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월 1,237만 원ㆍ비서관 3명ㆍ운전기사 1명 등 혜택 받아…이명박 유일

박근혜 담화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저의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면, 그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물러날 뜻이 전혀 없음을 강조해왔던 박 대통령이 ‘질서있는 퇴진’을 처음 언급한 것. 이에 박 대통령이 ‘하야’했을 때와 ‘탄핵’됐을 때의 예우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진 가운데 역대 전직 대통령들은 지금 어떤 예우를 받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퇴임 후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서 연금 등 각종 혜택을 받는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연금 지급액은 대통령 보수연액의 95%다. 여기에서 ‘보수연액’은 현직 대통령이 매달 받는 돈의 8.85배로 시행령에 정해놓았다. 연금 지급은 전직 대통령이 ‘퇴임 당시’ 받았던 금액이 기준이 아니라 ‘지급 당시’의 금액이 기준이다. 따라서 올해 전직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이 받는 연봉을 기준으로 연금을 받는다.

즉 현역 대통령 연봉의 70% 수준((보수월액*8.85*95%)/12)의 연금을 매달 20일에 평생 지원받는 것. 올해 대통령 연봉 2억1201만 원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1억4,853만 원인데, 이를 12개월로 나눠 매달 1,237만 원을 받게 된다. 다른 공직에 취임할 경우 연금 지급은 그 기간 중 정지된다.

연금 외에도 비서 3명·운전기사 1명, 사무실·교통·통신·의료비 등 각종 혜택이 제공된다. 본인과 가족에 대한 치료도 무료로 받을 수 있고, 민간단체 등이 각종 기념사업을 추진하면 이에 대한 지원도 받는다.

비서관과 운전기사는 전직 대통령이 추천하는 사람 중에서 임명한다. 비서관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별정직 공무원, 운전기사는 6급 상당의 별정직 공무원으로 하게 돼 있다.

전직 대통령이 사망했을 경우는 그 배우자가 보수연액의 70%(대통령 연봉의 50% 수준)를 받고 비서관 1명과 운전기사 1명을 둘 수 있다. 배우자의 비서관과 운전기사는 배우자가 추천하는 사람 중 임명한다.

매년 전직 대통령 연금 등에 쓰이는 예산은 20억 원 안팎이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해 전직 대통령 1명(이명박)과 유족 3명(김대중·김영삼·노무현)에 대한 예산은 20억6400만 원이다. 지난해 예산은 20억1100만 원(전직 2명·유족 2명), 2014년 19억9000만 원(전직 2명·유족 2명) 등이다.

박근혜 대통령 퇴임 후 받게 될 예우는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하면 어떤 대우를 받게 될까.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하야’를 선택할 경우와 쫓겨나는 ‘탄핵’에 처해지는 경우에 따라 받게 되는 혜택이 크게 달라진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하야의 경우에는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을 수 있는 반면, 탄핵을 당해 물러나면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를 제외하고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지 못한다.

즉 국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 결정을 거쳐 탄핵이 최종 확정되면, 연금 등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탄핵으로 퇴진할 경우 노후를 보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전적으로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하야하게 되더라도 대통령이 이 같은 예우를 100%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은 탄핵 외에도 ▲금고 이상의 형 확정 ▲형사처분 회피를 위한 망명 ▲국적 상실에 대해서도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을 수 없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국정을 농단한 ‘비선 실세’ 최순실 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범’임을 명확히 밝혔다.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대기업으로부터 모금하는 과정을 지시했을 뿐 아니라, KT 인사 등에도 개입하는 등 최순실 씨 공소장에 기재된 박 대통령의 공모 혐의만 8가지다. 이에 따라 만약 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 기소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탄핵 당하지 않고 하야했더라도 예우가 박탈될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되거나 실형을 받아도 약 68억 원 규모의 사저 경호동 마련과 인근 경호·경비 예우는 받는다.

퇴임 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개인주택)로 돌아갈 박 대통령의 경호예산은 이미 마련됐다. 지난달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박 대통령 사저 경호동 신축 등에 올해 49억5000만 원, 내년 18억1700만 원 등 예산 67억6700만 원이 편성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임 대통령을 기준으로 책정됐다”며 “경호실에서 부지 선정 등을 진행 중이라고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10월 국가정보원이 사저 이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자 박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이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경호동 등 시설이 마련된 이후에는 매년 6억 원 안팎의 비용을 투입, 평생 경호하게 된다. 법(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박 대통령이 요구 시 최장 15년 동안 비서실에서 경호하고 이후에는 경찰(경호규칙)에서 맡는다. 현재 생존한 전직 대통령 및 유족(영부인)은 모두 경호 예우를 받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전두환 전 대통령 경호에 6억7400만 원, 노태우 전 대통령에 5억9800만 원이 투입됐다. 근접경호(9~10명) 경비(의경 1중대·84명) 등의 인건·유지비 등이다.

사저 경호동 건립 등이 국고로 지원되는 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은 매번 반복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별 사저 경호동 건립에는 △이명박 60여억 원 △노무현 30여억 원 △김대중 19여억 원 △김영삼 18억여 원 등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피의자 신분인 박 대통령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거나 탄핵돼도 법(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전직 대통령 법)에 따라 경호 예산은 집행되기 때문에 ‘최순실 사태’를 겪고 있는 국민감정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전직 대통령이 테러 위험에 처하기 쉬운 만큼 최소한의 경호는 제공돼야 한다면서도 금액·혜택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범위를 마련하고 국민 정서에도 눈높이를 맞출 필요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이찬열 의원 등은 지난달 21일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 예우박탈법’을 발의했다. 현재 법률은 대통령이 자진 사임하는 경우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새로 발의된 법안은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자진 사임할 때에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찬열 의원은 “검찰 수사 결과 국정 농단 사태의 몸통이 박 대통령인 것으로 사실상 드러났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는 게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기에 최소한의 경호를 제외한 모든 예우를 박탈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대중·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은 배우자가 보수 70% 받아

대한민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탄핵 절차를 밟아 청와대에서 끌려나온 사례는 없다. 다만 현재 전직 대통령의 연금과 예우를 받는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점에서 안타깝다는 지적이 있다. 대다수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고,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2002년 서울시장 취임 전에 살던 강남구 논현동의 저택을 기존 2층 주택에서 3층짜리로 다시 지어 복귀했다. 그리고 매월 1,237만 원의 연금과 운전기사 1명·비서관 3명의 보좌를 받는 등 법령에 규정된 예우를 받고 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배우자로서 혜택을 받고 있다. 이 3명의 전 영부인들은 대통령 보수연액 70%의 연금과 운전기사 1명·비서관 1명의 보좌를 받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19일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았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가 상실됐다. 이로써 두 사람은 형 확정 250일 만에 특별사면 복권을 받았으나 경호·경비를 제외한 모든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뇌물죄와 군형법 상 반란 및 내란죄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과 추징금 2천205억 원을, 노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과 추징금 2천628억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은 1969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졌다. 제정 당시에는 보수연액의 70%를 지급하도록 돼 있었으나 1981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이를 95%로 상향 조정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군사독재 시절 만든 특권”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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