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정치판에서만 ‘3金’이라는 말을 쓰는 줄 알았는데, 야구판에도 ‘3金’이 존재하고 있을 줄이야.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협회 회장이 그들이다. 모두 한국야구사에 족적을 남기고도 남을 원로들이다. 나이가 모두 70대로 같다. 지금도 왕성하게 야구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모두 한국야구의 소중한 자산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최근 이들이 일반 야구팬들의 여론과는 사뭇 다른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어 화제다. 오승환의 대표 팀 합류를 위해 약속이라도 한 듯 돌아가며 같은 말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이 꼭 필요하다”고 읍소하고 있고, 김성근 감독과 김응용 회장 역시 “오승환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론은 부정적인데 말이다.

‘3김’이 이렇듯 고집을 피우는 까닭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이들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면 된다. 이들은 이기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시대를 살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승리만 하면 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야구를 했다. 오직 승리만이 미덕이었다. 이들의 사전에 ‘패배’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패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진다는 것은 곧 죽음이기 때문이다.

‘3김’이 이번에 특히 패배를 두려워하는 까닭은 또 있다. WBC 1라운드 경기가 우리나라 고척돔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으로 안방에서 열리는 WBC 경기에서 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평생을 오로지 ‘명생명사(명예로 살고 명예로 죽는 것)’로 살아온 이들에게 안방에서의 탈락은 씻을 수 없는 치욕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거추장스러운 원칙 따위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그리고 얼마든지 허물기로 했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문제가 있어도 야구 잘 해서 이기기만 하면 만사형통이다. 이는 윤리적인 물의를 일으켰어도 노래만 잘 하면, 연기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일부 연예인의 인식과 다르지 않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이들이 적용하는 잣대다. 한 매체에 따르면 김응용 회장이 “오승환은 도박 사건에 연루됐지만, 불법스포츠베팅이나 승부조작 사건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오승환의 혐의는 승부조작에 비해 나쁜 죄질이 아니라는 말이다. 불법해외원정도박을 그저 내기장기 정도로 여기는 김 회장의 인식이 어이없다.

김 회장은 또 “오승환이 도박혐의로 한국에서 이미 처벌을 받았으니 KBO 징계를 철회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라고도 했다. 법적 문제가 해결됐으니 굳이 징계할 필요까지 있느냐는 말이다. 그럼 임창용은 뭔가? 그 역시 도박 혐의로 법적 문제를 해결했고 KBO 징계도 다 이행했다. 김 회장의 잣대라면 임창용에 대한 KBO 징계도 철회되었어야 했다.

오승환에게도 문제가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 왜 대표 팀에서 뛰려하는가? 정말로 순수하게 국가에 헌신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도박혐의에 대한 면죄부를 받기 위함인가? 둘 다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기억하고 있는가? 오승환의 대리인은 도박 의혹이 제기됐을 때 이를 부인했다. 혐의가 확인되고 시끄러워지자 오승환은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나버렸다.

사실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선수 대부분은 국가를 이용한 측면이 있다. 필요할 때만 대표 팀에 승선했다. 다른 때는 이런 저런 이유로 국가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가에 헌신하고 싶다”라는 말은 앞으로 자제하는 것이 옳다. 듣기에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내막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기적으로 국가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3김’에게 바란다. 오승환을 뽑고 싶으면 뽑아라. 그 고집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다만, 책임도 져야할 것이다. 오승환이 잘 던져 우리나라가 좋은 성적을 올리면 다행이겠지만, 반대로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 어떡할 것인가? 야구는 혼자서 하는 운동이 아니다. 그리고 야구는 변수가 많아 승부를 쉽게 예측할 수가 없다.

오승환에게 바란다. 그렇게 국가대표로 뛰고 싶으면 뛰어라. 그래서 면죄부도 받아라. 그 고집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다만, 국가에 헌신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표 팀이 아니더라도 소속 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역시 국가의 명예를 드높이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장성훈 편집국장  seantl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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