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文-孫, 前 대표 3인방의 ‘개헌론’ 공방

[일요서울ㅣ유은영 기자] 전 대표들의 물고 물리는 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탄핵과 별도로 ‘개헌’ 논의에 대해 세 명의 전 대표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수적 열세에 몰린 것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문 전 대표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로부터 ‘개헌 병행론’ 선제공격을 당한 후 ‘탄핵카드가 우선’이라며 방어에 나섰으나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의 ‘7공화국 건설’ 협공으로 코너에 몰리며 사면초가에 빠졌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金, 文 압박용 ‘개헌 카드’ 선제 공격
- 孫, ‘제7공화국’ 내세워 비박 공조

탄핵 정국 속에서 개헌 논의 병행 입장을 먼저 꺼낸 것은 김무성 전 대표다. 김 전 대표는 ‘대선 불출마 선언’ 하루 뒤인 11월 24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를 통해 개헌 논의에 불을 지폈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현재의 제왕적 권력구조에 5년 단임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에 어떤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똑같은 비극이 또 생긴다”며 권력 분산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金, “文만 빼고 개헌 생각”

김 전 대표는 대통령 퇴진론만 강조하고 개헌 논의는 뒷전으로 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문 전 대표 측에게 ‘친문 패권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정치권에서 패권주의는 몰아내야 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 그는 개헌에 대한 야권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금 선거하면 내가 당선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하면 다른 세력들은 다 개헌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문 전 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를 제외한 나머지 세력과도 손잡을 수 있고,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며 제3지대 연대를 암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가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대표에 대해 킹메이커로서의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경고’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文, “개헌은 민심이 판단”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의 이러한 공격에 대해 적극 반격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11월 28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지금 세상을 바꾸자는 거대한 들불이 일고 있는데 거기서 곁불을 쬐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새롭게 다져보자는 계산밖에 더 되겠나”라며 김 전 대표의 태도를 지적했다. 또 “새누리당 인사가 개헌과 정계개편을 말하며 집권 연장을 꾀하고 나선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라며 김 전 대표가 개헌을 매개로 정치권 내에서 교묘한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개헌논의는 접어두고 탄핵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정치권은 촛불 민심을 겸허히 받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에 힘을 모아야 한다”며 “개헌의 적절한 시기는 대통령 탄핵 정국이 끝나고 국민이 판단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탄핵이 될 것이라고 확신 한다”며 “지금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탄핵사유가 차고 넘치며, 헌법재판소도 압도적인 민심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며 탄핵 결과에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을 향한 일침도 덧붙였다. 김 전 대표가 ‘비문 패권주의’라고 규정한 것에 대한 항의로 “국회의원의 지위를 망각하고 대통령에게만 맹종한 새누리당의 통렬한 속죄가 필요하다”며 “국가권력을 사익추구에 이용하고 경제와 안보를 망친 가짜 보수세력을 이 땅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역공을 펼쳤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적으로 대선을 의식한 발언 아니냐”며 “문 전 대표가 결국 탄핵을 통한 조기대선을 노리는 게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문 전 대표는 “지금은 대선을 말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오로지 대통령 퇴진과 탄핵에 전념해야 할 때”라며 말을 아꼈다.

孫, “文은 정략 집단”

개헌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문 전 대표를 향해 야권 내에서도 ‘이건 아니다’라는 반응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총대를 멘 것은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다. 2년여 만에 정계로 돌아온 그는 개헌을 통한 제7공화국을 주장해왔다. 손 전 대표는 개헌을 주저하는 문 전 대표를 향해 “지금 이대로 가자는 자들이야말로 권력에 눈이 먼 정략 집단”이라며 비수를 꽂았다.


손 전 대표는 11월 28일 인천시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문 전 대표가 국민이 만들어 낸 기회를 집권에 이용하고자 할 뿐 신체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손 전 대표는 “탄핵 프로세스에 걸리는 기간 개헌을 포함해 충분히 제7공화국을 열 수 있다”며 문 전 대표의 탄핵우선론에 대해 반박했다. 손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정치권 내에서는 “하산 시기를 잘못 선택해 존재감이 없어진 손 전 대표가 야당 내 대권후보 1위인 문 전 대표를 공격하며 대중에게 ‘인지도 높이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탄핵에 앞선 개헌 논의는 ‘꿈 깨’라며 일축하고 있는 문 전 대표와 대한민국의 새판을 짜기 위해 개헌 협공에 나서고 있는 김 전 대표와 손 전 대표. 이들의 물고 물리는 개헌 논쟁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 불리한 것은 문 전 대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전 대표가 집중하고 있는 ‘탄핵’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개헌 책임론이 문 전 대표에게 꼬리표로 달릴 것이라는 평가다. 탄핵이 실패할 경우에는 ‘개헌은 탄핵 정국 이후 국민이 판단해 줄 것’이라 믿어온 문 전 대표가 탄핵 책임론과 개헌 실패 책임론을 동시에 짊어지게 되고, 탄핵에 성공할 경우에는 국민의 판단만을 믿고 구체적인 개헌에 대해 검토를 소홀히 한 책임이 뒤따르게 되어 양쪽 모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