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론 문재인 대세론에 치명적”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지난해 말 작성한 개헌전략보고서가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보고서는 당의 대선 전략보고서 성격이 강하지만 문재인 측근 인사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문 전 대표를 당의 공식 후보로 기정사실화 한 보고서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보고서 작성 이후 대선전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던 문 전 대표가 전향적인 입장으로 바뀌었고 보고서 제안대로 ‘4년 중임제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밝힐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문 전 대표를 위한 편향된 보고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개헌 전략 보고서를 입수해 무엇이 논란이 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대선 승리 위협적 제3지대론 사전차단전략 강조
- 이준한 인천대교수 용역-문병주 연구원 작성

민주연구원 출처로 총 30페이지짜리 보고서는 지난해 12월29일 작성돼 배포됐다. 『개헌논의 배경과 전략적 스탠스&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이라는 제하의 ‘개헌검토프로젝트’ 정치·전략 보고서다. 작성 배경으로 보고서 전문에 ‘제1차 전문가 간담회’(2016.11.26) 발제 토론문 및 이준한 인천대 교수의 별도 연구용역보고서에 기초해 개헌검토 프로젝트 책임연구원 문병주 수석연구위원이 책임 집필한 보고서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민감한 사안을 담고 있는 만큼 ‘더불어민주당과 민주연구원의 공식 의견이 아니라 연구진의 개인의견’임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제에도 불구하고 보고서 내용을 보면 비문진영에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 눈에 띈다. 목차를 보면 ▲ 개헌논의의 배경 ▲민심과 개헌 ▲ 정치권과 개헌 ▲ 2017년 대선과 제3지대론&개헌 ▲ 개헌추진을 위한 기본전략 ▲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전략적 스탠스와 선택으로 구성돼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 2017 대선과 제3지대론&개헌 부분이다. 보고서 요약문에는 “판을 흔들어야 한다”며 새누리당 분당과 친박 왜소화, 반기문 총장 입국과 비박 참여,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고문, 정의화 전국회의장 등 친박·비문 세력화 형성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 대선구도는 민주당, 제3지대, 새누리당(친박) 3자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예측했다. 즉 제3지대는 비박·비문세력의 규합이라는 차원에서 전개될 개연성이 높다며 개혁보수신당과 민주당내 비주류,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 결합이 이루어질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종인·김부겸 개헌파
 탈당해 제3지대행?”

특히 요약문에는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개헌의 원칙적 추진을 통한 제3지대형성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제3지대론’에 대해서 회의론도 제기했다. 보고서는  ▲ 대권을 위한 독자적인 조직이나 세력이 취약한 대권 주자 간의 야합이라는 점 ▲ 개헌의 방향·범위·시기 등에서 쉽게 합의하기 어렵다는 점 ▲ 조기대선으로 이어질 경우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성사되기는 힘들다고 평가절하했다. 

보고서 본문 내용을 보면 구체적으로 실명을 거론하면서 제3지대론의 실체를 조명하고 있다. “대권 꿈을 가지고 있으나 독자적인 조직이나 세가 절대 부족해 민주당이나 새누리당 안에서는 경쟁할 수 없어 이원집정부제(정의화), 의원내각제(김종인)를 매개로 그나마 독자적 세가 있으나 대선 경쟁력이 조금 약한 국민의당 안철수와 힘을 합치려는 움직임”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보고서에는 “김무성·유승민 의원, 민주당 김종인·김부겸 의원 등 비박·비문 진영의 개헌론자들이 ‘국회가 개헌논의를 주도하자’며 한때 서로 정당의 경계선을 넘을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며 “만약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아 현실화된다면 민주당의 대선승패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고 반기문 총장까기 가세한다면 제3지대는 돌풍을 일으키고 민주당의 선거패배로 이끌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한발 더 나아가 보고서에는 “그간 김무성 새누리당 탈당파, 김종인 민주당 비문세력, 손학규 전 고문과 정의화 전국회의장, 국민의당 안철수, 박지원 전 대표 등이 개헌을 매개로 정치적 결사체를 결성할 것을 물밑에서 수시로 의견을 교환해왔으며 민주당 내부에도 비문 인사들이 탄핵 대신 개헌에 강조점을 두는 입장이었다”고 적시 되어 있다.

