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탈출 카페 전국 100여개 넘어… 젊은 연령층에게 성황

방 탈출 카페 대기석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안대를 쓰고 수갑이 묶인 채 어두운 방에 갇혔다. 칠판을 긁는 소리와 기괴한 웃음소리에 소름이 끼친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랜턴을 쥐고 어렵사리 열쇠를 발견해 수갑을 풀고 전등을 켰다. 방 안이 온통 피투성이다. 체험형 신종 놀이시설인 ‘방 탈출 카페’에서 일어나는 실제 상황이다. 방 탈출 카페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5명이 1시간가량 방에 갇힌 상태에서 힌트를 통해 문제를 푼 뒤 방을 탈출하는 형식의 카페다. 방 탈출 카페는 전국 100여개가 넘게 운영되고 있다. 공포물, 미스테리물 등 여러 개의 테마 방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관계자들이 정한 난이도를 보고 방을 비교한 뒤 골라 입장하면 된다. 이색 데이트 장소로도 꼽히고 있지만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일요서울]에서는 방 탈출 카페 체험과 함께 화재 등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살펴봤다.

벽 마감이 스티로폴로 돼 있는 곳도 있어

밀실 구조 때문에 화재·안전사고 시 취약

방 탈출 카페는 2007년 일본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 동유럽 등으로 빠르게 전파되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 모았다. 국내에는 2015년 4월 서울 홍대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졌다. 현재 전국에는 100여개 서울 홍대에만 20개가 넘는 방 탈출 카페가 성업 중이다.

대부분 한 카페에 테마 방은 4~8개 정도다. 추리 현장을 모사한 방부터 정신병동을 연상케 하는 공포스러운 방, 동화 세계처럼 어른과 아이들 모두 즐길 수 있는 캐릭터 방, 마법사가 되는 판타지 방 등 다양한 연령층과 가족 단위의 손님까지 받을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방 탈출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홍모(23·여)씨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기본적으로 가는 편이다. 많이 갈 때는 일주일에 두 번씩도 가봤다”며 “장소로만 따지면 6군데 정도이고 질이 좋은 방 탈출 카페를 찾으면 그 곳에서 테마 방만 바꿔 여러 번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아무래도 색다른 장소이기도 하고, 예능 프로 ‘런닝맨’을 실제로 경험하는 느낌이다. 직장 동료와도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여러 가지 테마 방이 있었는데 그중 무서웠던 테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신병동’을 테마로 한 곳이었는데 영안실 병실 등을 실제 상황같이 꾸며 놓았다”며 “내부에는 병원 소품들과 인조 피 등으로 정말 실제 상황같은 느낌을 연출했다”고 전했다.

방 내부에서 사용되는 자물쇠들

화재 취약한 벽 마감

옆방 귓속말도 들려

대구의 한 방 탈출 카페는 내부 벽 마감이 스티로폼으로 돼 있어 화재에 너무나 취약했다. 또 1~2명 정도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가운데 두고 10개의 좁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화재나 사고 시 대형 참사를 우려케 했다. 실제 이용객인 김모(25·남)씨는 “불이 나면 입구나 비상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통로도 너무 좁아 여러 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가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 씨는 “직접 경험해 본 곳들은 대부분 비상시 외부와 인터폰으로 연락이 가능하고 CCTV로 실시간 점검하기 때문에 안전해 보였다. 하지만 소화기나 비상열쇠, 스프링쿨러 등이 설치 돼 있지 않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특히 옆방의 소곤소곤하는 말소리가 들리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방음·방화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다. 화재 시 불이 전파되는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홍 씨는 “다른 이야기지만 폐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불안을 느낄 수 있으므로 들어가기 전 안내문을 읽고 직원에게 주의사항을 잘 들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성페인트 다량 사용

화재 나면 몇 분 내 사망

방 탈출 카페는 신종업태이다 보니 인허가 절차 없이 간단한 사업자등록만으로 운영 중인 장소가 많다. 또 관리할 정부부처조차 지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종합정밀검사와 소방안전교육을 이수할 필요도 없고, 방염설비를 갖출 의무도 없어 내부시설에 가연성 재료가 무분별하게 사용돼 있다. 전문가들은 법령 개정을 통해 안전시설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방안전관리를 담당하는 한 전문가는 “만약 유성페인트나 스티로폼이 무분별하게 사용됐다면 화재 시 유해가스가 생성돼 이용자들이 몇 분 안에 사망할 수도 있는 만큼 안전시설을 갖추도록 관련 법령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결국 국민안전처는 지난 6월 방 탈출 카페의 안전사고가 위험하다고 판단해 대책 마련을 위한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하고, 안전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해본 결과 방염 설비를 갖추거나 안전시설을 안내해 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방 곳곳에 인화성 물질들이 즐비했고 비상탈출구 표시조차 찾기 어려웠다. 또 테마 방에 대한 보안 때문에 핸드폰을 두고 입장해 안전사고 발생 시 직접적으로 상황을 전달할 방법도 없는 상태다.

정신병동 테마 방 설명문

비용 부담 커

낮은 질에 어려운 곳도

방 탈출 카페의 1인당 비용은 1만 원~2만 원대다. 방 탈출 관계자는 “한번 경험한 테마 방의 재방문율은 0%에 가깝다. 아이디어의 산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페라고 하기엔 기본적인 음료를 제공하는 것도 아닌 데다 전 연령층이 이용하기엔 높은 가격이다.

홍 씨는 “최근 들어 방 탈출 카페가 많이 생겨서 가격 인하를 예상했지만 똑같았다. 아무래도 자주 즐기기엔 비용적인 부담이 크고, 높은 인기로 인해 질이 낮고 어렵기만 한 곳들도 대거 등장해 아쉬울 따름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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