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논객으로 알려진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 겸 대표이사가 민주당 조순형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31일 개인 홈페이지 및 월간조선 홈페이지에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한 뒤 개헌 등을 조건으로 조순형 민주당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내세운 것. 반면 정치권은 이에 대해 일제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 편집장이 자신의 글에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라고 단언하긴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너무 앞서가는” 즉, “타이밍이 맞지 않는” 주장이라는 것이다.조 편집장은 ‘탄핵 뒤 조순형 차기 대통령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문제 언행은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의 측근비리 수사로 회복이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다.

거짓말쟁이, 사기꾼, 부패분자, 위선자, 가짜 혁명가 같은 경멸조의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국회의 야3당이 협력하면 내일에도 탄핵이 가능하다. 재적의원 3분의 2를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무엇을 망설이는가”라고 야3당의 탄핵 공조를 촉구했다.조 편집장은 또 “탄핵 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야3당의 합의만 이뤄지면 된다”며 ‘시중의 말’이라는 단서를 단 뒤 “탄핵 뒤 60일안에 치러질 선거에서 누구를 대통령으로 밀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민주당 후보, 예컨대 요사이 인기가 높은 조순형 대표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는 대신에 개헌 등을 조건으로 달면 어떨까”라고 주장했다.

조 편집장은 이와 관련 “내각제로의 개헌, 국가보안법 유지, 수도이전 계획 취소, 한미동맹 강화, 북한 인권 문제 제기, 자유통일의 원칙 확인 등을 조건부로 하여 한나라당이 민주당 후보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고 탄핵을 관철시킨다”며 “당선된 민주당의 새 대통령은 탈당한 뒤 그의 임기중 한국의 권력구조를 21세기형으로 새로 짜는 일대 개혁을 국회와 함께 진행한다”는 등의 구체적 탄핵 시나리오를 제시했다.조 편집장은 이어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거짓말과 말장난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경우에 밝고 참말하는 정치인으로서 조순형씨에 대한 기대가 큰 모양”이라며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김대중, 노무현 계열의 급진좌파 성향의 위험한 정치세력은 거세하든지 소수화시킨다”, “노 대통령이 구질서의 오물들을 끌어안고 퇴장해야 한다”고 노 대통령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조 편집장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제히 불쾌하다는 반응이다.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쓴 글일 뿐이니 왈가왈부 할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그러나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유 대변인은 또 조 편집장의 글과 관련 당내 분위기에 대해 “실현가능성도 없는 주장에 불과해 특별히 신경쓰는 사람은 없다”며 전했다.그도 그럴 것이 당대표가 직접적으로 거론된 마당에 쉽게 속내를 드러내기도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이평수 공보실장은 조 편집장의 주장에 대해서 “국민의 힘을 선동과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지역주의에 기생하려는 세력들간의 연합을 부추기는 반역사적인 발언”이라고도 매도했다.

한나라당 배용수 부대변인 역시 “개인적인 의견은 있겠지만, 특정인을 거론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며 “시기상 적절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도 아니다”고 밝히는 등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이에 대해 조 편집장은 이에 대해 본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순수한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조 대표를 직접적으로 지지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없으며, 글에서도 단서를 달았듯이 ‘시중의 이야기’를 전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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