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포기 압력, 통합 대한체육회 장악을 위한 전초전

▲ 김종 전 차관, 박태환 선수(왼쪽부터)
박태환 포기 압력, 통합 대한체육회 장악을 위한 전초전
김종 라인 체육계 곳곳 포진…알짜 협회들 손수 챙겼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정 난맥 사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게이트의 한 축인 체육계가 놀아난 정황이 속속 들어나면서 그 후폭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를 놓고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한때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던 김종 전 차관이 구속되고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그간 체육계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일들과 연관성을 두고 귀추가 주목된다. 또 김종 차관에 대한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 최순실 게이트의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기소)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21일 김 전 차관에 대해 최 씨의 조카인 승마선수 출신 장시호 씨(37)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그룹이 16억여 원을 후원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지난 24일 수영선수 박태환에게 올림픽을 포기하라고 강요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현장목격자로 박태환의 매형 김모씨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이후 김 씨는 지난 25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지난 5월 25일 김 차관과의 만남에 대해 털어놔 충격을 주고 있다. 김 씨는 보도된 녹취록 내용대로 단국대 교수 발언과 기업스폰서 발언에 대해 확인하면서 당시 김 전 차관의 발언이 협박조였는지를 묻자 “듣는 사람이 어떻게 듣느냐가 중요한데 어떤 말을 할 엄두가 안 났다”며 “그분이 말을 시작하고 나서 한 47분이 녹음이 됐다. 그 중 박태환이 한 말은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란 한마디였다”고 말해 당시 일방적인 분위기를 대신했다.

그에 따르면 대한체육회에서 주관해 그렇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문체부에서 김 전 차관이 다 일을 관할하는 실세라고 들었다며 김 전 차관 측의 ‘인간적으로 도와주겠다는 뜻을 밝혔을 뿐’이라는 해명에 대해서도 “인간적이었다면 ‘네가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또 ‘김 전 차관이 왜 그렇게까지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막으려 했을까’라는 질문에 “사실 저희도 그 부분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김 씨는 김 전 차관이 ‘가족회의에서 올림픽 출전 포기 결론을 내리고 합의문을 가져와 체육회와의 공식 미팅에서 읽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말라’는 계획까지 짜줬다며 “가족회의 하면서 박태환과 가족들이 많이 울었다. 하지만 선수도 가족들도 어떤 게 옳은 일인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올림픽 출전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박태환이 김 전 차관의 희생양으로 거론되면서 의혹은 일파만파 확산되는 분위기다.
 
亞선수권대회 우승…
압력행사 의혹 증폭
더욱이 박태환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부진한 모습으로 경기를 마쳤지만 지난 17일 일본 도쿄 마쓰미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 45초16으로 우승을 차지하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수영인들 사에서는 “진작에 논란 없이 박태환을 올림픽에 출전을 시켰다면 어땠을까”하는 탄식이 쏟아지기도 했다. 특히 이번 우승 기록은 라이버 쑨양(중국) 2012년 아랍에미레트(UAE) 두바이에서 세웠던 1분45초49를 0.33초나 앞당긴 대회신기록으로 리우 올림픽에서의 부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박태환의 부진은 기량 저하가 아닌 훈련 부족이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체육회 한 관계자는 “박태환의 대표 자격 요건 논란은 대한체육회 규정에 의한 것이긴 했지만 국제 룰에 어긋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며 김정행 전 대한체육회장은 체육인 출신이다 보니 출전에 긍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정작 출전 불가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당사자는 김종 전 제2차관과 조영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었다“고 밝혔다.

한 수영인은 “박태환이 CAS에서 이기고 집중훈련을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며 “올림픽 이후 꾸준히 훈련한 성과가 이제 나오기 시작했다. 대한체육회가 2, 3월에라도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면 기록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박태환의 이번 올림픽이 절정기를 살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무대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특정 세력이 선수의 인생을 망친 셈”이라고 지적했다.
 
