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悖倫)’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하여야 할 도리에 어그러짐’이다. 야당도 아닌 새누리당 내에서 대통령의 탄핵에 서명한 것은 ‘정치적 패륜’이다.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의 추종자들이 김영삼 대통령의 초상화를 불태우고 탈당을 종용한 것도 마찬가지로 정치적 패륜행위였다. 그런데 김영삼을 몰아내고 정권을 지켰는가? 좌파정권 10년의 길을 활짝 열어주지 않았는가. 이처럼 정치적 패륜 다음에는 반드시 거기에 상응하는 응보(應報)와 후과(後果)가 뒤따른다. 그것이 자연의 이법이요, 인과의 법칙이기도 하다.

북한은 트럼프에게 맡기고(?), 야3당은 대통령 탄핵을 발의했다. 야3당이 탄핵의 분기점에서 탄핵가도로 급선회한 것은 김무성의 가세 때문이다. 당 대표까지 지냈던 자가 대통령 탄핵을 선두에서 지휘하는 것은 야당에게 백기 들고 투항한 항장(降將)과 다르지 않다. 상대 당에 항복한 자는 소속 당을 떠나는 것이 도리이고 떳떳한 처사다. 비박계들이 ‘선상반란’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만 살겠다고 난파선에서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같다.

대통령 선거 한번 치르는 데 대략 경선 3개월, 본선 6개월 정도의 ‘최소시간’이 필요하다. 이 정도의 시간이 있어야 유권자들이 각 당 대선 후보들의 됨됨이와 정책공약등을 살펴보며 저울질을 할 수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각각 당헌에 선거일 120일 전과 180일 전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하도록 규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뒤 헌재에서 2~3개월 만에 탄핵 결정이 내려지면 내년 2~3월에 대통령이 궐위되게 된다. 대통령 궐위 시 헌법상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게 되어 있다. 결국 4~5월 ‘벼락치기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통상 9개월 안팎 걸리던 대선 후보 선출과 유세를 두 달 만에 해치워야 하는 혁명적인 상황에 봉착한다. 이렇게 소홀한 검증이 될 경우 차기 정부의 절차적 정당성에 심대한 문제가 발생해 또 다시 ‘대통령의 불행’과 ‘국가적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당은 현재 마땅한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처럼 분당 상태가 지속되어 지리멸렬하면 아예 후보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야당의 입장에선 병법에서 최고 상책으로 여기는 ‘부전이승(不戰而勝,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저절로 이뤄지는 기막힌 상황이 되는 것이다. 촛불 집회를 이용해서 야권 잠룡들은 저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쟁패(爭覇)를 벌이고 있다. 갈등과 투쟁, 동란(動亂)의 시기였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5호16국시대도 이렇게 혼란하지는 않았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탄핵 로드맵을 정교하게 설정하지 않고 무작정 의결하는 것은 하책(下策)”이라며 탄핵 절차 연기를 제안한 것은 책임 있는 자세라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는 정통 보수세력의 위기이고, 대한민국의 위기이다. 좌익 혁명 세력들로부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수호해야 한다. 지금 김무성을 비롯한 비박계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허무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촛불 민중혁명에 ‘부역(附逆)’ 하지 말고 빨리 회군(回軍)해야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만약 끝까지 대통령 탄핵을 관철시키려 한다면 새누리당을 탈당한 후 야당 입장에서 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의 바른 길이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 획득에 있다. 지금 새누리당의 비박계는 정권 재창출은 아예 포기하고 당권만 접수해서 ‘편한 야당’의 길을 가겠다는 속셈인 것 같다. 이정현 대표도 대통령의 국회 탄핵 절차가 마무리되면 외부 출신 비대위원장에게 바턴을 넘겨주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이 시점에서 새누리당의 분당을 막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의 환골탈태와 혁신은 새 비대위원장이 당원과 국민의 뜻을 받들어 해나가야 할 몫이다.

탄핵 찬성에 부화뇌동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한 발 물러서서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혜성처럼 대선후보가 나타날 수 있다. ‘선(先) 탄핵 부결, 후(後) 개헌 추진’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탄핵을 부결시킨 후 국회 추천 총리를 뽑아 정국 수습과 동시에 개헌을 주도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침묵하는 보수층은 노재봉 전 국무총리의 이런 주장에 공감할 것이다. “북한 인권에 대해 북한에 물어보고 처리한 세력, THAAD 배치를 두고 중국에 물어보고 처리해야 한다는 세력, (....), 북핵을 민족적 핵이라고 여기는 세력 등 민주공화국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을 진보라고 하는 세력에 정권을 넘겨주고 자식들의 밝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가.”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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