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실업 방치하면 도시 슬럼화와 사회적 소외계층 확산돼
늙어가는 유럽에 젊은 난민 유입은 노동시장 틈 메우는 역할

내전에 휩싸인 시리아의 알레포를 떠나 천신만고 끝에 복지천국 스웨덴에 도착했을 때 아민은 “이젠 살았다” 싶어 짜릿한 기쁨을 느꼈다. 스웨덴에만 가면 일자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스웨덴에는 일자리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스웨덴 정부는 이미 스웨덴에 도착한 난민이 본국에서 가족을 데려오는 것을 갈수록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자 분노한 난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하고 있다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한다. 그들 입에서 “떠날 수만 있다면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이 떠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일단 떠나온 조국에 다시 돌아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유럽 곳곳에서 난민은 토박이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로 경계의 대상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그들의 실업자체일지 모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우려한다.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에서 토박이와 외국 태생 근로자 사이의 고용 격차가 크다. 네덜란드와 스웨덴에서 그 격차는 최대치에 이른다. 그런데 이 수치는 지난해 스웨덴에 도착한 난민, 즉 망명 희망자 16만3000명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어찌 보면 스웨덴은 자신의 관용과 성공의 피해자다. 스웨덴은 인구(약 970만 명) 대비 가장 높은 비율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나라이며, 2015년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였다. 난민 취업률 자체는 다른 대부분 유럽 국가보다 결코 낮지 않지만 토박이 근로자들과의 차이는 매우 크다. 그것은 스웨덴 토박이 여자 가운데 일하는 사람이 많은 데다 스웨덴 사람의 교육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 즉 추가 슬럼화와 사회적 소외계층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표면상으로 스웨덴 노동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안정돼 있다. 경제는 성장하고 있으며, 일자리는 지천이어서 15~74세 토박이 근로자의 실업률은 5%에 불과하며 그것도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 태생 근로자의 실직 가능성은 토박이보다 3배 높으며 그 비율은 상승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바깥에서 온 사람의 실업률은 더 높아 22.5%에 이른다. 많은 난민에게는 스웨덴 일자리 시장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아예 없다. 이런 문제는 스웨덴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지난 9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고용주는 난민 채용을 사업 기회가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이슈로 파악한다. 대기업은 난민에게 견습 일자리와 멘토링을 제공한다며 요란하게 법석을 떨지만 정작 정식 일자리를 제안하는 곳은 거의 없다. 고용주들이 이처럼 난민 채용을 꺼리는 이유는 ▲난민의 능력과 일할 권리에 대한 불확실성 ▲미심쩍어 하는 대중 여론 ▲언어 장벽이 낮은 생산성으로 연결되리라는 우려 등이다. 이러한 우려는 스웨덴 고용시장의 변화를 반영한다. 스웨덴에서 고등학교 졸업 미만의 학력을 요구하는 저숙련 일자리는 5% 미만이다. 이는 독일의 9%, 스페인의 16%보다 훨씬 낮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은 지하경제가 비교적 발달해 있다. 그런 까닭에 이들 나라에서는 난민의 고용 수준이 오히려 토박이보다 높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북유럽·발트해 연안 지역 은행그룹인 스웨드방크의 수석 경제분석가 안나 브레만은 “고등학교 졸업장은 스웨덴에서 최대의 칸막이”라고 말한다. 스웨덴 사람이라면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스웨덴 정부 통계에 따르면 새로 도착하는 사람 가운데 그것을 보유한 사람은 절반에 불과하다. OECD의 토마스 리빅에 따르면, 대단히 선진화된 난민 통합 정책을 채택한 스웨덴에서 이런 사실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스웨덴 정부가 실시하는 2년짜리 프로그램은 난민을 취업에 적합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그 목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왕왕 교육 수준이 높은 난민에게 너무 길고 기본적인 언어·수리 능력을 갖추지 못한 난민에겐 너무 짧다. 교육수준이 낮은 외국 태생 남자의 22%와 여자의 8%만이 그 프로그램을 이수한 그 해에 일자리를 잡는다. 스웨덴에 새로 온 사람이 취업하는 데 평균 7~8년이 걸린다.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유럽 전역에 걸쳐 난민, 그리고 여타 국제적 보호의 수혜자가 토박이와 비슷한 수준의 취업률에 도달하는 데 20년이 걸린다. 이것은 미국과 대조를 이룬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난민이 여타 이민자보다 더 빨리 일자리를 잡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심지어 경제적 목적의 이주자보다 일을 더 잘한다.

고학력 이주자 또한 일자리를 잡는 데 그들의 스웨덴 토박이 동료에 뒤진다. 자격을 별로 갖추지 못한 대규모 집단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부류를 돕는 확실한 방법은 특히 젊은이를 중심으로 그들을 훈련하는 것이다. 지난해 스웨덴에 도착한 사람 가운데 약 7만 명이 미성년자였으며, 이들 중 절반이 혼자였다. 하지만 15~24세 연령층 가운데 큰 부분, 특히 여자가 교육·훈련 과정에서 탈락했다. 전문가들은 스웨덴의 진정한 병목은 너무 높은 최저임금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임금을 깎거나 최저 임금을 내리는 것은 막강한 노조 때문에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 대신 역대 정부들은 식당과 같은 특정 부문들에 임금 보조금을 지급하고, 주택 개보수에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등의 실험을 해 왔다. 이런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와 같은 보조금이 위험, 그리고 일시적인 생산성 하락을 무릅쓰도록 고용주들에게 보상한다고 주장한다. 실업 상태의 난민에 대한 우려는 최근의 강력한 스웨덴 경제 실적에 가려 왔다. 이 실적은 아이러니하게도 난민에 대한 지출 증대에 크게 힘입었다. 세계적인 가구회사인 스웨덴의 이케아는 침대 매트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한다. 하지만 스웨덴은 물론 유럽 전체가 이제는 난민 통합을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할 판이다. 무엇보다 난민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달리 생각해야 할 측면도 있다. 유럽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스웨덴 인구도 늙어가고 있다. 젊은 난민을 교육하고 통합하는 것은 노동시장의 틈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이탈리아와 더불어 세계 3대 초고령 사회인 독일이 엄청난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난민을 100만 명 넘게 받아들인 것도 노동력 부족이라는 가까운 미래에 대비한 포석이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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