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과 보는 이가 공감을 통해 이야기할 것이라 믿는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섬유소재를 이용한 입체물로 미술계의 큰 파장을 일으켰던 작가 차계남이 2014년 소재를 바꾼 새로운 작품세계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초대전을 통해 두 번째 평면작품들로 세상과 소통을 시작했다. 특히 그는 지난 30년을 함께 했던 사이잘 삼으로 만든 실 소재와 이별하고 한국 색채를 온전히 담아내고 있는 한지와 먹을 통해 자신의 작품 열정과 에너지를 함께 엮어냈다. 새로운 소재를 위해 6년이라는 시간을 인내와 고통으로 보낼 만큼 새로운 작품의 탄생을 위해 스스로를 녹여내고 있는 차계남 작가의 작품 인생을 만나봤다.

차 작가는 이미 검정색과 섬유조직으로 만들어낸 입체물로 세계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바 있다. 특히 흔히 접할 수 있는 입체 소재들이 아닌 실이라는 가느다란 존재를 평면화하고 입체로 바꾸는 노력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입체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더욱이 그는 그간 주로 일본과 프랑스, 독일에서 활동해온 만큼 국내 미술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오히려 해외미술계에서 개성있는 세계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아왔다.

차 작가는 지난 17일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자신의 작품세계와 작가로의 삶과 열정을 공유했다. 지난 20일로 폐막한 차계남 초대전에 대해 그는 “2014년에 초대전이 들어와서 대구의 동원화랑, 봉산문화회관 등 3곳에서 한지를 이용한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면서 “준비는 해왔지만 몇 년간 작품이 바뀌면서 많은 고통을 겪었고 작품발표도 못했는데 6년여 만에 발표를 하게 된 것이 이번 전시회까지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이미 전시한 작품은 출품을 하지 않는다. 이번 전시도 약 2년 6개월간 작품을 준비해서 출품했다”며 신작만을 선보이는 자신만의 고집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에 대해 그는 “원래 작품이라는 것이 보통 육안으로만 본다. 하지만 육안으로 보는 것만으론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제 작품이 관람객을 감싸고 관람객이 뭔가를 상상하고 자기를 느끼고 공간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작품 하나하나를 보는 게 아니고 방에 들어가서 공감하며 분위기를 느끼고 힐링을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풀어냈다.

특히 차 작가는 이번에도 그간 주로 사용해온 검정색으로 다양한 감성을 이끌어냈다.
그는 “검은 색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깐. 이제는 붓글씨의 먹색에 매료됐다. 붓글씨를 배우고 쓰면서 검은색, 흰색, 자간이라는 데서 흑백이라는 게 눈에 자꾸 들어왔다”며 “그러면 이 흑백의 세계를 나의 작품으로 한번 해보고 싶다는 데서 이번 작품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붓글씨는 완성된 작품으로 재미가 없었다는 차 작가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면서 1.5cm 간격으로 자르기 시작하자 점이 생기고 선이 생기고 여백이 생겼다. 이것들을 실로 꼬았다. 그러니 글자의 자취가 없어졌고 또 꼬면서 한 번 더 없앴다. 하지만 없어지지 않는다. 흔적이라는 게 남았다. 점의 흔적, 선의 흔적 그것들이 교차되면서 자연스럽게 우연하게 부딪쳐 면이 생기고 문양이 생기고 풍경이 생기고 또 다른 세계가 나타나게끔 한 것이 이번 작품의 주안점”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처럼 다양한 세계가 이번 작품에 펼쳐졌다.

작품에는 차 작가의 인고의 시간이 묻어 있다. 한 가닥의 실을 만들기 위해 오로지 하루 12시간을 쏟아붓는 차 작가는 “작업을 하다 보면 온몸이 저려온다.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태까지 간다. 지네가 갉아먹는 듯 아프지만 그것을 느끼면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의 작품 세계는 오랫동안 수행과 자기성찰의 의미를 담아낸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기까지 고된 노동과 많은 시간을 작품에 투입한다.

차 작가는 “무념에서 작품만 생각하고 있으니깐 아픔이라는 게 따른다. 고통을 뛰어넘는 정신  세계로 접어들기에 수행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작품들에 시간, 공간, 명상 등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차 작가는 “시간의 중요성, 매 순간 살아가는데 그 순간은 지나가면 오지 않는 순간이다. 이 순간이 중요하다. 지금 살고 있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늘 신작을 선보이는 차 작가지만 이번 전시회를 주체한 미술관의 요청으로 특별히 과거의 입체작품 2점도 함께 선보였다.

그는 “1982년부터 입체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는 실로 입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불가능을 가능케 했다고 해서 경악했다”며 “이번에 선보인 작품이 입체 작품으로서는 마지막 작품이다. 숙명처럼 이것을 거의 30년 했는데 어느 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꼭 입체로만 작품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 가 그러면 평면으로서도 그 안에 시간의 개념이라든가, 공간이라는 개념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차 작가의 의지로 시작된 6년간의 고뇌의 시간은 한지와 먹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를 화폭에 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평면처럼 보이는 작품은 그 안에 꼬아진 실과 그 실이 교차하는 틈을 통해 평면 속에 입체를 숨겨 놨다.

이 때문에 다양한 인상이 작품에서 묻어난다. 차 작가는 “사람들이 보면서 이미지를 자기 나름대로 느낀다. 나에게 타이틀이 없는 이유를 묻기도 하는데 내가 만약 이것을 봄나들이라고 지칭한다면 사람들은 상상도 안하고 봄나들이만 보고 갈 것이다. 작품의 손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보이는 작품과 보는 이가 서로 공감을 통해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믿는다. 보는 사람이 느끼는 대로 가져가면 된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자신만의 가슴속 이야기는 있지만 절대 말하지 않는다며 “느낌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표현하겠다는 것은 없다. 무작위로 하는 행위가 결국 예술로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해 묻자 차 작가는 “한지를 사용한 좀 더 단색이고 모던한 작품을 해나갈 것이다. 크기는 더 커질 것 같고 나이가 들어도 좀 더 활동적인 작품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누가 힘없어 보인다고 하면 작품 안 할 것이다. ‘아 역시’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작품 활동과 작가의 길을 갈 것이다. 전시를 할 때는 꼭 신작으로 소통하고 싶다”고 의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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