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마케팅, 소비자 기만… “소비자 뿔났다”

동일제품 가격 천차만별…시장규모와 유통구조 차이

소비자들 “한국제품 달러로 결제해 배송받는 게 더 싸”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국내 제품 가격이 역수입 가격보다 높다는 국내 소비자들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의 시작인 ‘블랙 프라이데이’ 효과를 기대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가전업체들이 고가의 전자제품을 큰 폭으로 할인한 뒤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또 블랙 프라이데이와 별개로 적게는 몇 만 원에서 수십 만 원의 가격 차이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은 가격 거품을 의심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가격 거품 논란에 “한국과 미국의 가격 차이는 시장규모와 유통구조의 차이이며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뿔난 소비자들의 불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요서울은 역수입한 제품에 관한 문제점들을 집중 취재했다.

지난 11월 25일부터 연말까지 진행되는 연중 최대 규모의 쇼핑 축제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미국 주요 유통업체들이 대규모 할인 공세를 시작했다. 국내 업체들도 이에 맞춰 다양한 할인 행사로 유통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TV와 노트북, 메모리카드 등 IT기기를 30%~5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LG전자도 TV와 세탁기, 냉장고, 건조기 등 가전제품을 30%~55%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에서 국내 상품을 역수입하는 게 더 싸다니 말이 되냐”, “우리나라 TV를 미국 쇼핑몰에서 달러로 결제해 한국까지 배송시키는 게 한국에서 사는 거보다 더 싸다”, “우리나라 꺼인데 미국에서 사는 게 직구라니”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이용해 구입한 역수입 제품들은 부품 등이 저렴하기 때문에 가격이 낮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직접 가전제품 판매처에 방문해 역수입 TV와 매장에서 판매하는 TV의 차이를 물었다. 가전제품 판매자는 “해외 직구 TV가 매장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건 맞다.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한 거의 모든 제품의 부품 등은 동일하다”며 “다만 제품 운송 중 파손될 경우, A/S 문제 등이 발생하면 수리가 모두 유상으로 이뤄진다. 이것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대목 장사를 기대하기 때문에 당연한 마케팅 수단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 외에도 적게는 몇만 원에서 수십 만 원의 가격 차이로 인해 역수입 물품 구입 문의글과 구입 후기 등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의류, 신발 등도 국내 가격보다 저렴한 경우가 있다.

이상한 규제의 역수입 제품들

해외직구 상품은 낮은 가격에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관세나 환불 문제, 배송사고, A/S 등을 주의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을 기준으로 목록통관(수입신고 없이 들여올 수 있는 것) 200달러 미만, 일반통관 대상 품목(의약품, 식료품, 화장품 등 기타 세관 확인 필요한 물건) 150달러 미만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해준다. 문제는 200달러 초과 시 관세 없이 부가세를 10% 부과하지만 이를 포함시켜도 해외 직구 상품이 더 싼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또 A/S의 경우 저렴하게 구입한 대신 번거로움을 감안해야 한다. 한 소비자는 “해외에서 판매하는 우리나라 제품을 구입해 왔지만 국내에서 A/S를 받을 때 보증기간도 짧고 거의 유상으로 이뤄져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해외에서 판매하는 우리나라 제품에 붙는 A/S 보증을 ‘월드워런티’라고 부른다. 월드워런티란 어떤 물품을 구매했을 때 구입한 나라에서만 A/S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곳,  물품을 취급하는 곳에 보내는 국경 없는 품질 보증 서비스다.

하지만 해외 직구가 늘어나다 보니 삼성전자의 경우 월드워런티 기간을 축소하고 있으며, LG전자의 경우 월드워런티 기간이 아예 없어 해외 직구 시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 유상수리를 받아야 한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파는 브랜드와 한국에서 파는 브랜드 800만 원 차이가 나는 등 역차별에 대한 문제가 있었는데 해당 기업들의 얘기 들어보면 세금, 부품 등 원가차이가 있어 해외 제품이 더 싸다고 말한다”며 “동일 제품인데 해외 직구입 했을 때  훨씬 싸다는 것은 소비자들도 이미 많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왜 그러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하지만 원가 차이 등의 이유로 얼버무리고, 정확한 정보제공을 하지 않는 것은 기업의 잘못이다”고 꼬집었다.

정부와 기업의 제도적 장치 필요

그는 “A/S가 안 되기 때문에 가격이 쌀 수밖에 없다고 기업들은 말하는데 월드워런티가 되는 제품은 우리나라에서 수리가 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을 구입한 후 외국에 살다 우리나라에 오는 사람은 제품을 다 팔거나 다 버리고 와야 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모든 분야에서 가격을 표준화하고 가격을 10% 내에서 차이가 나야하는데 소비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부분에 있어서 기준을 마련하고 소비자들에게 알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들을 조금 더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기존의 보호무역에서 수출입 활성화로 경쟁 활성화 대책 등을 마련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접할 수 있는 소매점, 마트에서 해외직구를 통해 물품을 들여와 판매할 수 있도록 해 가격경쟁이 붙어 국내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법체계 상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며 “제도적인 규제를 철폐하고 경쟁을 통한 경쟁 활성화할 수 있는 위원회 등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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