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통치한 카다피 죽은 뒤 나라가 동서로 나뉘어 지리멸렬
분쟁 틈타 이슬람국가(IS) 전사들이 비집고 들어와 일부 점령

2011년 초 ‘아랍의 봄’ 시위와 함께 시작돼 그해 가을 카다피의 죽음으로 절정을 이뤘던 리비아 분쟁이 유엔의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리비아 상황은 제법 희망적인 것 같았다. 이 나라를 동서로 나누어 각각 지배하고 있던 경쟁적인 두 정부는 2년간 서로 싸웠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17일 양측 대표자들이 유엔이 중재한 평화 제안에 합의했다.

모로코의 해변 휴양지 스키랏에서 서명되었다고 해서 ‘스키랏 협정’이라 불리는 이 합의에 리비아 서쪽 지역의 이슬람계(系) 제헌의회(GNC)와 동쪽 지역의 하원(HOR) 의회가 참여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HOR 의회 의원 80명과 GNC 의원 50명이 스키랏에서 GNC 계 정부 인사인 사업가 출신 파예즈 엘사라즈를 총리로 하는 17명 규모의 임시정부 대통령위원회 수립에 합의했다.

이 위원회는 향후 2년 동안 임시정부로 활동하면서 총선을 준비하도록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리비아의 양대 정파가 체결한 통합정부 구성 합의, 즉 스키랏 협정을 만장일치로 지지했다.

당시 안보리는 리비아에 구성될 대통령위원회의 통합 정부(GNA)가 리비아 내 유일 적법 정부라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향후 30일 이내에 실질적인 통치조직을 구성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엘사라즈 총리가 지난 3월 수도 트리폴리에 도착해 GNA를 구성했을 때만 해도 리비아의 앞날은 순조롭게 풀려나갈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뒤의 사태 전개는 유엔의 희망과 달랐다. 표면상 일부 강력한 군벌들의 지지를 업은 새 정부는 광범한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HOR 의회는 엘세라즈 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최신 보고서는 스키랏 합의가 리비아 내전을 종식시키기보다 단지 그것을 변경했을 따름이라고 본다. 보고서에 따르면 “1년 전 분쟁은 경쟁하는 의회들과 그들의 관련 정부 사이의 것이었다. 오늘날 그것은 주로 협정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사이의 것이며, 각각은 당초 진영에서 이탈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무장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안전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스키랏 협정에 어느 쪽도 만족하지 않는다. 실제로 HOR는 동부의 최대 무장집단인 리비아국민군을 이끄는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이 스키랏 협정에 따라 권력에서 소외당할 수 있다는 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리비아 내전은 가열될 조짐을 보인다. 지난 9월 하프타르는 해안을 따라 있는 여러 석유 시설들을 점령했다. 현재 대부분 이슬람계인 잡다한 민병대들이 그 지역과 데르나, 벵가지 같은 도시들에서 하프타르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GNA의 국방장관은 하프타르에 반대하는 세력을 규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정부를 지지하는 미스트라타 출신 민병대들 가운데 대부분은 하프타르에 맞서 실제 전투에 참가할 생각이 없다. 그들은 여전히 해안도시 시르테를 점령하고 있는 이슬람국가(IS) 전사들을 쫓아내는 일에 매달려 있다. 국제사회는 IS 격퇴전이 리비아의 단합을 촉진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리비아 서부조차 여전히 분열돼 있다. IS와 싸우는 집단들은, 많은 리비아 사람들이 미스트라타 출신들에게 발목이 잡혀 있으며 국제사회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보는 GNA를 인정하지 않는다. GNA 지지를 표방하는 사람들도 자기 이익에 기초해 쉽게 태도를 바꾼다. GNA 지지자가 반대편으로 붙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외신은 전한다. GNA는 무장 집단들이 활개 치는 수도를 형식상으로만 장악할 뿐이다. 세라즈는 지금도 총리실 대신 경비가 삼엄한 해군 기지에서 각종 회의를 주재한다. 스키랏 협정을 밀어붙였던 외국들은 오히려 불화를 부채질했다. 리비아 사람들은 GNA를 지지하는 서방이, 테러범들과 싸우고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의 흐름을 차단하느라 바빠 리비아 현지인들의 관심사를 소홀히 다루었다고 생각한다. 일부 서방국가들은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 하프타르 장군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프타르는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로부터 무기를, 러시아로부터 조언을 받는다. 하프타르 지지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자기들 편을 들어주기를 원하고 있다. 트럼프는 아직 대(對) 리비아 정책을 밝힌 적이 없지만, 하프타르의 뒷배를 봐주는 압델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 같은 반(反)이슬람 강경론자들을 존중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GNA는 민심을 얻기 위해 한 일이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산발적일 뿐이고 경제는 비틀거리고 있다. 사람들은 예금 인출액이 제한된 은행에서 몇 시간이고 줄을 서야 한다. 그런가 하면 물가는 폭등했다. 정부는 중앙은행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공무원 봉급 지불을 몇 달째 미루고 있다. GNA는 긴급자금으로 15억 디나르(10억 달러)를 배정했지만 이 또한 정식 예산이 통과돼야만 집행할 수 있다. 스키랏 협정에 따라 정식 예산은 HOR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사덱 알카비르 리비아 중앙은행장은 세라즈에게 경제정책이 없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하프타르가 장악하고 있는 해안의 석유 시설에서 더 많은 원유가 생산되고 있으며 그 수입은 중앙은행으로 들어간다. 하프타르의 운명이 리비아에 걸려 있는 최대 문제라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동부와 서부 일부 지역들에서 인기가 높은 그는 알시시가 걸어갔던 길을 따를 수도 있다. 알시시는 군사령관으로서 이집트의 이슬람주의자들을 진압한 뒤 군복을 벗고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됐다. 스키랏 협정 지지자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하프타르가 결코 타협하거나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들은 당장 손안에 들어온 불완전한 합의를 계속 살려나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긴다. 5년에 걸친 격변을 겪은 리비아 사람들은 대부분 전투 중단을 원하고 있다. ICG를 비롯한 여러 단체는 새로운 회담을 촉구해 왔다. 이번에는 현장에서 실제로 사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프타르 같은 사람들을 포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서방은 완고하다. 싱크탱크인 어틀랜틱카운슬의 모하메드 일리자르는 “유엔과 국제사회는, 스키랏 협정이 작동하지 않으리라고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데도 그것만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계속 고집하고 있다”면서 “해법 면에서 창의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한다. 리비아 정정(政情)은 혼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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