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최순실 사태’ 파장으로 국회가 국정조사에 돌입했다. 국회의원들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정경유착의 뿌리를 뽑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수사도 예정돼 있어 이번 청문회는 ‘모의고사’ 성격도 지닌다. 청문회에서 얼마나 방어선을 잘 치느냐에 따라 특검수사의 강도도 달라질 수 있다.

총수들은 법률자문을 받으면서 청문회 준비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조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총수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운명도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벌 정경유착, 세대교체에도 악습 되풀이
재계 “기업 망신주기 ‘호통 청문회’ 우려”

6일 열리는 국정조사 청문회에는 9개 그룹 총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이다.

이렇게 재계 총수들이 대거 등장하는 국조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다. 1988년 열린 5공 청문회에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한 재벌 기업 총수 몇명이 증인으로 나온 적이 있고 한보사태를 비롯한 정경유착 사건에 총수들이 불려 나온 적은 있지만 이 정도 규모는 아니었다.

국회의원들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정경유착의 뿌리를 뽑겠다고 벼르고 있다.
총수들로서는 감당해야 할 무게는 남다르다.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하고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경위를 해명하는 데 그칠 총수도 있지만 박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하려는 의원들의 질의에 단단히 방어선을 쳐야 하는 총수도 있다.

일단 검찰 수사를 보면 삼성, 롯데를 비롯한 몇몇 기업은 대가성이 보인다고 지적받고 있다. 많은 돈을 사실상 뇌물로 사용해 기업이 특혜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미 정황이 나와있는 만큼 이번 국정조사의 답변을 어떨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중 이재용 부회장과 정몽구 회장, 최태원 회장,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려는 야당의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낼 것으로 보인다.

또한 SK그룹과 롯데그룹은 정부가 올해 초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내주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가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출연의 대가성 논란에 한발 빗겨나 있는  김승연 회장과 구본무 회장, 허창수 회장 등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다. 조양호 회장과 손경식 회장은 ‘피해자’논리를 내세워 방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를 잘 통과한다 해도 남은 과제는 더 있다. 특검을 대비해야 한다. 이미 일부 기업에선 국정조사와 특검에 대비한 행동에 돌입한 정황도 알려진다.
말하기 교육을 받는 총수가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청문회가 지상중계되는 만큼 어눌한 말투 또는 얇은 사업적 지식이 들통날 경우 향후 기업이미지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함에 따라 또박또박 말하고 회사사업에 대한 공부를 하는 총수들도 있다고 한다.
법적으로 문제없는 답변을 하더라도 여론의 부정적 평가를 받을 경우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가령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이른바 ‘국민정서법’에 의해 ‘괘씸죄’가 부가될 수 있다. 1997년 한보청문회 당시 모르쇠로 일관했던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대외협력팀 직원들과 대관 담당 직원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초동은 물론 여의도 주변을 서성이며 기업 총수에 대한 국회의원 질의수위와 관련 질문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외협력직원은 “일부 국회의원이 총수에 대한 망신주기 또는 호통 질의를 던지는 경우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며 “논란이 된 부분 중 사실 확인 정도 차원의 질의와 총수의 바른 설명이 잘 관찰되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역대 국정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는 항상 ‘용두사미’, ‘유야무야’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국정조사가 훑고 간 자리엔 ‘무용론’만 남았다는 평가도 대체적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국정조사 기록을 기준으로 하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국정조사’는 역대 24번째 국정조사지만 국정조사 결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3대 국회에서는 4건의 국정조사 가운데 3건에 대한 결과보고서가 채택됐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는 3건의 국정조사가 실시됐지만 단 한 건도 결과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국조도 흐지부지될지는 지켜봐야 할 노릇이다. 일각에선 이번 국조를 좀 더 세밀히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이 일부 대기업에 대한 대가성 의혹에 대한 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한 만큼 이를 토대로 특검까지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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