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여풍이 계속 되고 있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이번호 주인공은 황인정 IBM마케팅 총괄전무다.

여성의 꼼꼼함으로 리더십 발휘…일벌레·봉사단 대모 별명
IT분야는 처음, 기업 간 거래도 브랜드마케팅이 중요

황인정 마케팅 총괄전무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화생명 브랜드전략팀의 유일한 여성임원 상무로 일했다.

한화에서 맘스케어 봉사단 단장으로도 활약했다. 사내 여성 직원들로만 구성된 봉사단 ‘맘스케어단’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느 곳이든지 누비고 다녔다. 이에 회사 안팎에서 그는 ‘대모’로 통했다.

그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강조한 맞춤형 봉사활동으로 아이들이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밝게 자랄 수 있도록 돕겠다”며 “맘스케어 봉사단과 같이 여성이 능력을 발휘하고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당찬 행보를 보였다.

미래 강조보다 현재 중시
고객 마음 사로잡아

앞서 그는 사명 변경 이후 ‘한화생명’ 브랜드를 강화하라는 특명을 받고 영입된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였다. 사명을 변경했지만 기존 ‘대한생명’의 이미지가 뿌리 깊어 ‘한화생명’이라는 브랜드가 업계 2위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에 따라 특별히 영입된 인물이다.

가는 곳마다 여러 기발한 작품들을 히트시킨 그가 한화생명에 합류해 처음으로 내놓은 작품은 ‘오늘을 위한 보험’이다.
보험은 미래를 위한 상품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현재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한국 IBM에 새 둥지를 틀었다. 한국IBM은 황인정 마케팅 총괄 전무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는 정성미 전무가 지난 7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었다. 전임자에 이어 연이은 외부 여성 임원 발탁이다.

황 전무는 1967년생으로 연세대 영문과와 서강대 대학원을 이수한 뒤 1990년 페덱스코리아에 입사해 페덱스 홍콩을 거쳐 1998년부터 9년간 한국코카콜라 마케팅 상무로 일했다.

이후 2008년 2월 오비맥주 마케팅 총괄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그는 “여성 임원은 ‘고스톱’쳐서 된 게 아니다. 부모님께서 (저에게) 미스코리아 같은 외모를 물려주시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남성들과 동등하게 때로는 더 열심히 일했다. 지난 18년간 생리휴가를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남성들에 비해 우대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황 총괄전무의 노력과 진정성이 여성직장인들로부터 환호를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B2B 브랜드 마케팅
중요성 커져

황 전무는 26년 이상 다양한 업종에서 마케팅 전략을 비롯해 기획, 세일즈 분야를 두루 섭렵한 마케팅 전문가다. 하지만 IT업종은 이번이 처음이다. IBM이 한국지사 마케팅 총괄로 외부 여성 임원을 잇따라 선임하고 있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전임자인 정 전무 역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 마케팅팀을 담당했지만 기업간거래(B2B) 마케팅은 IBM이 처음이었다. 오히려 두 사람 모두 일반 소비자시장(B2C) 마케팅 경험이 많은 편이다.

IBM의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 영입은 예전과 달리 B2B 시장에서 브랜드 마케팅이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B2B 시장은 브랜드 이미지 같은 심리적 요소보다는 스펙, 품질, 가격 같은 객관적 요소가 마케팅 성과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인식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 디지털, 모바일로 인해 (B2B) 시장이 고객의 능동적인 참여가 중요한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를 반영하기 위해 IBM의 마케팅도 변화에 보조를 맞춰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일벌레’란 얘기를 듣는다. 하지만 가정생활과의 균형에도 애쓴다. 승진 코스였던 페덱스 홍콩지사 근무를 1년 만에 그만둔 것도 남편과 합치기 위해서였다. 성공하는 여자는 일과 결혼한다는 것도 편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약간 예외지만 회사 일은 집으로 거의 가져가지 않는다.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집안일을 한다”며 가족에 대한 사랑을 전하기도 한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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