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분당과정에서 우리당에 빼앗긴(?) 지구당 당원명부와 관련, 속앓이를 하고 있다.수차례 반환해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돌려주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보기도 했지만, 우리당은 묵묵부답이다. 사실 민주당으로서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구당 정비는 물론 후보경선뿐만 아니라 각종 선거운동에서 ‘핵심’이 될 당원을 추스르는 것이 더 없이 시급하다. 반면 우리당은 ‘기껏 관리해 놓았는데 어떻게 주겠냐’며 배짱을 튕기고 있다.민주당은 최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열린 우리당의 분당에 따라 94개 사고지구당이 발생, 민주당은 지난 10월 16일 공문발송을 통해 당원명부 인계를 열린 우리당의 해당 지구당에 각각 요청했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26개 지구당에서만 당원명부를 인계하고 68개지구당에서는 현재까지 당원명부를 인계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이는 정당법에 규정된 최소한의 도덕적 의무마저 회피하는 것으로 민주당의 당무차질을 의도하고 있는 행위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원명부를 즉각 인계해 정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를 다해달라”고 촉구했다.이와 관련 민주당 강운태 사무총장은 “우리당이 계속 명부인계를 거부할 경우 정당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은 상태.하지만 우리당은 구랍 29일 민주당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아 두기만 했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묵묵부답’이다.이처럼 우리당이 당원명부를 반환하길 꺼려하는 이유는 한 우리당 당직자가 전하는 이야기에서 확인된다.이 당직자는 “지구당의 당원 명부는 위원장이 돈 들여가며 지구당을 관리해 온 것에 대한 반증이나 마찬가지”이라 “정당만 바뀌었을 뿐 어차피 돈 들인 것은 위원장 자신인데 그걸 선뜻 내주고 싶겠느냐”고 밝혔다.반면 민주당이 당원명부 반환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까닭은 간단하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당원 명부에 대해선 중앙당도 잘 모르는 상태지만 지역구 위원장이 바뀌고 전임 위원장이 당원 명부를 가지고 가버리면, 후임 위원장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당장 오는 4월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지구당을 정비해야하는 상황에서 ‘당원명부’의 확보는 핵심이 되는 사안”이라고 토로했다.이 당직자는 또 “그렇지 않아도 의원들이 ‘술술’빠져나가 심기가 불편한 상태인데다 당초 ‘민주당을 지지’해 당원이된 사람들의 명부까지 빼앗기다시피 했으니 속 편할 일 있겠냐”고 전했다. 게다가 4월15일 17대 총선 두 달 전까지는 각 정당의 후보 선출이 완료돼야 하기 때문에 2월 초순에 후보경선을 치러야 한다.결국 후보경선을 위해서라도 당원명부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보니 속앓이를 아니할 수 없는 상황.그러나 우리당 내부에서도 “당원명부를 돌려줘야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의 ‘당원명부’를 끌어안고 간다는 것은 “기존의 민주당을 리모델링하는 수준이며 이는 승산이 없는 게임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실제 분당 초기 유시민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구절양장(九折羊腸) 개혁신당’이라는 글에서 “리모델링 신당으로 갈 경우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파멸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당시 유 의원은 “민주당 신당파가 민주당의 당원명부를 그대로 껴안고 가는 ‘리모델링 신당’에 집착하는 한 이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비난했었다.

유 의원은 또 “민주당을 리모델링하는 선에서 한나라당과 맞대결한다고 해서 결과가 크게 달라질지는 의문스럽다”며 “신당 논란으로 1년을 소모하고서도 겨우 내놓은 것이 소위 ‘도로민주당’이라면 내년 총선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우리당 서로의 ‘욕구’가 충족되는 선에서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사실상 두 정당의 ‘당원명부’ 다툼은 쉽게 끝맺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한편 현행 정당법 제 54조(제의무해태죄) 제③항에는 정당법 제24조 2의 규정에 위반하여 관련서류와 인장 등을 인계하지 아니한 자는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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