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축구와 폐쇄적 선발, 몰락 부채질…4개월 남은 골든타임에 촉각

-보이는 축구와 폐쇄적 선발, 몰락 부채질…4개월 남은 골든타임에 촉각
-최종예선 절반 조 2위로 마쳤지만 무기력한 플랜A·모래성 수비 빈축
 
울리 슈틸리케 감독<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6년 지역최종예선에 접어들면서 줄곧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던 율리 슈틸리케 감독이 천신만고 끝에 2위를 탈환하며 구사일생했다. 하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전략과 실종된 플랜A는 2017년 후반기 예선의 불안감을 더욱 키운 셈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이 있는 한국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인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승점 10점(3승1무1패)을 기록하며 승점 9점인 우즈베키스탄(3승2패)을 끌어내고 A조 2위로 올라서며 반환점을 돌았다.

문제는 5차전을 승리로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빈틈이 가득한 슈틸리케호의 경기내용과 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쉽지 않은 후반기 최종예선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9월 지휘봉을 잡은 뒤 ‘점유율 축구’를 내세우며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해왔지만 실제 결과는 착시효과에 불과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볼을 소유한 시간이 길수록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지론을 펼치고 있지만 이날 경기에서도 대표팀은 72%의 점유율을 기록한 반면 실상은 정반대였다.

수치만 놓고 보면 주도권을 쥐다시피 한 것 같지만 후반 22분 남태희(25·레퀴야)의 동점골이 터지기 전까지 우즈백에 끌려 다녔다.

대표팀은 볼은 계속 갖고 있으나 침투패스나 날카로운 크로스 등을 위한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하면서 상대팀은 한국의 볼을 가로챈 뒤 역습하는 루트로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

지난달 11일 이란과의 원정경기 때도 점유율에선 58%로 이란을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도 대표팀이 이란전을 주도했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정도로 점유율 함정에 빠져 있다.
 
축구대표팀<뉴시스>
선수 개인기에 의존한
전략 없는 전술
더욱이 최종예선에 돌입하며 실종된 플랜A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우즈벡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을 선발 원톱으로 꺼내들어 ‘플랜A’를 외쳤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시종일관 답답한 경기내용은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고 결국 후반 이재성과 김신훅, 홍철이 잇달아 투입된 뒤에야 골 가뭄이 해소했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이 공개적으로 ‘플랜B'라고 천명한 김신욱이 선보인 멀티골은 슈틸리케 감독 용병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다져놓았던 약속된 전술로 골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이에 대해 김신욱은 “결승골은 나와 구자철, 이청용, 손흥민 등 2년 전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면서 만들어 놓았던 전술이다. 이제야 통했다”고 전해 슈틸리케 감독의 존재감을 무색하게 했다.

물론 경기 뒤 슈틸리케 감독은 “공을 주고받으면서 많이 움직여 상대를 지치게 하고자 했다. 그다음에 김신욱이 들어가면 상대도 다른 유형의 공격수에게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이 일부 맞는 말이기는 하나 뚜렷한 활약이 없는 플랜A의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더할 뿐이다.

여전히 탈탈 털리고 있는 모래성 같은 수비도 문제다.

슈틸리케호는 아시아 2차 예선 8경기를 무실점을 막아냈지만 최종예선 들어서는 한 순간에 무너지기 일 수였다. 올해 치른 5경기 중 시리아전만 0-0으로 무실점 했을 뿐 나머지 4경기에서 모두 6골을 허용했다.

특히 상대가 잘 해서라기보다 한국 수비수들이 개인적인 실수나 조직력 미흡으로 내준 실점이 5골에 이른 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또 최종예선 매 경기마다 센터백 라인이 다르게 구성된 것도 수비라인의 불안함을 증명하고 있다. 2년간 포백라인을 다질 시간이 있었음에도 지금의 ‘모래성 수비진’을 연출하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는 아쉬움도 나온다.

언제까지 눈에 보이는
전략으로 일관?

 
김신욱 선수<뉴시스>
이미 여러 아쉬움을 노출하고 있는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의 최대 약점은 너무나 뻔한 전략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점유율이라는 키워드만 있을 뿐 실속이 없다. 슈틸리케 호의 포메이션은 4-2-3-1 또는 4-1-4-1이다. 두 전술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는 어떤 전술을 꺼내도 비슷한 플레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전술은 상대에게 우리의 약점만 노출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 대표팀은 최종예선 내내 ‘우리를 알고’ 싸우는 상대와 힘겨운 승부를 하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여기에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일례로 이번 우즈벡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을 중앙 수비수 앞에 서는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하지만 기성용과 수비진 사이가 벌어지면서 상대의 빠른 역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기성용이 뒤로 배치돼 공격의 연계 플레이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는 등 선수가 갖고 있는 강점마저 살리지 못했다.

여기에 점점 더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선수선발 시스템도 경직성을 더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초기 보여준 파격 등용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시즌 도움 8개를 뽑아낸 광주FC의 특급 도우미 김민혁이나 시즌 영플레이어 상을 수상한 안현범, 2015년 K리그 베스트 미드필터로 뽑힌 제주의 송진형 정도는 선발해볼 만한데도 단 한 번도 눈길을 돌린 적이 없다.

대신 유럽파가 다수인 2선 공격진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스스로 세운 등용의 장점마저 외면해버렸다.

슈틸리케호는 4개월 뒤인 2017년 3월부터 다시 최종예선에 돌입한다. 3월 23일 중국 원정을 필두로, 28일 시리아와 홈경기를, 6월 13일에는 카타르 원정을, 8월 31일에는 이란 홈경기, 9월 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으로 최종 예선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희망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더욱이 한국은 올해 홈에서만 3승을 거두었을 뿐 원정에는 1무1패로 무기력했다. 이에 2017년 최종예선에서 홈은 단 2번이라는 점도 대표팀에 부담으로 남아 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벌써 절반을 항해해 왔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더 큰 파도만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팀 정비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탓보다는 스스로의 전략부재를 놓고 고심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충고다.

더욱이 세계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플랜 B뿐만 아니라 C, D 등 다양한 카드를 갖춰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마지막 골든타임인 4개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운명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이 어떤 해안을 내놓을지를 놓고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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