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부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

▲ <뉴시스>

비자카드 수수료율 인상…카드회사 불만 거세
협회와 의견 엇갈려…위기관리 능력 보여줄까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지난 6월 협회장에 자리에 앉은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사진)이 안팎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밖에서는 수수료 인상이, 안에서는 수수료 인하로 말썽이다. 최근에는 내부 직원 비리 의혹까지 밝혀져 업계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간 출신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반응과 위기관리에 탁월한 덕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김 회장은 취임 6개월도 채 되지 못해 깊은 고심에 빠졌다.

지난 5월 세계 최대 신용카드 네크워크 회사인 비자카드는 해외결제 수수료율을 기존 1.0%에서 1.1%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서비스 비용인 해외분담금과 데이터프로세싱수수료, 해외매입수수료 등 5개 항목으로 모두 카드사가 부담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일방적 통보였다.

가뜩이나 국내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이익이 대폭 줄어든 카드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각 카드사 대표단, 법무법인 등은 지난 9월 비자카드 미국 본사를 직접 방문해 계약의 불합리함 등을 강조했다.

정치 네트워크 부족
여신협회장 딜레마

하지만 비자카드는 표정변화 없이 예고한 대로 지난달 1일 인상을 강행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카드회사들이 똘똘 뭉쳐 강경하게 대응하자”는 목소리를 키웠다. 하지만 “비자카드가 절반 이상(55%)을 차지하는 글로벌 신용카드 시장 구조상 큰소리치기 어렵다”는 입장이 공존했다.

카드업계가 여신금융협회로 관심을 돌린 건 이 때문이다. 업계는 협회가 카드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만큼, 불만을 내심 해결해주길 원했다. 하지만 김 회장과 협회는 사태 해결은커녕 대응책을 놓고 불협화음을 냈다. 김 회장은 강경한 대응을, 협회는 신중한 접근을 내세웠다.

김 회장은 수수료 인상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진행 중인데 비자 본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공정위 제소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협회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중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협회는 카드사와 오고가는 역할만 한다”고 선을 그었다. 협회가 주도적으로 개입할 경우 통상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협회와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자 김 회장의 리더십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특히 회원사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한 직후여서 카드업계의 실망은 더 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협회를 설득하고 자신을 따르게 만드는 게 수장이 해야 할 역할”이라면서 “적어도 이번 비자카드 수수료 인상에서는 회원사 지원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이 무용했다”고 평했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대한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카드업계는 올해 초부터 인하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올 상반기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0%씩 감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정치권에서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를 추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7월 영세상점과 택시 종사자에 대해 소액결제(1만 원 이하) 수수료를 면제하는 여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영세·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적용 대상인 가맹점 범위를 늘리는 법안도 됐다.

카드업계는 소액결제 부분에 대해 속이 끓는다는 반응이다. 역마진이 나는데도 정치권은 “적은 금액이어서 문제없다”는 듯 다루고 있어서다.

업계는 여신협회가 움직여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 회장과 협회는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김 회장이 정치권 및 금융당국과 조율에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는 정관계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약한 민간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내부 비리 문제까지 적발돼 대내외 부침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협회의 내부감찰 결과 2010년부터 진행한 가맹점 단말기 보안강화 사업에서 한 부서장이 대상 업체에 사업비 62억 원을 조기·과다지급하고 감독을 소홀히 한 의혹이 드러났다. 여신금융협회는 감찰 결과에 따라 이 부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으며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김 회장은 부랴부랴 준법·감사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해 내부단속에 나섰다. 김 회장은 “기존에 겸업했던 준법·감사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했으며, 앞으로 감사기능을 강화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미비한 내부 규정들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관리 탁월한
덕장 “능력 기대”

하지만 조직개편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김 회장의 경영전략에 대해선 의구심이 쏠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이 협회장으로 내정되자 ‘민간 출신의 적임자’라며 기대가 높았다”면서 “김 회장은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을 수습한 주역이며 여신금융협회장으로 내정된 것도 이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한 덕장으로 당시 소문이 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비리가 적발되면서 위기관리 능력에도 의구심이 들게 됐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그는 “앞서 부서장의 비리는 개인정보의 해외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 강화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비리가) 김 회장이 취임하기 전에 이미 발생한 일이지만,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김 회장에게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향후 협회장 출신을 가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