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국책은행들이 기업에 특혜·부당 대출을 해 1300억 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6~7월 금융감독원과 3개 국책은행, 3개 공적보증·보험기관 등에 대해 기업금융시스템 운영·감독 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34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21일 밝혔다.

산업은행은 2013년 12월 4개 은행 합동으로 A사에 당시 대표이사의 연대보증과 개인자산 담보를 조건으로 3000억 원 규모의 대출금을 빌려줬다. 하지만 A사는 7개월 뒤 돌연 대표이사의 사임을 이유로 연대보증 면제와 담보 해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대출시 한 구두 약속을 명분으로 대체 담보를 확보하는 등의 채권보전 방안 없이 담보를 부당 해지해줬다. 이후 A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산업은행은 대출잔액 117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기업은행 한 지점의 B팀장은 지난해 1월~올해 7월 13개 기업에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355억 원에 달하는 특혜성 대출을 진행했다.

B팀장은 당시 10개 기업의 실질적 경영자가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해당 기업의 대출 신청 중 일부가 실제 상거래가 없는 자금융통 의심 거래라는 통보를 본점으로부터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대출을 감행했다. 이는 결국 대출금 미상환으로 이어졌으며 기업은행은 208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2013년 4월~2014년 4월 2개 은행과 C사의 수출 채권을 대상으로 보상한도 1억1900만달러(약 1420억 원)의 단기수출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은행들이 C사로부터 매입한 수출채권을 회수할 수 없게 되면 무역보험공사가 은행에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이었다.

문제는 보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는 수출채권에 보험 계약을 체결해줬다는 점이다. 해당 보험의 대상은 ‘국내기업이 지분 10% 이상을 갖고 있는 해외현지법인을 통해 생산·가공한 물품의 수출거래’였다. C사는 해외현지법인 지분이 전혀 없었다.

결국 C사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LCD TV 등을 수입하기로 한 미국 업체가 물품인수를 거부하면서 해당 수출채권은 휴지 조각이 됐다. 보험책임 발생 시기도 선적일로 잘못 잡는 바람에 무역보험공사는 2개 은행에 7900만달러(약 940억 원)를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금감원의 경우 실제 상거래가 이뤄졌는지 의심되는 기업여신이 여전한데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금감원은 2014년 허위 외상매출채권을 이용한 약 2800억 원 규모의 대출사기가 발생하자 부당 여신 방지를 위해 지도·감독을 강화하기로 하고 상거래자료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지난 3월 한 달간 5개 은행이 취급한 결제성 기업여신 3조4905억 원을 표본 조사한 결과 실제 상거래가 없었던 기업 대출이 316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원은 금감원에 실제 상거래의 존재가 의심되는 결제성 여신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고, 해당 국책은행에는 특혜·부당 대출 및 수출보험 심사업무를 태만히 한 관계자들에 대해 면직·정직 등의 조치를 내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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