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치권이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17대 총선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어떤 활동을 벌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이번 총선에서 16대 총선의 낙천낙선운동과 같은 획기적인 활동을 벌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은 17대 총선에서 시민단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궁금한 대목이다.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낙천낙선운동으로 목소리를 높였던 시민단체. 당시 낙천낙선운동은 예상치 못한 국민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큰 성과(?)를 거뒀다.그리고 이번 17대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은 정치 개혁을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시민단체들은 16대 총선의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했던 총선연대와 같은 전국적인 조직구성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시민단체들이 내년 총선 대응 방식에서 뚜렷한 분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선거 및 정치 제도의 개선, 낙천낙선 운동을 통한 인적청산에 초점을 맞춘 전통그룹과 국회로의 직접 진출을 목표로 한 정치 세력화 그룹등으로 뚜렷이 나뉘고 있다.또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회의론확산도 한 원인.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과거의 낙천낙선운동과 같은 활동으로는 현재의 정치구도를 깨기 힘들다며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시민운동진영이 직접 정치권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이어낙천낙선운동이 불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고, 또 효과도 미지수라며 특히 각 정당이 총선후보를 국민경선으로 선출할 경우, 낙선운동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돈다고 말했다.이런 기류속에서도 시민단체들은 낙천낙선운동과는 다른 형식으로 정치권 물갈이를 모색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후보지지 및 평가를 통해 정치권 인적청산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국민주권연대가 발족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12월 16일 17대 총선을 앞두고 후보평가 및 지지활동을 펼칠 2004 총선국민주권연대 준비위원회(이하 국민주권연대)가 발족, 관심을 끌고 있다. 국민주권연대에는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정대화 상지대 교수,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 오충일 6월사랑방 대표,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 성해용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등 40여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국민주권연대는 발족기자회견에서 현정치권 스스로에 의한 정치개혁은 불가능하다며 내년 총선을 국민적 축제로 치르기 위해 전면적인 후보평가 및 지지운동을 벌이겠다며 17대 총선에서 후보 지지운동을 전개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국민주권연대는 1월 중순까지 홈페이지(www.mulgari.com)를 마련해 후보자 정보를 입력하는 준비작업을 거쳐, 3월 중순까지 후보자 정보 제공 및 평가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이어 전문가와 시민 등의 토론을 거쳐 후보자 평가기준을 확정, 3월 말까지 후보자 평가를 끝낸 뒤, 총선을 앞둔 4월 15일께 지지후보를 공식 발표한다는 계획이다.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30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정치개혁연대도 정치권을 상대로 한 총선 전략마련에 들어갔다.정치개혁연대는 막대한 정치자금을 쓰는 구태의연한 현 정당구조의 틀은 깨져야 하며 또 이번 총선에서 무능한 정치인에 대한 인적청산, 세대교체 등 정치적 혁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 하에 정치개혁의 법제화등의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또 정치개혁연대 일각에서는 16대의 총선연대활동을 계승, 낙선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이와 함께 경실련 등 60여개 단체가 참여한 정치개혁국민행동도 총선을 겨냥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정치개혁국민행동은 후보정보공개, 공정선거감시운동을 펼친다는 방침이다.이밖에 총선여성연대, 맑은정치 여성네트워크등 여성단체들도 총선을 대비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총선여성연대는 여성들의 정치권 진출을 위한 전략마련에 고심중이다. 총선여성연대는 지난 12월 24일 성명에서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려서 정책정당화를 통해 정치의 질을 높이는 것만이 고질적인 지역정치, 부패정치를 척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여성을 비롯한 정치에서 소외된 계층의 진출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지금의 정치권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할을 축소하고,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여 지역구를 늘리려 하고 있고, 여성의 정치적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 요구를 외면하며 기득권 지키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총선여성연대는 17대 총선에서는 반드시 여성들의 염원을 한데 모아 깨끗한 선거를 통한 여성정치 참여 확대를 이루어 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이와 같은 시민단체들의 총선을 대비한 후보자 지지운동등에 대해 개혁성향의 단체와 보수성향 단체간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참여연대 김민영 시민국장은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도 낙천낙선운동은 계속돼야 한다며 다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반해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의 조중근 사무처장은 낙천낙선운동에 대해 법원에서 부정적으로 판단을 내린 만큼, 내년 총선에서 이런 활동은 중단돼야 한다. 시민단체들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감시활동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