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국민의당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1월15일 치러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이 당 대표 출마에 무게를 둘 당시만 해도 ‘박지원 대세론’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당 안팎으로 존재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출마 경력과 높은 대중 인지도, 그리고 이재명 성남시장을 돕고 있는 자신의 대선 팬클럽 정통사(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세력까지 더할 경우 승리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정 의원은 후보 등록 하루 전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서 정면돌파 스타일로 유명한 정 의원이 불출마한 사연을 알아봤다.

- 이재명과 정통사 ‘DY 전면지원 했지만 … ’
- 18만 명 당원 중 55% 광주·전남 박지원 ‘완승’예고

정동영 의원은 지난 2일 불출마 배경으로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당권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라며 불출마 배경을 밝혔다. 또한 그는 “원내대표 경선 이후 안철수 전 대표가 칩거하는 등 당이 비상 상황”이라며 “당이 사는 길이 무엇인지 본질적인 고민을 할 때”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대권 도전 가능성은 살짝 열어놨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칩거가 아니라 긴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며 “비공식적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 여러 가지 말씀을 들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자신이 지지한 김성식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가 안 된 것에 아쉬워하면서도 경쟁 후보였던 주승용 원내대표도 “훌룡한 분이고 개혁입법 과제를 잘 풀어나가실 분”이라고 당내 분열 상황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정 의원이 대권에 나서기 위해 당권을 포기했다는 관측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한 후 진보진영과 함께하며 좌클릭한 상황으로는 경선뿐만 아니라 본선에서 승리 가능성이 낮은 게 엄연한 정치적 현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내대표 경선에서 수도권 출신인 김성식 의원이 패하고 전남 고흥 출신의 주승용 의원이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또한 당대표 선거에서도 당선이 유력한 인사가 전남 목포 출신의 박지원 전 원내대표다. 전남 독식의 당 지도부 견제를 위해서라도 전북 전주 출신인 정 의원이 출마할 명분은 더 높아진 셈이다. 이래저래 정 의원이 불출마 배경으로 꼽은 것들에 대해 야권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유다.

이에 정 의원의 불출마 배경에는 국민의당 내 조직의 열세가 한몫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 추세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 의원이 당 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고 촛불 정국속에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선후보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출마설’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조정 국면’ 이재명 지지율 ‘울고 웃는’ DY측

이 시장은 현재 야권 후보 중에는 문재인 전 대표 다음으로 2위를 달리고 있고 여야 총망라한 대선후보군에서도 문재인, 반기문 다음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안 전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손학규 전 대표가 한참뒤에 있다. 이런 점에서 촛불.탄핵정국 최대의 수혜자라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이 시장과 정 의원의 인연은 2007년 대선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의원의 비서실장 출신인 이 시장은 정 의원 대통령 만들기 최선봉에 선 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 시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정통사’의 핵심 멤버로 활동했다. 무엇보다 이 시장이 대선후보로서 급부상한 배경에 ‘정통사’ 지지자들과 호남의 반문재인 세력, 그리고 정의당 지지자 등 기존의 민주당과 진보당에 실망한 좌파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 역시 대선패배 이후 노동, 인권, 북한에 대해 진보적인 발언을 자주하면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면에서 정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 나설 경우 정통사 회원들뿐만 아니라 이재명 성남시장의 충성도 높은 지지세력과 전북 지역의 맹주로서 세를 규합할 경우 당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정통사를 제안해 결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상호씨(미키루크)는 조직의 귀재로 알려진 인사다. 현재까지 꾸준히 팬클럽에 ‘정신적 지주’로서 활동하고 있고 실제로 이재명 시장 곁에서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즉, 정동영-이재명-이상호 씨로 이어지는 끈끈한 연대전선은 정 의원으로선 출마를 고려할 만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당 대표 출마 분위기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국민의당 전당대회에 당원 모집이 마감된 이후부터라는 게 당내 인사들의 지적이다. 국민의당 전당대회 투표권은 ‘전당원투표제’로 일반인이 당원에 가입하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의당에 따르면 12월24일까지 당원 가입자수가 18만6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당원을 분석한 결과 이 시장 지지층과 정통사의 당원 가입 독려에도 불구하고 4만명이 채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18만명 당원 중 광주·전남 당원수가 55%(99000명)로 정 의원이 수도권까지 당원을 싹쓸이한다고 해도 광주·전남의 세가 강한 박 의원을 이길 공산은 매우 낮다”며 “과거 민주당 대선후보까지 해본 사람이 최고위원 하자고 전당대회에 나서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정 의원이 이재명 효과를 등에 업고 당 대표 선거에 나서고자 했지만 시기가 촉박한 데다 예상 외로 당원 가입도 저조하면서 불출마를 하게 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이 시장의 대선 후보지지율도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폭발력을 갖지 못하는 원인으로 정 의원측에서는 보고 있다. 이 시장은 촛불정국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될 당시 1위를 달리던 문재인 지지율에 오차범위 내까지 바짝 추격했다.

하지만 최근 3주간 이 시장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져 10%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23.5%)과 문 전 대표(23.0%)의 대선지지율이 2주 연속 박빙의 선두 접전을 벌이고 있으며 안 전 대표(7.5%) 역시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7%대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전국 유권자 2,531명을 대상(총 통화시도 1만1781명. 응답률 21.5%)으로 조사한 12월4주차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주간집계 결과다. 이 시장은 전주 대비 지지율이 1.1%p 하락한 11.2%로 3주 연속 하락했으나 3위는 유지하고 있다.

“DY 당대표, 야권연대 성사 힘들어…”

한편 정 의원 불출마 배경으로 당원들 사이에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정 의원에 불안감도 한몫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박지원 원내대표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든 비박계 보수신당이든 반기문 세력이든 어떤 세력과 정권교체를 위해 연대를 모색하는 스타일”이라며 “하지만 정 의원은 가치관이나 정체성이 다르면 연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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