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총체적 위기이다. 경제와 민생은 살얼음판 같다. 안보상황은 파국점을 향해서 가고 있다. 지금 종북좌파가 주도하고 있는 촛불정국과 광장폭정을 만든 것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失政)이 일차적인 이유지만,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순이-효순이 사건을 미군의 살인사건이라고 규정한 좌파언론에 대한 책임규명과 거짓으로 밝혀진 광우병 촛불 시위 주동자들에 대한 단죄(斷罪)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법치가 무너졌고, 헌정질서가 유린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매우 유감이라고 생각한다. (....) 미국 국민들도 박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고 있다는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다. 대통령의 탄핵문제는 다시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최근 국내정치 언급은 실망스럽다. 반 총장은 뉴욕 현지 간담회에서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믿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6·25전쟁을 제외한 최대의 정치혼란’이라는 역사인식을 피력했다. 6.25가 외환사태라면 최순실 국정논단은 내우사태란 말인가? 친박과 거리두기로 보이는 이 같은 촛불세력에 영합하는 발언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국민은 지금 유심히 반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당론을 파기하고 탄핵에 앞장섰던 비박계가 비상대책위원장과 전권을 안준다고 새누리당을 집단 분당하겠다고 결의했다. 그런 분당세력이 반 총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인지 최근 언론 인터뷰를 보면 반 총장은 정당 선택에 대해서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나라를 이끌겠다는 지도자는 뭔가 달라야 한다. 시류에 흔들리면 안 된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역사관, 가치관에 따라 일관성이 있게 행동해야 한다. 잘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촛불’을 우군(友軍)으로 여기며 대선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벌써부터 섀도우 캐비닛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국민의 눈에는 오만하게 보인다. 독일의 학자 노이만은 “사람들은 자기 의견이 지배적인 여론과 같다고 느끼면 적극 표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침묵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중도층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최근 탄핵 정국에서 여당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민심은 야당도 탐탁해 하지 않고 있다. 보수층 상당수가 야권에 흡수되지 않고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의 안철수는 1997년의 김종필과 다르다. 김종필은 대통령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에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김대중과 DJP 정치연대를 했다. 그러나 안철수는 대통령의 꿈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는 3자 구도가 되든 4자 구도가 되든 문재인과 후보 단일화 보다는 대선 주자로 끝까지 뛸 것이다. 그래서 대선정국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못할 짓(‘르윈스키 스캔들’)을 해서 탄핵을 당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한 명도 이탈하지 않고 클린턴 대통령을 지켰다. 그러나 새누리당 비박계는 자신의 정치생명 유지를 위해 자당(自黨)의 대통령을 종북좌파와 야당에게 재물로 바쳤다. 적과의 동침으로 여당을 야당의 식민정당으로 만들었다. 이는 정치적인 신의 이전에 인간적인 신의를 저버린 패륜이며 ‘사상적 배신’이다.

반 총장이 21일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선택지를 시험받고 있다. 그는 제 3지대나 새누리당 분당세력과 손을 잡거나, 창당을 해야 할 상황이다. 제3지대는 신기루다. 제3지대에 몸을 의탁하면 고만고만한 ‘난장이’가 되고 만다. 분당세력과 손을 잡으면 보수 본류와 등지는 것이라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신당 창당은 시간이 없고 지난(至難)한 길이다. 길은 한줄기 외길뿐이다. 건국 이후 산업화-민주화의 금자탑을 쌓은 보수 본류와 손을 잡아야 한다. 반 총장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으로 신보수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 새누리당을 환골탈태시키고 재창당 수준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한다는 소명의식과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정면돌파할 때에만 ‘대권의 성문(城門)’이 열릴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다.

지금 물길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38~42%나 되는 보수는 서서히 결집하고 있다. 멀지 않아 태극기 세력이 촛불 세력을 제압할 것이다. 방향타를 잃고 표류하는 새누리당은 개혁적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빨리 추대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혁신과 통합을 위한 재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좋은 후보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대선 후보와 함께 다시 태어나야 한다. 새누리당 당원들이 앞장서서 보수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들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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