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 단계에 맞춰 인류 문명이 진보를 거듭해
과거 인간 사이에서 교체됐던 일자리가 미래에는 실종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미국의 문화·교양 주간지 ‘뉴요커’는 최근호에 실은 ‘우리의 자동화된 미래’라는 기사에서 “당신이 일자리를 로봇이나 컴퓨터에게 빼앗기는 데 앞으로 얼마나 걸릴까”라고 겁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런 질문을 제기하는 책은 요즘 차고 넘친다. ‘미래의 산업들’, ‘전문 직업인들의 미래’, ‘미래 발명하기’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책의 저자들은 법률, 금융, 정치 이론처럼 전공 분야가 다양하지만 저자들이 책에서 도달하는 결론은 동일하다. “멀지 않은 미래에 그렇게 된다”가 그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마틴 포드는 ‘로봇의 부상(浮上)-기술과 일자리 없는 미래의 위협’이라는 저서에서 “당신이 과거에 한 모든 것의 상세한 기록을 공부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당신의 일을 배울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니면, 학생이 시험 준비를 위해 모의고사를 치르는 방식으로, 당신이 이미 완료한 과업들을 반복함으로써 누군가가 숙달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언젠가는 어떤 알고리즘(일정한 계산 기준을 정하기 위한 일련의 규칙)이 당신의 일을 더 많이 또는 전부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포드는 “당신에게서 일을 빼앗기 위해 컴퓨터가 당신의 지적 역량의 전체 범위를 복제할 필요가 없다. 컴퓨터는 다만 당신이 돈을 받고 하는 구체적인 일들을 할 필요가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3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내놓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의 결론은 “미국의 모든 직업 가운데 근 절반은 아마도 10년 또는 20년 안에 자동화할 수 있다”다.

“일자리 없는 미래의 위협”은 거의 기술만큼이나 오래된 이야기다. 16세기 말 윌리엄 리라는 영국 성직자가 초보적인 양말 짜는 기계를 발명했다. 그는 그 기계에 대한 특허를 확보할 요량으로 그것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에게 보여주었는데, 여왕은 그 기계 때문에 손으로 양말을 짜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봐 특허를 허가하지 않았다. 19세기 초 정교한 양말 짜는 기계가 등장하자 그것은 러다이트(산업 혁명 시대에 기계를 집단으로 파괴한 수공업자)들의 분노의 표적이 됐다. 영국 잉글랜드 북부의 리버세지, 미들튼 같은 도시들에서 방직공장들이 약탈당했다. 영국 의회는 기계 파괴 행위를 사형 범죄로 선포했고, 기계는 계속 발명됐다. 새 기술은 처음에는 뜨개질 하는 사람, 이어 농부, 그 다음으로 재봉틀 직공을 각각 대체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세상은 이러한 연속적인 대체의 물결들, 그리고 그것들이 촉발한 사회적·예술적 운동, 즉 낭만주의·사회주의·진보주의·공산주의의 소산이다. 그 동안 세계 경제는 크게 보아 새 기계들 덕분에 계속 성장했다. 한 직업이 사라지면 또 다른 직업이 생겨났다. 고용은 농장과 방앗간에서 공장과 사무실로 그리고 칸막이 사무실과 콜센터로 이동했다. 이처럼 한 일자리가 사라지고 다른 일자기가 생겨나는 선순환이 계속되면 좋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미래의 일자리가 자동화될 수 있다면?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가르치는 제리 카플란은 컴퓨터 과학자이면서 기업가다. 그는 저서 『인간은 적응할 필요가 없다-인공지능 시대의 부(富)와 일에 대한 지침서』에서 대부분의 작업장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에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음을 강조한다. 물품 창고 안에는 고객들이 자주 찾는 품목들이 서로 가깝게 배치돼 있다. 자루걸레, 비, 쓰레받기 등이 직원이 그 위치를 기억하기 쉽도록 보관된다. 그런데 컴퓨터는 그와 같은 기억술이 필요 없다. 컴퓨터는 물건들이 있는 장소를 알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따라서 로봇 작업자들을 위해 조직된 창고는 전적으로 다른 원칙에 따라 배열된다. 이를테면 자루걸레가 글루건(접착제를 바를 때 사용하는 분무기) 옆에 놓인다. 왜냐하면 두 품목을 함께 주문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카플란은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동화에 관해 생각할 때 그들은 대개, 업무 처리 리엔지니어링(고객 만족 향상을 위해 특히 컴퓨터의 힘을 이용할 수 있게 회사의 조직 등을 재편성하는 것)에 의해 초래되는 더 광범한 혼란이 아니라, 노동력의 단순한 대체 또는 노동자의 속도나 생산성만을 염두에 둔다” 예컨대, 업무 처리 리엔지니어링은, 창고 업무가 얼마나 많이 확대되든 그 창고에서는 사람들이 단지 방해가 될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온라인 판매회사 아마존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아마존은 축구장 여러 개 크기의 거대한 물류 창고를 여럿 운영한다. 상품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무엇을 어디에 보관할지 결정하는 게 만만치 않다. 그리고 거대한 창고에서 특정한 물건 하나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아마존에서는 이 일을 사람이 아니라 키바라는 로봇이 한다. 아마존은 2012년 로봇 회사 키바를 7억5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한국 LG전자에서 만든 로봇청소기처럼 원반형으로 생긴 노란 키바 로봇 3만 대는 아마존의 창고 여러 곳을 휘젓고 다니며 주문을 소화한다. 키바 로봇 한 대 값은 5000만 원이 넘는다. 자동화의 다음 물결에 관해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최근 “향후 20년에 걸쳐 그것이 사회에 미칠 충격이 얼마나 클지 과장하기란 아마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미국 버클리대학 연구팀은 수건을 접는 로봇의 설계에 착수했다. 최근 연구팀은 로봇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에 따라 상용화 시기가 되면 또 얼마나 많은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것인가는 의문을 품게 된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