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만 벗으면 방탕아로 돌변…성폭행 혐의에 음주사고까지 실망감 가득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안일한 모습 구설수…운동 전념 위해 서둘러 출국 예정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현지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 낼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2년차에 접어든 ‘킹캉’ 강정호는 마운드에서만큼은 성적으로 보답하며 징크스를 호탕하게 날렸다. 하지만 그에 대한 환상은 거기까지, 마운드를 벗어나는 순간 문제아로 돌변해 시즌 내내 불안감을 안기며 다음 시즌 우려만을 남겼다.

강정호는 지난 6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두해 같은 달 2일 발생한 음주사고에 대해 2차 조사를 받았다. 앞서 강정호는 2일 오전 2시 38분께 음주상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귀가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에 경찰은 음주운전 및 사고 후 미 조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당시 동승자 A모씨와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이 일었으나 경찰조사 결과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이미 강정호는 넥센 소속이던 2009년 8월 음주 단속에 걸렸고 2011년 5월에는 물적 피해가 발생한 음주 사고를 일으킨 바 있어 음주운전 삼진아웃 대상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강정호는 이미 올 시즌 중반인 6월 미국 현지에서 20대 여성 성폭행 혐의로 곤욕을 치른 바 있어 이미지가 곤두박질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음주파문까지 겹치며 메이저리거의 위상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킹캉 변수에 소속팀 라인업 흔들

이에 대해 강정호는 “죄송하다. 이제 야구를 잘할 일밖에 없는 것 같다”는 말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강정호가 속한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당혹해하고 있다. 강정호가 어떤 처벌을 받느냐에 따라 2017시즌 라인업이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츠버그는 이번 오프 시즌에서 션 로드리게스를 떠나보냈다. 그는 내야 곳곳은 물론 코너 외야도 소화할 수 있는 알짜배기였지만 2년 1150만 달러(134억 원)에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또 올해 140경기를 뛴 외야수 맷 조이스도 팀을 떠났다. 그는 FA(자유계약 선수) 자격을 취득해 2년 1100만 달러(129억 원)에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앤드류 맥커친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키로 해 피츠버그는 타선을 지탱했던 기둥들이 셋이나 이탈하는 상황이 됐다.

이 같은 위기에 강정호의 음주운전 삼진아웃이 달가울 리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지역 언론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는 지난 7일(한국시간) “한국에서 터진 강정호의 트러블이 파이리츠 팬들에게 불안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해당 매체는 “강정호가 음주운전 삼진아웃은 물론이고 ‘히트앤런’ 사고까지 냈다”며 “한국의 법 시스템을 잘은 모르지만 2017년 시즌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활용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파문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당장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명단에서 강정호를 낙점했지만 이번 사태로 출전이 불분명해졌다.

이에 대해 KBO는 유격수 강정호의 음주운전 징계가 유력해져 대표팀 합류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인식 WBC 한국대표팀 감독은 “한숨만 나온다”고 아쉬움을 드러냈고 KBO 측도 “정확하게 경위를 파악한 뒤 기술위원회를 다시 열어 강정호의 출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차량을 제공한 BMW코리아 측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 최근 수입차 업계에서는 스포츠스타들을 앞세워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절치부심으로 강정호를 내세웠지만 음주사고를 내면서 망신을 당했다.

WBC 거취 놓고 KBO 징계 고심

강정호는 이번 파문으로 인해 서둘러 미국으로 출국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그는 연말을 한국에서 보내고 1월에 미국으로 나가 2017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국일정을 앞당겨 빨리 미국으로 건너가 운동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메이저리그는 음주사고에 대해 징계 대신 재활치료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함에 따라 MLB 노사협상에 명시돼 있는 알코올 클리닉 프로그램을 언제 이수하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관계자에 따르면 강정호는 MLB 및 구단의 징계를 최대한 빨리 이수하는 게 유리하다. 시즌 중에 이수할 경우 경기에 나설 수 없어 직접적인 출전 정지 징계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기간은 보통 한 달 정도다. 한 관계자는 “출국시점을 당긴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KBO 측은 징계를 두고 고심 중이다. 강정호를 징계할 사유와 명분이 충분하지만 타 리그 소속 선수라 규정 적용이 애매하다. 하지만 강정호가 2014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 리그에 진출했기에 한국에 돌아오면 넥센 소속이라는 점과 WBC를 앞두고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곧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KBO 관계자는 “강정호가 지금 우리 리그에 속하지 않았는데 출장 정지 등의 징계를 내리는 게 실효성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경찰에 출석해 진술을 마친 만큼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로써 강정호는 리그 징계로 이번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강정호의 돌발행동을 두고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한 전문가는 “그라운드에서는 매섭게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정작 유니폼만 벗으면 방탕아가 된다”며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도 공인으로서 사회적 역할에 대한 성찰이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한 야구인은 “어렸을 때부터 야구만 잘하도록 하는 분위기에서 성장한 선수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씁쓸함을 남기기도 했다.
소속팀인 피츠버그 역시 “강정호를 야구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강정호 스스로가 이 모든 심각성을 깨닫고 자신의 인식을 바꾸는 노력을 기울일 때만이 진정한 야구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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