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황교안'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권한대행 겸 제44대 국무총리다.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가 가결돼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국군통수권 ▲선전포고권 ▲조약체결·비준권 ▲긴급명령 및 긴급경제명령 발동권 ▲계엄선포권 ▲공무원 임명권 ▲국민투표 부의권 ▲헌법 개정안 발의·공포권 등이 그에게 넘어갔다. 다만 황 권한대행이 이 권한을 모두 행사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이에 따라 황 권한대행은 먼저 국회와의 소통·협치 행보를 보이면서 대국민 소통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이 지난 22일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는 것도 본격적인 국회와의 소통과 협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된다.

최순실게이트 공범 비판은 잘못, 당당함 보여
인사권 논란 감안하지만 필요한 인사는 한다

향후 시민사회·외교안보 원로간담회 준비
사회 각계 분야 대국민 소통 확대 예정

<정대웅 기자>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 정부 초기 법무부 장관으로 현 정부 최장수 장관 재임 기록을 세운 후 국무총리로 발탁된 인물이다. 현 국정 난맥상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과 나눠서 져야 할 인사라는 점에서 한때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를 의식이라도 하듯 황 권한대행은 지난 21일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황 권한대행도 공범이라는 촛불 민심에 동의하나”라고 묻자 “제가 박근혜 대통령을 잘 보좌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면서도 “공범의 의미는 잘 아시겠지만 그런 것을 공범이라고 하면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 의원이 “헌법에는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돼 있다”라고 재차 지적하자 황 권한대행은 “공범과 그것은 다르다”라고 받아쳤다.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와 관련해 “2∼3년 늦춘다고 중국의 생각이 바뀔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사드 문제로 보복하겠다고 한 번도 말한 적은 없다”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비과세 장벽 등 사실상의 대응조치로 보이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황 권한대행은 사드 배치의 시급성과 관련해 “북한의 핵 도발에 대응하는 부분은 한시도 늦출 수 없기에 먼저 할 건 해 나가고 같이 해 나갈 건 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관련해서도 “올해 같은 북핵 도발은 유례가 없다”면서 “대비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야 하는 시점이라서 정부가 어렵다”면서 “힘을 모아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소신발언들 주목 받아

이어 “안보를 위해 할 수 있는 대로 신속하게 배치해야 한다”며 한국과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12월 첫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반대 여론이 67%고 찬성 여론은 17%에 불과하다”며 “이 정도 되면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접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황 권한대행은 이에 대해 “현장 검토본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와 병행해 여러 분들의 의견을 모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현장에서 적용할 것인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황 권한대행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사례도 있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하태경 의원이 황 권한대행과 정면 충돌했다.

이날 하태경 의원은 최순실 청문회에서 이영선,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불출석 사유서를 언급하며 배후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연가를 내준 부서장을 경질시키고 이를 도와준 이들을 찾아서 모두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황 권한대행은 “지금 그런 말을 제가 여기서 할 수 없다”며 “내용을 알아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태경 의원은 황 권한대행의 이런 모습에 “이 자리에서 명백하게 답변하지 않으면 황 대행이 그 배후에 있다고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또다시 최순실에게 부역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촛불에 타 죽고 싶으냐”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에 황 권한대행은 “함부로 말씀하지 말라. 부역이라니요”라고 분노에 가득 찬 듯 보였지만 하 의원은 “명백한 증거를 보여드렸는데도 조사하지 않고 알아보겠다고 말씀하시는 게, 책임 있는 권한대행의 자세냐”고 그를 코너로 몰아세웠다.

이런 하태경 의원의 태도에 황 대행은 “알아보겠다고 하지 않았냐”라며 “말씀하실 때 삿대질하지 말라”고 핏대를 세웠다. 이 일이 있고 하루 뒤 하태경의원은 “(제가) 이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권한대행께 과도한 언사를 사용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황 총리께도 개인적으로 사과드렸다. 국민 여러분께도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꼬리를 내렸다.

인사권 행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공석인 공공기관장 인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황 권한대행은 “공석으로 인해 공무의 연속성이 훼손될 경우에는 인사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라며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해 논란이 있으니 그런 부분은 감안하되 원칙은 맞는 인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공공기관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민정책연구원 ▲인천항만공사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저작권위원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문화재재단 등 8곳이다.

