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최씨일가’와 엮이기만 해도 이미지 치명타
진위 여부 관계없는 ‘연예인 마녀사냥’은 지양해야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의 언니인 최순득의 운전기사가 최 씨가 수년간 다수의 연예인 인맥을 유지해가며 돈을 받아왔다는 주장을 제기해 ‘최순득-연예계’를 잇는 ‘검은 커넥션’이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관심이 쏠린 가운데 연예계가 다시 한번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최순실의 언니인 최순득의 집에서 운전기사로 일했던 J씨의 증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최순득 연예인 인맥’까지 거론되며 연예계가 다시 한번 긴장했다.

김장 명목 연예인들 소집 증언

최순득의 운전기사 J씨 증언에 따르면 최 씨는 김장철 유명 연예인을 초대하고 ‘김치 값’ 명목으로 ‘현금 봉투’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는 김장철이 되면 서울 강남 자택으로 자타공인 유명한 연예인들을 초대했다. 목적은 김장이 아니었다.

최 씨가 가사도우미 등이 담근 김장 김치를 용기에 담아 건네면 연예인들이 서너 포기 정도의 김치 값이란 명목으로 최 씨에게 현금이 든 봉투를 전달한 것.

최 씨의 ‘김장 초대’에 응한 연예인들은 중년 여배우부터 20~30대 신인 등 다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인급 연예인들은 최 씨 일가가 박근혜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라는 소문을 듣고 정부 행사 등에서 혜택을 얻기 위해 최 씨에게 접근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최순득의 운전기사였던 J 씨는 “월급 150만 원을 받으며 1997년부터 1998년까지 약 1년여 동안 최 씨의 벤츠 승용차를 몰았다”고 입을 열었다. 또 자신이 벌초도 하고 심부름도 하는 집사 역할을 했다고 신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일주일에 두어 번씩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승마장에 태워다줬고 최순득 씨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연예계 지인들과 골프장에 갔다”고 폭로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J씨가 증언한 연예인은 방송인 K씨(60대), 인기 중년 배우 N씨(70대), K씨(70대·여) 유명 가수 H씨(50대) 등 총 9명이다.

J씨는 당시 최순득이 인기배우 S씨(50대·여)와 친했고 배우 K씨 등과도 자주 골프를 치러 다녔다며 가수 H씨도 자주 왔고 방송인 K씨 집에 간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순득은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기흥컨트리클럽(CC)이란 골프장에서 유명 연예인과 회동했다. J씨는 “최순득이 수시로 연예인들과 어울리며 골프 모임을 가졌다”면서 “특히 경기 수원시와 용인시, 포천시의 골프장을 자주 찾았는데 10번 중 4, 5번은 기흥CC로 갔다”고 언급했다. 굳이 기흥에서 골프 회동을 가진 이유는 기흥CC가 ‘최순실 국정농단의 주요인물’로 알려진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대표 소유의 골프장이라는 점에서 그 의문이 해소된다.

앞서 해당 매체는 김 대표가 2014년 6월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에 임명된 직후 최순실과 함께 골프를 친 정황을 취재로 확인하기도 했다. 당시 김 대표는 최순실 일행 4,5명과 함께 자신의 소유 골프장인 기흥CC에서 골프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J씨는 “최순득 골프 멤버에는 연예인은 물론이고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인 정부 산하 기고관장(차관급)의 부인도 있었다”고 증언하며 얽히고 설킨 최순득의 검은 커넥션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실제 언급된 연예인 중 일부는 현재 정부기관 홍보 대사를 맡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이들이 정말로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J씨가 밝힌 연예인 중 일부는 실제 최순득·순실 자매와 만났다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최근까지 친분을 이어오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언급된 당사자들은 입을 모아 최순득을 전혀 모른다고 부인하거나 어울린 것이 이미 오래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더팩트 보도에 따르면 ‘최순득 연예인’으로 지목된 배우 N씨는 ‘최 씨와 골프 친 적이 전혀 없고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가수 H씨는 “최순득을 어떻게 안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아이돌은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가수 중에 최 씨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라디오 음악 선곡도 지시했다?

이 가운데 최순득이 연예계 스타들과 인맥을 쌓으며 ‘라디오 방송’ 선곡까지 좌지우지 했다는 증언도 나와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당시 라디오 방송 선곡과 관련된 유명 라디오 DJ로는 강석이 지목됐고 최양락이 진행하던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가 개편이란 이유로 MBC에서 강제 하차한 점이 시기적으로 최 씨의 입김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욱이 J씨가 당시 증언에서 “최순득이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바쁘니까 방송국으로 뭔가를 갖다주라는 심부름도 했었다”며 “차에서 최 씨가 전화를 걸어 ‘어떤 것을 틀어라’고 말하면 실제 라디오에서 방송을 틀었다”고 말하기도 해 주장에 신빙성을 더욱 높였다.

