 비선실세로 주목받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구속됐다.

차 씨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공동강요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3월부터 같은 해 6월까지 포스코 계열 광고사인 포레카를 인수한 광고업체 A사 대표를 상대로 지분 80%를 넘길 것을 회유·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 2006년 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아프리카픽처스 운영자금 1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최순실 씨와 함께 차 씨의 혐의도 하나둘 늘어나는 모양새다.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전 단장에 대해 분석해 봤다.

1278억 규모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 이권 개입 의혹
이승환·조성모·이효리·빅뱅·왁스·싸이 뮤직비디오 제작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뮤직비디오 감독 겸 CF감독으로 알려졌다. 1997년 이민규의 ‘아가씨’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면서 데뷔했다. 이후 이승환 ‘당부’, 조성모 ‘투 헤븐’, 이효리 ‘유고걸’, 빅뱅 ‘거짓말’, 왁스 ‘화장을 고치고’, 브라운아이즈 ‘벌써 1년’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차 씨는 싸이의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 그가 만든 싸이 뮤직비디오로는 ‘연예인’, ‘라잇나우’, ‘행 오버’ 등이다.

이 밖에 드라마 ‘명성황후’의 뮤직비디오도 차 씨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황후’ 뮤직비디오는 드라마와 별개로 만들어졌다. 당시 이미연 주연의 뮤직비디오는 뛰어난 완성미와 함께 OST가 유명세를 탔다.

뮤직비디오로 시작해
CF감독으로 명성

차 씨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CF제작에도 재능을 발휘했다. 그가 제작한 CF로는 SK텔레콤 ‘붉은 악마’ 시리즈, 정우성과 전지현이 출연한 ‘2% 부족할 때’, 이효리가 나온 휴대폰 애니콜 ‘애니모션’ 등의 있다. 뮤직비디오로는 골든디스크 뮤직비디오 감독상을 3번 수상했고 CF로는 칸 국제광고제 뉴미디어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뮤직비디오와 CF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차 씨는 국가 브랜드 홍보 CF작업에 본격적으로 손을 댔다. 대표적인 작품이 2012년 런던올림픽 응원가 ‘코리아’ 뮤직비디오다. 같은 해 MBC 무한도전 팀이 뉴욕 타임스퀘어에 내건 비빔밥 광고도 차은택이 맡았다. 당시 비빔밥 광고는 비빔밥의 화려한 색채와 한국적인 건강한 식단을 잘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2015년에는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와 함께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만든 독도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로 했었다.

차 씨는 국가 브랜드 홍보 일에 뛰어들면서 지위가 급상승했다. 특히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 되면서부터 날개를 달았다. 같은 해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영상감독, 지난해 열린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감독을 거쳐 올해 초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에 임명됐다. 창조경제추진단장은 1급 공무원직이다. 당시 CF감독 등으로 유명세를 얻고는 있었지만 문화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끼칠 만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단장 임명과 함께 말들이 많았다.

총 예산 1278억 사업
최 씨 인맥으로 주물럭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 된 이후 차 씨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정부 프로젝트는 20여개다.

그중 가장 큰 예산이 투입된 사업은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이다. 올해만 903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고 내년에는 374억의 예산이 배정된 상태다. 총 1278억 규모의 사업이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국회 등에서 예산을 절반 가량이 줄였다.

현재 문화창조융합벨트에 입주한 기업은 총 93개 기업이다. 이 중 절반 정도는 영상, 공연, 플랫폼 관련 기업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차 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 돼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했다. 차 씨의 최측근인 송성각 씨가 원장으로 있다 최근 사표를 냈고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송 씨는 지난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뇌물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공동강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송 씨는 지난해 5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주한 LED 사업 수주 대가로 공사업체로부터 38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포스코 계열 광고사인 포레카를 인수한 광고업체 대표를 협박해 포레카 지분을 넘겨받으려 한 혐의가 있다. 당시 송 씨는 광고업체 대표에게 “포레카 지분 80%를 넘기지 않으면 당신 회사와 광고주를 세무조사하고 당신도 묻어버릴 수 있다”고 협박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늘품체조도 차 씨 작품

차 씨의 손길이 닿은 곳은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 외에도 다양하다. 최근 표절 논란을 빚었던 국가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도 차 씨의 작품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문체부는 지난달 28일 차 씨가 ‘정부 상징 체계’ 사업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정부 상징 디자인은 문체부가 개발 주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후 문체부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늘품 체조도 차 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2014년 11월 늘품체조가 국민체조로 갑작스레 채택된 후 홍보를 위해 3억5000만 원을 지출했다. 이 비용은 차 씨 회사인 엔박스 에디트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황당한 일은 늘품체조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이미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는 새로운 국민체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은 2년 간 약 2억 원을 들여 ‘코리아 체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늘품체조로 인해 ‘코리아 체조는’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다.

K-컬처밸리
공연총감독 자리 요구

K-컬처밸리도 차 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컬처밸리는 지난해 12월 CJ E&M 컨소시엄(케이밸리)이 사업권을 따 냈다. 경기도 고양시에 조성되는 이 사업은 2017년까지 1조4000억원이 투입된다.

K-컬처밸리는 축구장 46개 크기의 땅에 한류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공연장·쇼핑몰·숙박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차 감독이 주도한 행사 때마다 등장한 박근혜 대통령은 기공식이 열린 올해 5월 직접 고양시를 방문했었다. 경기도의회는 조사에 나섰다.

차 씨는 K-컬처밸리에 관여하며 CJ E&M 측에 공연총감독 자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컬처밸리에서 개최될 수많은 대형 공연 등을 둘러싼 이권을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CJ 측이 차 씨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KT에 측근 인사 청탁
광고 6건 제작하기도

차 씨는 KT에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을 통해 인사청탁을 한 의혹도 받고 있다.

차 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광고인 이동수씨는 지난해 2월 KT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입사해 9개월 뒤 통합마케팅을 맡는 IMC 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수석이 황창규 KT 회장에게 ‘청와대의 뜻’이란 취지의 전화를 걸어 이동수 씨에 대한 인사청탁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KT는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24건의 방송광고를 내보냈는데, 이 중 차 씨가 대표로 있는 아프리카픽쳐스가 6건의 광고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끝난 국정감사에서 KT는 “업계 관행에 따라 KT는 광고대행사와 직접 계약을 맺을 뿐 제작 및 연출 선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은사를 장관으로
외삼촌을 수석으로

차 씨는 최순실 씨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있다. 자신의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홍익대 교수를 문체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송성각(58) 전 제일기획 상무를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앉혔다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다양한 정황이 검찰 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한편 문체부는 지난 7일 최순실 씨와 차은택 씨와 관련된 예산 892억원을 자체 삭감하는 내용을 담은 삭감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4일 제출한 1차 삭감안 보다 141억 원 늘어난 숫자다.

하지만 예산이 삭감이 됐음에도 문화창조벤처단지 구축 운영(363억 원), 문화창조아카데미 조성 및 운영(258억 원), 문화창조융합벨트 글로벌 허브화(24억 원) 등 최 씨와 차 씨가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사업의 틀은 유지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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