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대상 지위고하 고려하지 않겠다”

박영수 특별검사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은 박영수 변호사였다. 박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조승식 전 대검 형사부장과 함께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 후보로 추천됐다. 조승식 전 대검 형사부장은 일명 ‘조폭통’ 박 변호사는 ‘재계통’으로 알려졌다. 둘 다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로 검찰 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특별검사로 박 변호사를 선택했다. 박 변호사는 특별검사 임명 소식 직후 언론을 통해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심정”이라며 “오로지 사실만 보고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일요서울에서는 특별검사로 임명된 박영수 변호사의 주요 경력과 임명 배경 등을 살펴봤다.  

“변호사 중에 뽑아야 하는데…” 특검보 임명 고민 중 
외압·수사정보 유출 차단 여부도 수사 성공 요인

박영수(64) 특별검사는 제주도 태생으로 사법연수원 10기 출신이다. 서울대 종교학과 출신으로 1983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디뎠다. 

박 특검은 ‘재계통’으로 알려졌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조직폭력 수사 등에 능해 ‘강력통’으로 불린다. ‘강력통’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계기도 박 특검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박 특검은 강력뿐만 아니라 공안·특수 분야를 두루 거쳤다. 

박 특검은 2005년 4월부터 약 2년간 대검 중수부장을 맡았다. 당시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론스타 외환은행 불법 매입 의혹 사건’ ‘SK분식회계 사건’ 등을 수사하며 특수수사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았다.

‘강력통’ ‘재계통’
‘안정적인 사람’ 평

대검 중수부장을 맡기 전에는 수원·서울지검 강력부장검사, 대검 공안기획관, 서울지검 2차장, 대검 중앙수사부장, 서울고검장 등 검찰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돌출행동을 하기보다는 신중한 스타일로 검찰 내에서도 인간성에 대한 평이 좋고 리더십이 탁월했던 것으로 평가받았다.

2001년 김대중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냈으며, 2009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가족은 부인 오영희(57)씨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지난 29일 여야 정치권이 박영수 변호사와 조승식 변호사를 특별검사 후보로 추천하자 누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 선택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 큰 관심이 모아졌다. 결국 박 대통령은 ‘강력통’ ‘재계통’으로 불리는 박 변호사를 선택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특검 임명에 대해 “청와대가 특검을 안정적으로 지휘할 사람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특검은 검찰 내부에서 “절대로 무리하지 않을 사람”으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사건을 키우거나 확대할 사람이 아니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조언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 민정수석은 박 특검이 대검 중수부장이던 시절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 주무 과장인 대검 중수1과장이었다. 그만큼 서로의 성향과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에 최 민정수석이 추천을 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은 남은 박근혜정부의 운명을 결정짓는 수사나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까지 예상되는 만큼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박영수 특검의 어깨가 더욱더 무거운 이유다.

“좌고우면 않고 
법·원칙에 따라 수사“

박영수 특검은 사건이 엄중한 만큼 “수사 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 고하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수사는 사실을 쫓고 그 사실에 법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오로지 사실만을 바라보고 수사할 것이며, 좌고우면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일체의 정파적 이해관계 역시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진행과정에서 특검 본인은 물론, 수사팀 전원이 국난 극복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굳건한 인식하에 맡은 바 성심을 다할 결심”이라며 “추후 수사팀 구성과 일정 확정 등의 후속작업 과정은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 특검은 최재경 민정수석과의 친분관계를 우려하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도 “최 수석과는 검찰에서 같이 근무했던 선후배 관계”라며 “수사에 전혀 영향이 없다. 원칙에 따라 하겠다”고 단언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원칙에 따라 할 예정”이라며 “(영향을 받을 것 같았다면) 내가 특검이 안 됐을 것이고, 앞으로 수사로 말하겠다. 그런 우려 하지 말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우 전 수석에 대한 조사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면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특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관련 의혹이나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서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수사에 앞서 법과 원칙에 따른 철저한 수사를 천명했다. 