이미 최순실·차은택은 막후에서 청와대 측근이란 권력을 휘둘러 각종 비리에 연루된 상황이다.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에게 ‘최순득 연예인’이라는 주홍글씨는 연예계 생활에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앞서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연예인들의 이미지 타격을 보아온 터라 최 씨일가와 옷깃이라도 스쳤던 다수의 연예인들이 구체적인 해명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간의 행보가 현재 어떤 면에서도 득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오히려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최순실 사태에 깊이 관여된 ‘검은 커넥션’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만 키우는 촉발제로 작용했다.

이처럼 최순득 운전기사가 연예계 인맥을 폭로한 후에도 연예인들의 대처가 미진하자 일명 ‘네티즌 수사대’가 출동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이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해당 연예인들의 신상을 추측하는데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

이에 부리나케 일부 연예인들은 직접 해명에 나섰다. 더욱이 다른 스캔들에 비해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최순득 연예인’ 논란은 그 파장이 차원이 다른 만큼 강경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우선 최순득이 연예계 친분으로 방송인에게 음악 선곡을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해당 루머의 주인공으로 밝혀진 강석이 입을 열고 나섰다. 그는 최순득과의 친분을 인정했다.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그는 “최순득과 아는 사이는 맞다. 하지만 이미 10여년 전 일이다”라며 “나도 지인을 통해 소개받았고 당시엔 강남에 돈이 많아 연예계에 관심 있는 사람들 중 하나로 알았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그 사람이 최순실의 언니라는 사실도 나는 이제야 알았다. 모른다고 하진 않겠다만 마치 모종의 관계가 있는 듯이 비춰지니 나도 난감하다. 부디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양락의 하차 논란에 관해서도 MBC 측이 즉각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달 20일 MBC 라디오국은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개편은 일시적인 청취율 등락에 따라 결정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경쟁력이 하락 추세를 그려 단행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청취율이 많이 올랐음에도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았다’는 최양락의 주장은 코미디”라고 밝혔다.

최양락은 이에 대해 몇몇 언론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일일이 대응할 가치조차 없고 자의적인 해석과 일방적인 주장을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않고 기사화해 MBC라디오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표하며 폭로성 기사에 혈안이 된 언론 매체를 비판했다.

‘최 씨 일가 연예인’ 낙인찍기 그만해야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떠도는 루머에 지목된 연예인들이 ‘최순실·최순득’과의 친분으로 여러 혜택을 얻은 파렴치한 연예인들로 낙인찍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관심끌기 식 여론몰이도 문제지만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에도 ‘무조건 아니다’라고만 부인하는 대다수 연예인들의 해명 방식이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루머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연예인들은 이제 하나 둘 자신의 불쾌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 10, 11월에는 ‘최순실·차은택’과 관련됐다며 언급된 양현석, 싸이, 이승철, 제시카 등이 최순실 연예인으로 줄줄이 낙인찍힌 바 있다.

최순실, 차은택과의 친분으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직접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왜 사람들이 지라시(증권가 정보지)를 믿고 싶어 하는지 이해 안 된다. 차은택 감독님도 본 지 10년 됐다. (최순실 게이트와)연관성은 0%다”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진위 여부를 떠나 직접 입을 열고 당장의 논란에 대해 맞대응을 하자 루머는 줄어들었다.

또 YG엔터테인먼트와 제시카, 이승철 등은 향후 근거 없는 루머를 구두 및 SNS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하거나 사실 무근인 내용을 전파할 경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덧붙이기도 했다.

연예계에선 최순득의 ‘김장 모임, 골프 회동’ 등에 참석한 연예인을 둘러싸고 운만 뗀 상태로 의혹만 가중된다면 더 많은 연예인들이 ‘낙인찍기’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유머러스하게 받아넘길 힘도 없고 해명할 처지도 못 되는 수많은 낙인찍기 피해자들은 그대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라며 “악성 루머로 몰아가는 것은 대단히 잔인하고 후진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낙인의 내용과 진실 간의 거리는 그 사회가 ‘소통’ 그리고 ‘성숙’이라는 가치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다. 테크놀로지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인터넷과 SNS를 통한 무문별한 낙인찍기가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국사회를 결코 수준 높은 성숙사회라 부를 수 없는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뚜렷한 증거나 실명 거론 없이 변죽만 두드리는 의혹들은 여론의 호기심을 더 자극시키고만 있어 연예계가 이 루머와 사실이 범벅된 ‘최 씨일가 연예인’ 마녀사냥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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