4대악 신고센터…
사조직화 전초기지

 
조영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하지만 이 같은 한 선수에 대한 협박과 농단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체육계 여기저기서 김 전 차관이 박태환을 희생양 삼아 대한체육회를 자신의 사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박태환 협박이 표면화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일명 ‘김종 라인’ 또는 ‘한양대 라인’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후폭풍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한체육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 전 차관의 스포츠 농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며 “그래도 교수 출신으로 스포츠 산업과 이론에 해박하고 현장 실무에도 능숙해 기대를 걸었는데 막상 차관이 되었을 땐 한국 스포츠를 좌지우지하려는 여러 작업을 시도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대부분 스포츠 현장 실무자들에 따르면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만든 것도 실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관계자들에게 굴레를 씌워 쫓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유도 관계자는 “대표팀 감독과 코치들이 비리 혐의로 적발돼 사직했을 당시 김 전 차관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협박하고 비리를 부풀렸다는 얘기가 있었다. 아마 박태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비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고 사실보다 너무 크게 부풀려져 체육현장에서 힘을 잃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장시호의 실소유로 알려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강릉시청 감독직을 제의받은 김동성 전 코치가 한국에서 쇼트트랙 일을 하지 못하는 것만 봐도 장시호 씨의 제의를 거절해 곧바로 스포츠 현장에서 밀려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종목별 단체에 대한 예산과 훈련비 집행을 문제부가 직접 집행하게 된 것도 김 전 차관의 대한체육회 장악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다. 관계자들은 지난해 4분기부터 문체부가 직접 예산을 집행함으로써 대한체육회를 사실상 종목 단체의 연합회 정도로 격하시켰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체욱회 통합 과정에 대해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한 관계자는 “통합을 빨리 하려는 목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과정은 결코 순수하게 보이지 않았다. 문체부에서 계속 밀어붙였다”며 “올림픽 공원 내 소마미술관 지하에 별도의 태스크 포스팀을 두고 문체부가 통합을 진두지휘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그는 대한체육회 통합 뒤에는 김 전 차관이 직접 조영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앉히면서 이미 장악했다며 실제 박태환 선수의 대표선발 문제를 놓고서도 대한체육회의 입장을 말했던 것은 김정행 전 회장이 아니라 조 사무총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조 사무총장은 김 전 차관의 선배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김 전 차관은 승마협회 뿐만 아니라 태권도협회 등 알자배기 협회 단체장에 자신의 측근을 임명하는 방법으로 체육단체들을 장악하는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드러냈다.

2013년 서울시 태권도 대표선발전에서 편파판정을 당한 학부모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김 전 차관은 해당 협회에 대해 수차례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올해 5월 관리 단체로 지정했다.

이후 김 전 차관은 지난 9월 2013년 당시 문제의 협회 부회장이자 심사감독관을 지낸 정재규 씨를 관리단체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정 위원장은 김 전 차관과 같은 한양대 출신으로 뉴멕시코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한 사이로 알려졌다. 당시 일부 회원들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정 위원장은 김 전 차관과의 인맥을 자랑하며 무마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울시 태권도협회는 1년에 승단 심사 수익금 등 예산만 60억 원이 넘는 노른자 단체로 꼽힌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2013년 한국체육대학교 초빙교수시절 승단 심사에 참석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단증을 수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김 전 차관이 주도해 만든 프로스포츠협회 역시 사유화의 원흉으로 떠올랐다.

프로스포츠협회는 국내 5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골프) 마케팅을 통합해 동반 성장을 이끈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이 단체는 15명 안팎의 직원이 1011억 원(2016년 기준)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데 직원 중 여러 명이 김 전 차관이 가르친 제자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사회도 김 전 차관의 동문이거나 친분이 깊은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이 밖에 이창석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에게도 의혹이 쏟아진다.

그는 김 전 차관과 뉴멕시코 대학원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이사장은 2014년 4월 임명됐는데 정정택 전 이사장이 2013년 10월에 임기가 만료됐지만 6개월가량을 끌면서 이 이사장의 임명을 도왔다는 게 체육계의 볼멘소리다.

