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잡은 윤종규 회장 ‘1년 천하’로 끝날지도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KB국민은행이 지난 1일로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21일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사진)의 취임 2주년이었다. 윤 회장은 취임 당시 KB금융을 ‘리딩 금융그룹’의 자긍심 회복을 내걸었다. 윤 회장은 이후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인수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비은행 분야를 크게 확대하면서 지주의 입지를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금융권 일부에선 올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위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외환은행과 합병을 완료한 하나은행과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의 추격이 매섭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 순이익 1위 자리는 8년째 신한금융지주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윤종규 행장 체제 이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격차는 상당히 해소됐다. 올 3분기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4850억 원과 4218억 원으로, 632억 원 차이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에 2289억 원(신한은행 4625억 원·국민은행 2336억 원)의 차이가 났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셈이다. 특히 윤 회장의 은행장 겸임은 국민은행의 경영 안정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이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리딩뱅크를 탈환하기 위한 준비가 완료됐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4강 구도
우리·하나 맹추격

하지만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현 겸임체제에서 은행장 직무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에선 KB금융의 비은행 성장전략이 국민은행의 성장에 한계를 주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소매금융 분야의 강자라는 평가를 받는 국민은행은 상대적으로 기업금융 분야에서 입지가 약한 만큼, 본격적으로 은행을 성장시키려면 전문 은행장 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런 얘기가 은행권에서 흘러나오면서 후보자로 청와대 인사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면서 현재 흐지부지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국민은행의 약진을 보면 리딩뱅크를 탈환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타 금융지주처럼 은행과 지주의 경영 분리를 이뤄내야 리딩뱅크 자리를 오래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윤 회장도 현재 이를 고심 중인 상황이며, 적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에 벌어진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은행장 간 갈등을 겪었던 만큼,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더 큰 CEO리스크에 빠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일단 올해 KB금융의 1위 탈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로 발생한 일회성 비용을 반영하면 신한금융을 앞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KB금융이 현대증권 지분을 인수하면서 염가매수차익으로 1조 원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염가매수차익이란 주식 가격이 장부가액보다 저렴해 매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이다.

이로써 KB금융은 매번 진입에 실패했던 순익 2조 원대 진입을 올해에는 2조9000억 원으로 무난히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의 올해 순익은 2조5000억 원대로 전망된다. 여기에 국민은행의 공격적인 M&A로 비은행 부문을 확대한 게 올해부터 결실을 맺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리더 KB금융
추격전 예고

문제는 3, 4위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추격하는 동안 KEB하나은행이 빠르게 쫓아왔다. 하나은행은 올 3분기 4619억 원의 수익을 올려 국민은행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외환은행과의 합병으로 주춤하던 하나은행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셈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5년 3분기~2016년 3분기 누적 실적은 하나은행이 매출액 기준 102.7% 증가율을 기록해 은행·증권·보험·여신금융사 53곳 가운데 가장 높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13.3%, 175.6% 급증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우리은행의 민영화다. 우리은행이 4전5기 끝에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금융권에서 ‘리딩뱅크’를 둘러싼 4강구도(신한·KB국민·KEB하나·우리)를 형성하게 됐다.

우리은행이 빠른 시일 안에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 지주 중심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경우 증권과 보험업계 등 금융업권 전반에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이번 지분매각을 통해 한화생명·한국투자증권·동양생명 각 업계의 주력 플레이어들을 우군으로 끌어당겼다.

우리은행의 외형 변화뿐 아니라 내실도 주목된다. 민영화를 준비해온 우리은행은 지난 2년간 상당한 체질개선을 이뤄냈다.

수익성 등 재무건전성을 보면 우리은행은 주요 대형 시중은행들에 비춰 전혀 손색없는 외형을 갖췄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은행 모두 총자산이 300조 원 안팎으로 비등한 수준이다.

일각에선 ‘리더’ KB금융이 ‘1년 천하’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온다. 올해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질러 1등을 차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겠지만, 내년부터 다른 금융사들도 전열을 가다듬고 격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B금융지주는 윤 회장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금융시장 안팎의 우려를 제거하려면 향후 상임감사나 행장 선임이 이뤄져야 할 것”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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