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양과 이상호씨의 대리인격인 A씨가 합의한 합의서 사본.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이 드러나 김대중 전대통령의 처남 이상호(77)씨에게 지난 11월 25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은 이씨가 △국내 유명사찰에서 정부보조금 지원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따주겠다며 2,000만원을 받은 혐의 △대구에 있는 섬유회사의 부채를 탕감해주겠다며 6,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한 이씨는 ‘원조교제’ 혐의도 받고 있다. 더구나 이씨가 원조교제 상대자인 여모양과 5,000만원에 합의한 사실이 <일요서울>에 의해 단독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씨의 원조교제 전모를 파헤쳤다.

1983년생인 여모양과 이상호씨가 5,000만원에 합의한 시기는 지난해 9월 10일이다. 여양과 합의한 사람은 이씨의 대리인 격인 A씨. 이씨와 자주 만난 A씨는 대구에서 채소납품업을 하는 여성이다. A씨는 이권 사업과 관련, A씨의 잔심부름을 도맡아 해 온 사람이어서 한동안 두 사람의 신뢰관계는 돈독했다. 여성인 A씨가 여양을 만나 여러 차례 합의를 시도했고, 결국 지난해 9월에 5,000만원에 합의했다. 합의서에서 여양은 “그동안 제겐 너무 힘겹고 고통스런 날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약속을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A사장님께 빌려서 주신 오천만원 잘 받았습니다”고 적었다. 또 여양은 합의서를 통해 “이번 일로 회장님께(여양은 이상호씨를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누를 끼친 것 죄송하게 생각하여 언론이나 기타 법적인 문제는 일체 거론치 않겠습니다”며 ‘원조교제’를 문제삼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여양과 합의한 부분에 대해 A씨는 “이상호 회장님의 부탁을 받고 여양과 합의했다”며 “당시 합의금 5,000만원은 전부 내 돈이었고, 나중에 회장님으로부터 3,000만원만 돌려받았다”고 말했다.이씨 역시 이 부분은 부인하지 않는다. 검찰에 구속되기 전 여러 차례 기자와 만난 이씨는 “여양과 합의한 것은 사실”이라며 “돈이 없어 A씨에게 2,000만원을 주지 못했다”고 말해, 사실상 원조교제 혐의를 시인했다. 그렇다면 이상호씨와 여모양이 어떻게 만나 원조교제를 했을까. 이씨가 여양을 만난 시점은 2001년이다. 만 18세인 여양이 이씨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확실치 않다. 이씨는 이에 대해 “A씨가 서울에 있는 K룸살롱에 데려가 처음 만나게 됐다”고 밝혔지만, A씨는 “그런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경위는 분명치 않지만, 이후 두 사람은 자주 만나게 됐다. 여양이 A씨에게 건네준 경위서를 통해서 두 사람이 자주 만났다는 것이 확인된다.

여양은 이씨를 만난 장소를 경위서에 자세히 기록해 뒀다. 경위서를 통해 이씨와 여양이 만난 것으로 확인된 것만 모두 8번.롯데호텔, 힐탑, 프라자, 썬샤인, 미라보, 조선호텔 등에서 만났다는 게 경위서의 요지. 주로 토요일과 월요일 밤 8시~10시경에 만났다는 것이다. 또한 이씨가 사업차 대구를 방문할 때도 여양과 잠자리를 함께 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대구를 방문해 호텔에 가면 여양이 와 있었다”며 “A씨가 서울서 대구로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그런 적이 없다”며 “회장님이 서울서 여양을 데리고 내려왔다”고 반박했다.골동품 판매 문제로 일본 출장이 잦은 이씨는 여양과 함께 일본으로 여행갈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A씨를 통해 여양의 여권을 만들게 되지만, 두 사람이 일본으로 나가지는 못했다. 사소한 문제로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이씨와 여양은 호텔을 찾아다니며 깊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대전 만남에서 결정적으로 두 사람이 틀어지게 된다.대전 모 호텔에 투숙했을 때, 금전 분실 사건으로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고 만다. 사라진 50만원이 갈등의 원인이었다. 50만원이 없어지자 이씨가 여양을 나무랐고, 이 일로 두 사람의 만남도 끝나게 된다.

이상호씨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여양은 “정말 해도 너무 하시네요. 어떻게 저한테 이러 실수가 있어요. 정말 너무 하네요”라며 이씨를 원망하고 있다.(박스 기사 참조)대전의 모호텔 금전 분실 사건을 계기로 여양은 이씨에게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게 된다. 편지를 통해 여양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회장님을 만났다”며 만나면서 했던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여양과 합의서를 작성하게 된 것도 결국 이 ‘약속’ 때문이란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이상호 회장님이 나중에 아파트를 사주기로 하고 여양과 만남을 가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씨는 “그런 약속 한 적 없다. 한번 놀 때마다 100~150만원씩 줬다”며 약속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이상호씨의 원조교제 혐의 부분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여양이 미성년자인 것을 이씨가 알았느냐’는 점이다. 이씨는 이 부분에 대해 “A씨가 얘기해서 여양이 미성년자임을 알았다”며 “안 시기가 만나고 있을 때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한번 놀 때 100~150만원 줬다”

이상호 확인인터뷰이상호씨의 각종 비리혐의는 이씨가 구속되기 전에 이미 <일요서울>에서 확인했던 부분이다. 8월17일자(485호)에서는 ‘DJ처남 이상호씨 1억 뇌물 수수 의혹’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해인사 진영각 신축과 관련, 1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바 있다. 이씨의 원조교제 혐의 부분도 이미 취재를 마쳤지만 고령인 이씨의 인격을 고려, 보도를 미뤄왔다. 하지만 이씨의 원조교제 의혹 부분도 검찰 수사 대상이어서 그동안 취재한 내용을 전격 공개하기로 했다. 다음은 이씨가 검찰에 구속되기 전 기자와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다.

- 여모양을 처음 어디서 만났나.▲서울에 있는 K룸살롱에서 처음 봤다. 그곳도 (대구서 채소업을 하는)K씨가 데려갔다.(K씨는 이 부분을 부인했다.)

- 여양이 미성년자인줄 몰랐나.▲업소에서 일하는 여자인줄만 알았다.

-그럼 미성년자인지는 언제 알았나.▲K씨가 얘기해서 알았다. 만나고 있을 때인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

- 그럼 5,000만원을 주고 합의서는 왜 작성했나.▲동대문 의류가게 나간다며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했고, 또 (여양과)어머니가 아파 입원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양과)한번 놀 때마다 100~150만원을 줬다.

- 처음 만날 때부터 나중에 아파트를 사준다는 조건으로 만난 것은 아닌가. ▲그런 적 없다.

- 여양의 편지에 ‘약속했다’는 부분이 나오던데. ▲….

- 대구에 내려갈 때 여양과 동행하지 않았는가.▲동행한 적 없다. 대구에 내려가 호텔에 갔을 때 여양이 와 있었다. 대구에 살고 있는 K씨가 데려왔다.(K씨는 “이상호 회장님이 직접 여양을 데리고 대구에 내려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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