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올인정치’가 마침내 시작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재신임 선언을 하던 것과 비슷한 셈이다. 최대표는 기존의 온건·보수노선을 강경노선으로 급선회했다. 측근비리 특검문제를 계기로 최대표의 정치스타일이 ‘확’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한 핵심당직자는 “대통령도 모 아니면 도식으로 밀어 붙이는데 우리라고 못해서 안한 줄 아느냐”며 “최대표가 단단히 맘을 먹은 것 같다”고 전했다. 특검비리 문제 뿐만 아니라 모든 불합리한 사안에 대해서도 강경투쟁으로 맞설 것이라는 게 이 당직자의 전언이다. 최대표도 특검정국 이후 “내 마음 속에는 이미 정해진 게 있다”고 강조했다.

최대표의 마음속에 이미 정해진 것은 과연 뭘까. 최병렬 대표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그동안 최대표가 보여준 지도력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정국에서 노대통령 탄핵도 불사할 것이라는 의중을 내비친 최대표. 그의 속내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대표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는 강경투쟁 방식을 별로 탐탁지 않게 여겨 왔다. 그런 그가 청와대를 겨냥해 칼을 들이밀고 있다. 특검 수용 여부를 놓고 청와대와 심각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최대표의 대여투쟁 방식은 180도 바뀌어 가고 있다. 최대표측 한 측근은 “검찰이 한나라당을 쥐잡듯 들쑤시고 있는 것도 청와대의 모종의 지시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이 상황에서 야당이 측근비리 문제를 그냥 덮어두고 가겠냐”며 측근비리 문제와 관련해 단단히 벼르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최대표의 ‘강공’을 ‘준비된 강공’이라고 보고 있다. 특검문제와 관련, 대통령 탄핵, 의원직 총사퇴, 장외투쟁 의지까지 내비친 데는 그만한 ‘믿을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대표가 노대통령과 관련한 확실한 비리 증거를 찾아낸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나라당이나 최대표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은 ‘게임’을 저렇게 강하게 밀고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방탄특검이라는 비난과 여론의 질타를 감수하면서까지 최대표가 강공으로 밀고 나가는데 한나라당 일부 인사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최대표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최대표 주변에서는 이보다 더 놀랄만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들 한다”고 전했다. 최대표의 강경투쟁 노선에 한나라당은 오랜만에 일사불란하게 ‘똘똘’ 뭉치고 있다. 그동안 지도부를 비판했던 의원들도 이번만은 최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다.

최대표가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을 둘러싸고 당 안팎에서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노대통령의 확실한 약점을 잡고 있는 것 아니냐” “어차피 이렇게 가다가 망하느니 모아니면 도식으로 부딪치는 것 아니냐” “측근비리 문제를 끝가지 물고 늘어질 경우 총선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것 아니냐”는것 등이다. 최대표측 한 측근에 따르면 최대표는 지난 달 노대통령과의 단독회동 이후 청와대와의 관계를 이미 설정해 놓았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노 대통령과 단독회동했을 때 ‘정치권이 합의해 오면 마다할 수 있겠느냐’며 분명히 특검법 수용 의사를 밝혔던 노 대통령이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내비친 것에 대해 최대표는 깊은 배신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최대표는 특검 대응전략을 세우기 시작했고, 총선비책까지 구상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최근들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최대표의 총선 비책에 대해 측근들을 비롯해 지도부 핵심의원들도 일제히 함구하고 있다. 최대표의 ‘사인(?)’이 떨어져야 말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내년 총선까지 최대표는 강경드라이브를 멈추지 않을 태세다. 더 이상 노대통령을 믿지 않겠다는 불신이 강한 까닭이다. 자칫하다간 노대통령의 전략에 말려들어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최대표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강경 투쟁이 자칫 국회의 시급한 현안처리 지연으로 이어지게 되면 비난의 화살은 그대로 한나라당에 돌아갈 수도 있다. 여론의 지지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나라당은 걷잡을 수 없는 분열을 맞게 된다. 이러한 우려는 한나라당 안팎에 잠복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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