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나눔 맹형규 이사장(前 행안부 장관)

[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이해 [일요서울]이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3선 의원을 지내고 이명박 정부에서 행안부 장관을 역임한 맹형규 전 장관이다. 3년 전 스스로 선언한 바대로 지금은 자유인이 됐지만, 한가롭게 지낼 팔자는 아닌 듯 바빠 보였다. 퇴직공직자들의 재능기부 모임인 공공나눔 이사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나눔’은 퇴직한 공직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지식이나 재능을 다음 세대를 위해 아무런 대가 없이 도와주는 비영리 단체로 현재 150여명이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공공나눔이 너무 많이 알려지면 지금보다 훨씬 바빠질 것이라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안 된다고 익살을 던지는 맹형규 전 장관을 잠실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現 정치인들 욕심 버려야”
-‘공공나눔’은 사회 환원 인식에서 출발

이명박 정부에서의
3대 업적

장관 시절의 대표적인 업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맹 이사장은 구제역 극복과 국토 종주 자전거 도로망 구축, 그리고 노조와의 대화를 통한 공무원 사기 진작을 꼽았다.

그는 “현재 AI로 수천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하는 대참사가 벌어지고 있지만 지난 2011년 당시 구제역 사태도 엄청난 재앙이었다. 중앙 재난 안전 대책본부장으로서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협조하면서 최선을 다해 막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는 것이 큰 보람으로 남아 있다. 앞으로는 그 때와 같은 재앙적 구제역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맹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말 많은 일을 했다고 회상한다. MB는 장관들에게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했고 그들과 수시로 소통했기에 자신감을 갖고 일을 추진해 나갈 수 있었다는 것. 그는 자전거 마니아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의 국토 종주 자전거 길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편 4대강 사업은 MB정부가 성과를 올린 정책 사업 중 하나인데, 이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이 꽤 있다. 이에 대해 맹 이사장은 “방송 등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녹조현상을 예로 들면서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녹조현상은 기온이 오르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녹조현상은 북한강에서 처음 발생했기 때문에 이 현상이 4대강 사업 때문에 발생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에 4대강 사업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평가를 들어보는 것이 가장 빠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의 사기 진작에 대해서는 부임하고 나서 장관과 노조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노조가 필요한 것과 요구사항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들이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신경을 썼다. 퇴임하기 전에 공무원 노조에서 감사패를 갖다 줬는데, 사무실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비치했다. 지금도 그들과 가끔 연락하면서 지낸다”라고 말했다.

현 정치인들 사욕· 당리 쫓기 바빠
선공후사의 마인드 가져야

현 정치에 대해 맹 이사장은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라고 생각한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각자도생하기 바쁘고, 기회를 가진 사람들은 개인적인 욕심이나 당리당략에 의해 움직이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믿고 의지할 곳이 없다. 이렇게 나라가 혼란스럽고 국민들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는 포퓰리즘적인 리더십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포플리즘은 말하자면 국민들에게 달콤한 말로 선동하는 것인데 이러한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는 지지도가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말로 선동하기보다 혼란스러운 이 상황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처하면서 온 나라가 정치적 위기에 봉착한 상태인데, 이럴 때 정치인들이 정말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이익이나 권력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우리 국민들만 불쌍하게 됐다”며 “정치인들이 가장 유념해야 할 덕목은 ‘선공후사’라고 생각한다. 사보다는 공을 항상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생각은 좋으나 그것이 사적인 욕망에 의해 움직일 때는 모두를 불행에 빠뜨리는 일이다”라고 일갈했다.

맹 이사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박이다, 친박이다 싸우던 사람들이 지금은 당을 갈라서 싸우고 또 갈라져 나온 당에서도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더불어 민주당은 이미 정권을 잡은 듯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국민들 앞에 또다른 오만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런 모습들이 과연 국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지...” 라고 우려했다.

사회 환원
기본 마인드에서 출발

공공나눔의 기본 취지는 그동안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고 현재는 퇴임한 상태인 사람들이 받은 것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기본 마인드에서 출발한다. 공무원 출신들이 대부분이라 퇴직 후 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수익 없이 봉사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것이다.

공공나눔은 창업을 준비하려는 이들이 어떻게 하면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을 수 있는지 등 행정 전반에 대한 지식을 공유한다. 지원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직접 만나 프리토킹으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또한 해외에 진출하려는 소기업자들에게 해외진출 통로를 알려주는 일도 한다. 올해부터는 중소기업 중앙회와 MOU를 체결해서 소기업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맹 이사장은 “지방자체단체와 MOU를 맺어 관련 담당자들이 관광이나 지역 개발 등을 우리와 상의한다. 우리가 아이디어를 내 주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삼척에 내려갔다 왔다.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을 포함한 자문위원들이 있어서 할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국과수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한국인 중 해외에서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거나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관련 단체와 협력해서 이들을 도울 계획이다.

“나이를 먹으니 불우이웃 도우려는
마인드가 저절로 생기더라”

맹 이사장이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 농촌 봉사활동을 한 것이 계기였다. 1960년도는 농촌이고 도시고 할 것 없이 문맹들이 많은 시기였다. 농촌에서 문맹 퇴치 교육을 하고 마을 도서관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보리밥과 된장에 고추만으로 밥을 먹었는데, 그 맛은 평생 잊을 수 없다고 회상한다. 그때 처음 봉사활동을 했던 체험이 상당한 보람으로 남았다고 맹 이사장은 회고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는 지방에 홍수가 나거나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피해를 입은 곳 등에 지역 당원들을 이끌고 가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후 열린의사회 후원회장으로도 일했다. 1대 후원회장이 故 김근태 의원, 2대 후원회장이 맹 전 장관이었다. 퇴직 후에는 해당 단체 명예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맹 이사장은 “나이를 먹다 보면 누구든지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면서 “공직자는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회에 일부분이라도 돌려줄 수 있으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분명히 하라

맹 전 장관이 95년도에 처음으로 정치에 입문할 때 지역 유권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결코 부끄러운 정치인이 되지 않겠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자신이 나중에 어디서 무엇이 되든 사람이 변했다는 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항상 그 생각을 염두에 두고 공직생활을 했던 것이 오만해지거나 타성에 빠지지 않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어린 시절 ‘남자는 진퇴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즉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정확히 알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항상 유념하면서 젊은 시절 회사를 옮길 때도 명분을 갖고 했고 이후 정치를 하면서도 다소 억울한 일을 겪더라도 원망하지 않고 깨끗이 물러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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