기관장의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자를 찾지 못한 공공기관은 한국전력기술, 한국무역보험공사, 우체국물류지원단, 국립공원관리공단 16곳이다.

정부 관계자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인사권 행사 의지를 공언하면서 꽉 막혔던 공공기관장 인사가 다시 시작됐다”며 “권한대행 체제에서 독단적 인사를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국회와의 협의, 각 부처의 의견을 반영한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현상 유지 vs 색깔 내기

그러나 야당은 여전히 황 권한대행이 안보, 경제, 민생을 챙기며 과도내각을 관리하는 소극적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 내에서는 필요한 경우 인사 등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황 권한대행을 옹호하는 모양새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황 권한대행이 현상유지의 관리형 대행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과 자신만의 색깔을 낼 것이란 전망이 혼재돼 나타나고 있다.

야권에서 황 총리가 임시로 대통령 직무를 대리하는 만큼 현상유지를 벗어나는 직무를 수행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정마비를 막는 최소한 수준으로만 제한하는 셈이다.

반면, 황교안 대행체제 장기화 관점에서 황 총리가 본인의 색깔을 낼 수 있단 시각도 만만치 않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두 달 남짓 만에 이뤄졌지만, 박 대통령 탄핵심판은 최대 6개월 소요될 수 있어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서라도 황 총리가 보다 폭넓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만약 헌재가 박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경우 황 총리 권한 대행 기간은 탄핵 인용 후 2개월 내 치러지는 대선까지 최장 8개월이 될 수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공안검사 출신에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한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하면서 보수 결집의 아이콘이 될 수 있고, 대통령과 동일하게 인사권과 정책결정권도 행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황 권한대행은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2년 12월 춘천지방검찰청 검사시보로 시작, 공안통으로 불리던 검사로 활동했다. 부산고등검찰청장을 지내고, 2011년 9월 19일부터 2013년 1월까지 대한민국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2013년 제63대 법무부 장관이 되었고, 법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일환으로 무변촌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마을변호사 제도를 신설했는데 시행 초기에는 실효성이 적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시행 자체와 관련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후 계속 제도를 보완해 대한민국의 전체 무변촌 1412곳에 마을변호사 1455명을 배치했다. 2015년 5월 제44대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돼, 2015년 6월 18일 취임했다.
‘법과 원칙’을 앞세우며 부정부패 근절에 주력하는 한편 활발한 현장 행보로 ‘현장소통형 총리’로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도 보였다.

지난 6월 16일 총리실에 따르면 황 총리는 지난 1년간 481차례에 걸쳐 공사현장, 산업현장, 교육현장, 주거현장, 서민복지시설 등 각종 현장을 누볐다. 주말이나 휴일까지 모두 포함해 하루 1.3회 꼴로 현장을 다닌 셈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와중에 취임해 취임 첫날 임명장을 받자마자 곧바로 병원부터 찾아 사태 수습을 지휘했고 메르스대책회의도 총리 주재로 격상시켜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스스로를 ‘안전 총리’로 규정한 황 총리는 이후에도 캠핑장, 공사장 등 각종 현장을 찾아 안전을 살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부터 ‘국민안전 민관합동회의’를 운영, 지금까지 총 9회 회의를 통해 20개 분야별 안전대책도 논의했다.

또한 그는 지난 1년(6월10일 기준)간 51회 국무회의에 참석해 법률공포안 885건을 비롯한 안건 2184건을 심의·처리했다. 국무회의를 통해 서민생활 안정, 주요법안 처리 노력 당부 등 153건의 지시를 내렸다. 세종청사-서울청사 간 영상 국무회의를 활성화(14번)해 행정효율성 제고에도 노력했다.

취임 1돌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정부의 크고 작은 현안과 사회적 갈등에 대해 “예민하게 챙기며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취임사에서 제시했던 안전한 사회·잘사는 나라·바른 국가·따뜻한 공동체와 함께 규제개혁의 5가지 목표를 위해 그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면서 “앞으로도 국민들이 바라는 서민 생활 안정과 국민 안전, 부패 척결을 통한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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