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지금 한국 정치는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타이밍을 쥐고 있다. 이런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찬스는 이마에 달려 있는 것이지 꼬리에 붙어 있지 않다는 후회를 할 것이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의 측근비리 수사로 회복이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다. 거짓말쟁이, 사기꾼, 부패분자, 위선자, 가짜 혁명가 같은 경멸조의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마키아벨리가 말했듯이 지도자가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원한을 사는 일과 경멸을 당하는 것이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두 가지 불치병에 다 걸려 있고, 앞으로 회복될 가능성도 전무하다.월간조선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90%이상이 노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고 있는 것을, 젊은 네티즌들의 짓이라고 가볍게 볼 성질도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문제 언행은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 국회의 야3당이 협력하면 내일이라도 탄핵이 가능하다. 재적의원 3분의 2를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각당은 지금 탄핵 뒤의 자당이 당면할 상황을 놓고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을 것이다. 지금 국회의원들은 지역과 당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의 장래를 보고 생각해야 할 결정적 순간을 맞았다. 영어로 결정적 순간을 ‘moment of truth’ 라고 부른다. 인간이 진실되게되는 순간이란 뜻이다. 모든 국회의원들이 정파를 떠나 진실된 순간을 가질 때 그 답은 탄핵뿐일 것이다. 탄핵 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야3당의 합의만 이뤄지면 된다. 이를 만들어낼 인재는 없는가. 우선 탄핵 뒤 60일안에 치러질 선거에서 누구를 대통령으로 밀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민주당 후보, 예컨대 요사이 인기가 높은 조순형 대표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는 대신에 개헌 등을 조건으로 달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들이 시중에서 많이 나온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거짓말과 말장난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경우에 밝고 참말하는 정치인으로서 조순형씨에 대한 기대가 큰 모양이다.

내각제로의 개헌, 국가보안법 유지, 수도이전 계획 취소, 한미동맹 강화, 북한 인권 문제 제기, 자유통일의 원칙 확인 등을 조건부로 하여 한나라당이 민주당 후보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고 탄핵을 관철시킨다. 당선된 민주당의 새 대통령은 탈당한 뒤 그의 임기중 한국의 권력구조를 21세기형으로 새로 짜는 일대 개혁을 국회와 함께 진행한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는 새로운 국가통치구조에 대한 비전을 놓고 각당이 경쟁한다. 국민들은, 이 선거를 통해서 김대중 노무현 계열의 급진좌파 성향의 위험한 정치세력은 거세하든지 소수화시킨다. 그렇게 하여 정치의 중심을 중도우파인 한나라당과 중도좌파인 민주당이 이끌고 우파인 자민련과 좌파인 제4의 정당(열린당 등)이 균형을 잡도록 한다면 한국은 안정속의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정치가 큰 그림을 그리며 큰 비전을 향해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장이 열리는 것이다.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선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구질서의 오물들을 끌어안고 퇴장해야 한다. 그가 탄핵당하기 전에, 또는 하야운동이 확산되기 전에 자진해서 물러나면서 한나라당과 이회창씨를 포함한 한국 정치 부패의 전모를 폭로한다면 차기 대통령 선거와 총선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찾아내는 경쟁이 될 것이다. 탄핵이냐, 자진사퇴냐, 어느 것이 먼저인가. 바야흐로 시간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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