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끝내고 1조 빚 허덕이는 인천…강원도에 재현되나?

강원도·조직위, 대회 치른 뒤 경기장 활용 방안 마련 시급해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개최를 1년 2개월 앞둔 2018 평창동계올림픽(평창올림픽)이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최순실 국정농단’ 등 초유의 사건들과 맞물리며 예산 감액과 차가운 분위기로 뜻하지 않은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씨가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해 올림픽을 이용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올림픽을 향한 시민들의 시선도 차가운 상태다. 반면 최순실 불똥이 공연히 올림픽으로 튀었다는 볼멘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어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개최를 앞둔 상황이지만 행사 개최지인 강원 평창군은 축제 분위기는 고사하고 냉기만 돌고 있다. 2011년 세 번의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전력에 무색하게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유치 당시 최대 64조9000억 원에 이르는 경제효과가 기대됐지만 최순실 게이트의 온상으로 지목되며 신뢰도가 급락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비선의 주축인 최순실 씨가 소유한 더블루케이가 약 3000억 원에 달하는 평창올림픽 시설공사 사업 수주에 관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3월 동계올림픽 경기 시설 설치 및 해체에 특화된 기술을 보유한 스위스 스포츠시설 전문 건설회사 누슬리(Nussli)와 신생기업인 더블루케이가 업무협약을 체결한 정황에 당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관여했다고 전해졌다. 두 회사가 사업협력 관계를 맺고 난 후에는 청와대와 정부가 노골적으로 건설사 입찰에 누슬리를 밀었다는 정황도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문체부는 개·폐회식장 설계를 돌연 사각형에서 오각형으로 변경해 늦어진 공사 일정에 더욱 차질을 빚었다. 또 오각형 설계로 4만 석이던 관람석이 5000석 줄어들어 입장권 매출 손실도 약 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무리한 설계 변경은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영상제작자 차은택 씨를 위한 예산 확보 차원이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체부는 3월 평창문화올림픽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약 200억 원의 거액을 들여 개·폐회식장에서 대형 야외공연을 개최한다는 무리한 계획을 짰다.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도 자신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각종 이권을 챙기려 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설상가상 대통령 탄핵안까지 가결되며 현재 국정운영은 마비됐다. 정부가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자 강원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올림픽 특수는 고사하고 ‘제대로 치를 수나 있을까’ 하는 한숨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무너진 정부 신뢰도 기업 후원금도 뚝

무엇보다 원활한 대회 개최를 위해서는 현재 조직위와 강원도의 만성적인 예산부족을 해결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은 유치 당시에는 8조~9조 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미 11조4400여 억 원이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인프라 건설에는 지금까지 총 3조90억 원이 사용됐고 이 대부분이 강원도가 부담하고 있다. 문제는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축에 속하는 강원도가 대회 개최 후 짊어질 엄청난 부채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냐는 점이다.

이처럼 기업의 현금 후원이 절실한 상황에 이르자 최근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 특별위원회(평창특위)는 공공기관, 금융, 민간 기업이 후원이나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은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공공기관 등 후원 지원 촉구 및 권유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예정된 후원협약식도 잇달아 연기되고 올림픽을 둘러싼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지면서 기업 후원도 잔뜩 위축된 상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과연 요즘 같은 시국에 현금을 내놓을 곳이 몇이나 될까 싶다. 괜스레 긁어 부스럼 만들까 후원금을 내놓는 기업이 적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백유 조직위 대변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올림픽을 대하는 시선이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많이 차가워졌다. 하지만 비선실세의 이권 개입과 무관하게 평창올림픽은 국가적 위신이 걸린 문제인 만큼 반드시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한다. 부디 평창올림픽에 국민의 관심이 끝까지 이어지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올림픽과 같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는 국가 위상을 단숨에 높일 수 있는 효과적 수단으로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개최지로 결정되면 수십조 원의 경제 특수를 누릴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쏟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실상은 막대한 투자비용과 치러야 할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하계 올림픽보다 규모와 참가국이 적은 동계올림픽은 이 올림픽의 저주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다.

앞서 인천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난 후 ‘부채도시’가 됐다. 게임이 끝난 지 2년이 지났지만 관련 채무만 아직 1조76억 원에 달하고 인천 곳곳에 설립된 16개의 신설경기장들도 추후 사용 방안을 안이하게 계획한 탓에 마땅한 수입원을 찾지 못하고 빚을 늘리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도 자칫 하다간 인천 선례와 같이 ‘빚잔치’로 끝날 위험요소가 다분하다. 전문가들은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남은 1년여의 ‘골든타임’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원도는 올림픽 개최 후의 경기 시설의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해 철저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신설한 6개의 경기장 가운데 활용 계획이 미흡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과 정선알파인경기장을 활용할 관리주체를 하루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조직위는 지난 16~18일 진행된 테스트이벤트(사전점검대회) 티켓 중 17일 경기 입장권이 전량 매진되며 대박 조짐을 보이는 만큼 이 시기에 흥행의 불씨를 댕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도 지난 13일 부랴부랴 장관 직속의 전담조직을 추가 마련했다. 문체부는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지원단’을 통해 문체부 내 콘텐츠, 관광, 홍보 등 올림픽과 패럴림픽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업무를 통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조직 신설은 국내외에서 새어나오는 월드컵 성공 개최에 대한 걱정을 잠재우고 차가워진 시민들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 오는 18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설명회’를 개최해 외국관광객을 맞을 수용 태세는 잘 갖춰져 있는지, 올림픽을 치르고 난 뒤의 경기장 등에 대한 사후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평창올림픽을 강원도의 관광을 육성하는 방안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윤선 장관은 “이제 평창올림픽이 1년 정도 남아 있는데 올림픽이 우리나라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문화, 관광, 경제, 환경, 평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산을 남길 수 있도록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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