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향미 <저자 정연권 / 출판사 행복에너지>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서 피고지는 '야생화'는 무한한 생명력을  지닌 자연의 선물이다. 지천에 피어나는 야생화로 계절을 직감하고 들꽃이 지닌 특유의 색과 향은 심신을 안정시킨다. 책은 ‘야생화’에 담긴 색(色)과 향(香)과 미(味, 美)를 정형화된 도감의 형식에서 벗어나 꽃의 애칭으로 꽃말이 지닌 뜻을  응축된 글로 표현했다. 현 시대상에 맞춰 귀화한 야생화를 소개함은 물론  풀과 나무에서 기생하는 생소한 야생화와 꽃이 없는 양치류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저자 정연권은 지리산 아래 구례군 광의면 유산마을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자란 야생화를 자연스럽게 접해왔다. 1978년 공직에 입문한 저자는 지난 30년 동안 오로지 야생화를 연구하며 ‘야생화 박사’ ‘꽃소장’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야생화 덕분에 농촌지도대상, 신지식인 대통령표창, 대산농촌문화상 등의 다수의 상을 받았고, 매스컴에 자주 등장해 야생화 전령사로서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삶을 보내고 있다.

책은 계절을 따라  ‘봄을 맞이하세나 영춘화’, ‘영원불멸의 금빛사랑 산수유꽃’, ‘봄바람 타고 오시네 큰개불알풀’, ‘별에서 오신 그대 별꽃’과 같은 서정적인 수식어로 야생화를 표현하며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야생화를 친근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책에서 “가꾸는 이 없어도 산야에 스스로 피고 지는 야생화를 꽃 중에 으뜸으로 칩니다. 거기에 더해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피고 지는 야생화 중 지리산 야생화가 더 어여쁘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나의 오래된 친구로서 이미 깊은 교감과 사랑을 나눈 까닭이겠지요. 이 친구들과 함께한 제 인생에는 풍요로움이 가득했습니다. 사진을 찍고, 시를 짓고, 대량 번식 기술을 정립하고 분화와 생태조경이 용이하도록 개발하고, 향을 추출하여 향수를 만들고, 오래도록 만나기 위해 압화를 만들고, 건강밥상 위의 입맛 도는 나물로 올리고, 언제 어느 자리에서든 일과 힐링이 결합된 일상을 보냈습니다"라고 밝히며 야생화 애찬론자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저자는 지리산 야생화와 친구처럼 동행하고, 연인처럼 아껴온 소소한 이야기로 책을 채워나가며 4,596종의 야생화 중에서 155종을 소개했다. 산야를 누비며 관찰하거나 재배한 경험들과 느낀 감성, 순간순간 찾아온 의미와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SNS에 게재했던 글귀를 모아 간추리고 정리한 것들로  책을 채워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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