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이번호 주인공은 손병옥 한국 푸르덴셜생명 회장이다.

여성 직장인의 멘토…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공동대표 맡아
“유리천장 깨고 난 이후도 중요하다”…후배 앞길 터주기로 유명

<뉴시스>

국내 금융보험업계 최초의 이사회 의장 겸 회장인 손병옥 한국 푸르덴셜생명 회장은 여성 직장인들의 멘토로 불린다.


손병욱 회장은 1974년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에 입사한 뒤 2년 전 금융업계 최초로 푸르덴셜생명 이사회 의장 겸 회장이 됐다. 네 번의 경력단절을 겪으며 42년간 이어온 경력이다. 그에겐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붙는다.

금융업계 여성 최초 상무, 여성 최초 부사장에 이어 2011년 여성 최초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2년 전 CEO에서 물러난 뒤 그는 이사회를 이끌며 경영진에 조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창업자나 ‘낙하산’이 아니라 샐러리맨 출신으로 직장 여성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난치병 어린이 등을 후원하는 한국메이크어위시(Make a Wish)재단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2선으로 물러난 후에도
여성유리천장 깨기

2007년부터는 일하는 여성의 사회적 성공을 돕기 위해 국내 기업 여성임원들의 모임인 위민인이노베이션 (Women in INnovation WIN) 창립을 주도하고 초대 회장을 맡아 현재까지 재임하고 있다.

손 회장은 2014년 10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려 했다. 가족에 좀 더 충실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개인적 시간을 갖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푸르덴셜국제보험그룹이 손 대표가 회장 및 이사회 의장으로서 역할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면서 푸르덴셜에 남게 됐다.

당시 얀 판 덴 베르흐 (Jan van den Berg) 푸르덴셜파이낸셜 아시아지역 대표는 “손병옥 대표는 지난 몇 년간 강한 리더십으로 회사를 이끌어 왔을 뿐 아니라 여성기업인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비전을 줬다”며 “우리는 손 대표의 의사를 존중하고 신임 대표이사가 자리 잡기까지 지속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회장으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해 준 것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난 9월 1일 출범한 세계여성이사협회(WCD: Women Corporate Directo rs) 한국지부의 설립을 주도하고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와 공동대표도 맡았다.

WCD는 코카콜라·P&G·JP모간 등 글로벌 상장기업을 포함해 각국 기업 이사회에서 활동하는 여성 리더들의 모임이다. 전 세계 70여 개국 1만여개 기업의 고위 관리직 여성 35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일본과 한국에만 지부가 없다가 3년 전 일본에 생겼고 OECD 국가 중 마지막으로 한국지부가 설립됐다.

손 회장은 “과테말라나 몽골 같은 나라에도 이 단체의 지부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동안 없었다”면서 “미국 본부에서 강력하게 독려해 한국 지부 출범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과 미국의 일류 기업체에는 여성 이사 비율이 30~40%에 이르는 데 비해 한국은 2.1%로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며 “경쟁력 있는 한국 여성들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역량을 더 키우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대표와 후배 양성 앞장

함께 설립을 주도한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와는 이화여대 선후배 사이다. 두 경영인은 등기이사는 고사하고 일반 여성 임원도 많지 않은 한국 기업 환경을 바꿔보자며 1년 전 손을 잡았다. 초대 공동대표를 맡은 두 사람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은 국가일수록 남성들의 행복지수도 더 높다”며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