보고서 행간을 보면 민주당내 김종인, 김부겸 등 비문 인사들이 개헌을 매개로 당을 탈당해 제3지대로 갈 공산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보고서는 ‘제 3지대론의 제약’이라는 소제목하에 현실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3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로 대선주자들의 전략적 이해의 합치를 전제로 해야 하는데 결국 제로섬 게임(zero-sum game, 이익과 손해를 더하면 ‘0')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제3지대 구축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둘째로는 참여자 사이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자는 데는 합의가 돼 있지만 권력구조의 대안에서는 대통령중심제(유승민), 이원집정부제(김무성, 안철수, 정의화, 남경필), 의원내각제(김종인) 등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 의견일치를 보기 힘들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대선 후보 선출방식을 둘러싼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한편 보고서는 반기문 총장의 귀국 이후 선택지에 따라 제3지대 형성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반 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네가지 정도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먼저 자체 신당을 창당하는 방식이 있는데,  여기에는 충청권 정진석 의원 등을 주축으로 삼을 것으로 보이나 충청권 의원 가운데 친박이 섞여 있고 충청 중심이라는 지지기반의 협소성 등으로 현실성이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둘째로는 1월24일 창당예정인 개혁보수신당 합류를 꼽았다. 반 총장이 보수신당에 합류할 경우 충청권 의원들이 함께할 공산이 높아 새누리당을 제치고 제2당이 될 가능성이 높고 정치적 이익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대선이 임박해서는 새누리당의 친박과 합당하는 것도 추진할 수 있는데 이는 새누리당의 창조적 결별 뒤 전략적 합당의 완성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경우 반 총장이 반기지 않을 수 있고 새누리당의 분당뒤 재합당이라는 점에서 유권자가 실망할 수 있다는 단점을 들었다. 그러나 반 총장의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한 세몰이는 민주당에게 위협적이라고 경고했다.

세번째 선택지로 반 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방식이 있지만 국민의당 당세가 크지 않고 대권주자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반기문의 최상의 선택은 귀국 후 바로 한 정당을 선택하지 않고 헌재의 탄핵인용 때까지 상황을 봐가며 ‘개혁보수신당+@’를 구축하고 여기에 국민의당과 연대할 가능성 있는데 이때 제3지대론은 파급력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제3지대론의 매개는 대선 후 분권형 개헌 추진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4년중임 개헌 공약 후
 연임도 가능하게…”

이에 보고서는 마지막의 경우처럼 제3지대가 구축될 경우 2017년 대선 승리에 치명적 위협이 될 것임을 경고하면서 민주당 대응방안도 제시했다. 일단 대선 전 개헌논의 반대론에서 전략적 수정을 시도해 사전차단 또는 출구전략을 찾아야 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표나 추미애 당 대표가 대선전 개헌논의 반대론을 고수하는 것은 정당을 떠나 비문전선을 공고하게 만들게 해주는 계기가 될 뿐이라며 개헌논의와 상호 연대 및 상호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권력구조와 관련해 분권형 대통령제는 전략적으로 대통령 자리와 총리 자리는 정치적 이익분배의 파이를 늘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안철수 전 대표와 반기문 총장 등이 서로 자리를 나눠 맡기로 약속하면서 제3지대로 모이게 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민주당은 입법권과 예산권을 국회에 넘기고 사법권이 독립적인 삼권분립에 기초한 순수한 대통령제가 적합한 처방이 될 수 있다는 개헌 추진 전략을 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즉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선 주자들끼리 나눠주고 합종연횡을 위한 대안인 반면 순수한 대통령제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 권한을 축소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할 것을 주문했다.

나아가 ‘대통령 임기단축’과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결선투표 제도입은 최대한 모호성을 견지해도 좋을 것이라고 적시했다. 현실적으로 대선 후 개헌을 약속한다 해도 대선 뒤의 경제 위기나 각종 현안으로 개헌 추진의 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제했다. 이에 임기단축 문제는 단호하게 반대하지 않는 대응 방식이 적합해 보인다고 대응책을 내놓았다.

결국 4년 중임제 순수 대통령제를 권력구조의 대안으로 논의한다면 그 전제로 임기단축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 좋은 전략의 하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보고서에는 추가 전제조건으로 다음 대통령의 임기를 2020년까지 단축하는 대신 이를 공약하고 실천한 대통령에게 연임선거에 출마할 기회를 허용하는 것 또한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선 결선투표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그 이유로 보고서에는 한국 이념 지형의 흐름에서 보면 보수적 성향이 진보적 성향보다 많은 추세에서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양자구도에서 진보세력에게 불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미 정치학계에서는 결선투표제 대해 “독재와 친근한 정치제도이고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조작적 정치제도라고 평가하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가 민주당 대선 승리를 위한 개헌전략보고서이고 당이나 민주연구원과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행간을 보면 문재인 전 대표를 위한 보고서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지난 4일 개헌 관련 경남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정부 초반에 개헌을 하는 것이 순리”이며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비문 공세 文 지지자들
‘탈당하라’수백통 항의

하지만 비문 진영에서는 보고서가 노출되면서 발끈하고 나섰다. 특히 김부겸 의원은 “당의 공식 기구인 연구원이 벌써 대선 후보가 확정된 것처럼 편향된 전략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연구원은 특정 후보가 아니라 당의 집권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동민, 박용진, 최명길 의원 등 초선 의원 20여 명도 “특정인을 당 후보로 기정사실화하고 개헌을 특정인 의도대로 끌고 가려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추미애 당 대표는 “확인되지 않은 허위의 사실과 해당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공정한 대선 관리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당의 기강을 확실하게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은 자진 사의를 표명했고 문 연구원은 대기발령 조치됐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문 지지자들은 김부겸, 박용진 의원 휴대폰 번호를 공유하면서 ‘탈당하라’며 항의성 문자를 수백통 날렸고 친문 인사인 김용익 원장에게는 응원의 문자를 날리는 등 친문·비문 간의 갈등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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