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연말 한국경제신문이 각계 전문가 31명에게 자천타천 대선주자 16명(황교안-이인제-정우택은 조사에 포함되지 않음)의 이념 성향을 물은 결과 좌파가 4명, 중도좌파가 8명, 중도우파가 4명으로 평가됐다.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정통 우파라고 볼 만한 인물은 한 명도 없었다.

경제·정치·안보 분야에서 각 주자 성향을 0(좌파)~10(우파)으로 평가해 2 이하는 좌파, 2 초과~5 이하는 중도좌파, 5 초과~8 이하는 중도우파, 8 초과~10 이하는 우파로 분류했다.심상정(1.11)-박원순(1.56)-문재인(1.60)-이재명(1.84)은 좌파로, 박지원(2.5)-안희정(2.71)-김부겸(2.85)-유승민(3.53)-손학규(3.75)-안철수(3.75)-남경필(3.85)-원희룡(4.15)은 중도좌파로, 반기문(5.42)-오세훈(5.71)-김문수(6.53)-홍준표(7.88)는 중도우파로 평가됐다.

일부 대선 후보들의 ‘혁명’이니, ‘사회적 경제’니 하는 반시장적 좌경화 경쟁은 자유의 가치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일이다. 대한민국을 포퓰리즘의 늪에 빠뜨리고 평등화의 주술로 선동하는 자는 반(反)대한민국 세력일 뿐이다. 지금 국가안보는 ‘바람 앞 등불’ 상황인데도 야당 대선주자들은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만 외치며, 북핵과 미·중·일이 만든 안보 격랑에 대한 대안제시가 없다.

유력 대선후보들 중 보수층을 대변하고 있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야당 후보들보다 경륜·능력 면에서 뛰어난 이인제, 김문수, 정우택 같은 잠재력 있는 보수 인사들의 지지도가 정체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히 보수층을 대변하는 지도자 부재 시대다. 헌정사상 유례없이 보수층이 대선 후보 구인난을 겪고 있다. 이에 보수의 ‘대표상품’으로 거론되는 사람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반 전 총장은 안보 부문에서 보수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정치·경제 분야에선 아직 뚜렷한 성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황 대행은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통진당 해산을 주도해 우파의 정체성을 갖고 있음이 입증됐다. 두 사람은 직업 공무원 출신이다. 역대 우리나라의 대통령들이 모두 ‘군인-정치인’ 출신이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때 묻지 않은 정통 관료 출신들이 나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국가개혁과 선진화의 적임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같은 ‘좌파의 전성시대’와 대한민국의 시대상황이 역설적으로 두 사람을 원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미 대선 출사표를 던진 상태이며, 신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이어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다. 황 대행도 작년 연말 기자 간담회에서 “나는 흙수저 중에 무수저”이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들의 삶을 잘 안다”고 했으며, 퇴임 후에는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며 대선출마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그동안 황 대행은 언론의 대선후보 여론조사에 거의 빠져있어 ‘저평가된 우량주’라 하겠다.

반기문, 황교안의 대선 후보 지지율은 각각 21.3%와 7.2%(알앤써치 1월 1주차 여론조사)로 보수층 내에서 1,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반기문’이 2강(强)이라면, ‘이재명-황교안’이 2중(中)을 유지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정체하는 반면, 황 대행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의 정체는 황 대행이 부상하면서 지지율이 분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1월 말 구정이 변곡점이 될 것이다. 만약 구정 후 황 대행의 지지율이 두 자리 숫자로 치고 올라간다면 ‘문재인-반기문-황교안’ 3강(强) 구도가 정립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기문, 황교안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은 대통령 탄핵 결과에 달려있다. 탄핵이 기각되면 정치권이 재편되는 후폭풍이 올 것이며 황 대행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될 것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시간상의 제약 때문에 반 전 총장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어떤 경우의 수가 되든지 두 사람은 대선레이스를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보수층의 여망을 저버리는 것이 된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반드시 보수층 전체를 아우르는 후보를 세우기 위해 ‘경쟁 후 양보’를 해야 한다. 두 사람이 각자 지지율 파이를 키운 후, 민주적 경선을 통해 한편의 역전 드라마를 연출해야 한다. 구심점을 잃은 보수에겐 아직도 희망이 있다. 두 사람은 각각 외치와 내치에 특장(特長)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권력구조에서도 ‘권력분점과 협치’의 적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은 대한민국 정통 보수 진영에 ‘혁신과 단결’을 요구하고 있다. 보수의 새로운 지도자를 만들라고. 대선구도가 ‘3자-4자 다자구도’로 짜여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87년 4자 대선구도에서 보수 진영의 노태우 후보가 36% 득표로 당선된 전례도 있다. “썩은 보수 불태워버리자”는 종북좌파들의 선동에 “그래도 애국보수가 이 나라를 지킨다”로 화답해야 한다. 이제 보수층이 결속함으로써 자유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도력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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