우병우·최재경
인연 변수될까

검찰 안팎에서는 박영수 특검의 수사 능력은 신뢰하는 분위기다. 다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최재경 민정수석 등과의 인연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특검에 대해 “중수부장 시절에는 최재경 민정수석이 중수부 과장이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심복인 최윤수 국정원 2차장을 ‘양아들’로 호칭할 정도의 사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박 특검은 우 전 수석과 최 수석과의 인연에 대해 수사에 전혀 영향이 없다며 원칙에 따라 수사 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사과정에서 나오는 내용 하나 하나가 보안이 중요한 것들인데 이러한 인맥과 검찰 내 선후배 관계로 얽힌 상황에서 철통같은 보안이 가능하겠냐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외압이다. 과거에도 일반 수사부터 특별 검사 수사까지 외압이 없던 적은 거의 없다. 과연 박 특검이 이러한 외압을 어떻게 차단할지도 이번 수사의 성공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특검은 1일 검찰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특검 수사팀장으로 파견해 달라고 요청해 주목받고 있다.

특검 수사팀장으로 파견 요청 받은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 <뉴시스>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
윤석열 검사 컴백

박영수 특별검사가 수사팀장으로 파견 요청 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는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박 특검이 중수부장 시절 함께 일했던 인연도 있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 검사는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기소 의견을 검찰 수뇌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수사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검사는 급기야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그러자 법무·검찰 수뇌부는 보고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윤 검사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와 좌천성 인사를 단행했다. 

이후 윤 검사는 국정감사에서 수사 지휘 및 감독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자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어떻게 따르나. 위법을 지시할 때 따르면 안된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등의 소신발언을 하기도 했다.

윤 검사는 파견검사 후보로 자신이 거론되자 “이미 정권을 향해 칼을 빼들었던 사람”이라는 등의 이유로 고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특검이 거듭 합류를 요청해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특검은 윤 검사에 대해 “윤 검사와는 여러 차례 함께 수사했었다. 현대차 그룹 비자금 사건,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 등을 함께했다”며 “20명의 파견 검사들도 챙겨야 하고 검찰과 같이 기록도 봐야 하니까 우선은 준비를 위한 선발대”라고 설명했다. 

현행 특검법에 따르면 관계기관의 장은 특검의 파견 요청을 거부할 수 없고, 만일 파견 요청을 거부할 경우 특검은 관계기관의 장에 대한 징계 개시 절차를 요청할 수 있다. 사실상 윤 검사의 특검팀 합류는 확정된 셈이다. 윤 검사는 특검보 바로 아래 직위인 수사팀장을 맡아 일선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 

한편 박 특검은 특검보 인선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특검은 “변호사 중에서 해야 하는데 변호사가 특검보로 오면 예전처럼 복귀를 못한다.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2년이 걸릴 수도 있는 만큼 변호사들 생업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며 “사양하는 분들이 꽤 많다”고 전했다.

법조계 시선
‘중립성·균형감 있다’

법조계에서는 박영수 특검 임명에 대해 대체로 균형감 있는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조계 대다수 인사들은 박 특검은 ‘중립성과 균형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또 검찰 생활 뿐만 아니라 재야 생활을 해 봤고 대검 중수부장 등을 거치며 특수수사를 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믿고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다. 

문제로 지적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최재경 민정수석 등과의 친분관계는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박 특검을 추천했던 국민의당은 1일 원내정책회의장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통해 “박 변호사로부터 어떤 경우에도 자기 법조 인생에서의 마지막 명예를 걸고 임명이 되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고 전했다.

박 특검은 앞으로 20일간의 준비기간에 이어 90일간 수사를 벌이게 된다. 수사기간은 박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1회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어 최장 120일 동안 진행된다. 

박 특검은 특검법이 정한 수사대상에 따라 청와대 공직자들에 의한 국정문건 유출, 최순실씨의 정부부처 인사개입,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강요, 미르·K스포츠 재단 자금 해외유출, 정유라 씨에 대한 이화여대·삼성의 특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을 수사하게 된다.  

박영수 변호사는

▲1952년 제주 제주시 ▲동성고(서울) ▲서울대 종교학 ▲사시 20회(연수원 10기)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 ▲서울지검 검사 및 법무부 보호국 검사 ▲대검 검찰연구관 ▲대검 강력과 과장 ▲대검 공안기획관 ▲대통령비서실 사정비서관 ▲서울지검 2차장 검사 ▲서울고검 차장검사 ▲대검 중수부장 ▲대전고검 검사장 ▲서울고검 검사장 ▲대한변호사협회 지자체 세금낭비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 ▲법무법인(유한) 강남 대표변호사 ▲건국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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