이 이사장은 2008년 총선 때 시의회 의원 등에게 식사를 대접했다가 선거법 위원으로 벌금 300만 원 확정판결을 받아 공직에 오를 수 없었다. 그게 풀린 시점이 바로 2014년 2월 11일이었다. 결국 이 이사장을 자리에 앉히기 위해 공모 시기를 일부러 늦췄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유명무실화된 정책과
불똥 튄 선수들

 
더욱이 최순실 일가가 K스포츠 재단 등을 통해 이들이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모두 장악하려했던 시도가 점점 드러나면서 체육계는 큰 후폭풍에 이미 몸살을 앓고 있다.

이와 더불어 김 전 차관의 주도로 이뤄진 문체부의 모든 스포츠정책이 힘을 잃으면서 그간 정부 주도의 스포츠산업 정책들이 한순간에 몰락 위기에 처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특히 김 전 차관과 최순실 씨로부터 시작된 전횡과 농담으로 인해 옳았던 방향까지 전부 부정되는 처지에 몰렸다는 게 관계자들의 우려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의 불똥은 선수들에게까지 튀고 있어 마녀사냥까지 벌어지고 있다.
앞서 박태환 선수 의혹과 함께 김연아 선수가 피해자로 지목돼 주목을 받았다.
김연아 선수
   의혹에 따르면 김연아가 2014년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을 요청받았으나 불참하면서 지난해 대한체육회 스포츠영웅 선정에서 빠졌다는 것.

논란이 일자 대한체육회는 당시 선정위원회가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자는 내부 기준을 만들어 시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50세 이상’ 기준에 대해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대한체육회는 올해 김연아를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해 지난 23일 헌정 행사를 했다.

이에 대해 김연아는 이날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시대가 다르고 종목도 다르다 보니 누가 더 영웅이라고 선정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 오히려 어린 나이게 선정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늘품체조와 관련해 김연아의 불참은 구동회 올댓스포츠 대표가 결정했던 것으로 김연아는 그런 행사가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논란을 일으켰던 지난해 광복절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잡은 손을 빼는 듯한 동작에 대해 김연아는 “그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었다. 생방송이라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내가 버릇이 없어도 어른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인도 안 맞았다. 영상을 보시기에 오해할 만한 상황이나 뿌리치거나 그런 일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김연아 측은 확대 재상산으로 질이 왜곡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 다른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며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특혜의혹은 손연재를 겨냥하면서 대중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늘품체조 시연회를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진 손연재는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우선 리우올림픽 당시 손연재 어머니에게 제공된 AD카드가 의혹을 키웠다. 이에 대해 한 매체는 당시 주관 방송사인 SBS 측에서 제공한 것이며 여자배구 AD카드 부족 문제와 관계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대중은 쉽게 납득하지는 못하고 있다.

당시 소속사 대표이사까지 방송사 AD카드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을 키웠다. 물론 이는 당시 올림픽 AD카드 배분 시스템 때문에 생긴 오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체육대상 수상,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차움병원 고객이라는 점 등 여전히 논란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손연재 선수

이에 대해 소속사인 갤럭시아SM은 홈페이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가운데 “타당한 문제 제기는 필요하지만 근거 없는 억측이나 추측성 기사로 비인기 종목에서 국위를 선양해 온 운동선수의 명예에 흠집을 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손연재는 비난의 글과 함께 광고 계약마저 물거품 위기에 놓이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김 전 차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접어들면서 이미 체육계가 쑥대밭이 된 상황이다. 여기에 김 전 차관이 체육계의 비리를 악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통합 대한체육회를 중심으로 대거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한 사람에 의해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모두 타격을 입게 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체육계가 그간 정부 주도로 사업이 이뤄진 점에 경계심을 나타내며 “체육계 스스로가 주인의식과 독립성을 가지고 정부 주도가 아닌 스스로 움직이고 결정해 국가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2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최순실, 장시호의 손길이 뻗쳤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고 조양호 전 조직위원장 교체 등 수많은 의혹들이 남아 있어 수사 결과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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