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정유년 새해부터 야권 잠룡들이 출마 선언을 서두르는가 하면 대선 캠프 구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오는 12일 예정보다 앞당겨 귀국할 예정인 데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결정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 서다. ‘대선 재수생’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이미 각각 캠프를 꾸려놓고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에 돌입할 채비를 마쳤다.

탄핵 정국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선거캠프가 아직 출범 전임에도 현역의원들이 하나둘 합류 의사를 밝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참여정부 당시 함께 일했던 친노(親盧) 인사들은 대선 국면을 맞아 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측으로 양분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정권 탈환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야권 내 대권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잠행 끝 자강론(自强論) 꺼내 든 安, ‘박지원 대세론’ 흔드나?
- 文 ‘개헌 고리’ 非文 결집은 악몽, 어떻게든 막아야…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정치권에는 ‘메가톤급’ 변수가 몰아치고 있다. 새누리당 분당 사태와 반기문 전 총장의 귀국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선구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대선 시계가 더욱 빨라지면서 움츠리고 있던 야권 잠룡들이 하나둘 선거 캠프를 구성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

安 “당과 일정 거리 두고
움직일 것”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4일 ‘잠행 모드’를 끝내고 독자적인 대권 행보로 방향을 잡은 모양새다. 안 전 대표는 오는 15일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직후 대선캠프를 꾸려 대선 행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안 전 대표 측은 최근 여의도 산정빌딩 한 층을 캠프 사무실로 쓰기 위해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지난 1일 “전당대회 직후 대선 캠프를 공식화해 독자적인 행보와 메시지를 낼 것”이라며 “안철수는 국민의당과 다르게 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당도, 안 전 대표도 고사하고 만다”며 “향후 대권 행보 과정에서 당과 일정 거리를 두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 안 전 대표의 당내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다. 탄핵 국면에서 안 전 대표와 당의 엇박자는 지속됐고,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20대 총선 때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설상가상으로 ‘정치적 동반자’ 격인 김성식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호남 중진들의 벽에 막혀 탈락한 뒤 주승용 원내대표를 주축으로 하는 원내 지도부가 출범한 것은 안 전 대표로선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에 안 전 대표 측은 주 원내대표를 비롯한 호남 중진들과의 관계 설정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고, 결국 자강론(自强論) 카드를 띄우며 당내 호남파의 연대·통합론에 맞서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안 전 대표가 그간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맺어온 연대관계도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제3지대에서 중도개혁세력을 모으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국민의당 내에선 호남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안 전 대표가 선을 분명하게 그어온 야권 통합 및 연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및 개혁보수신당과의 연대론 등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결국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내 호남 세력을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 돌파의 대상으로 삼을지, 당장 대립하기보다는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면서 후일을 도모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역시 독자 행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손 전 대표는 1월 중하순께 ‘국민주권 개혁회의’ 발대식을 개최, 여야 정치인들을 아우르는 정치 논의기구로 발전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가 독자 세력화를 통해 다른 대선 주자와의 연대에 나서 몸집을 키운 다음 선거 직전 안 전 대표 등과 연대해 제3지대의 판을 키우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손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사이 ‘개헌’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준다는 평가다.

한편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으로 인해 제1야당에서 국회 제1당으로 입지를 다잡은 민주당 대선주자들 역시 일제히 대권 용틀임을 하고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보고서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대선 후보로 기정 사실화한 듯 표현한 사실은 당 내 대권 주자들 간 경쟁에 불이 붙는 도화선이 됐다.

이재명 캠프, 현역 의원들
합류 의사 밝혀...

대선 주자 ‘빅 3’로 꼽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선거캠프가 출범하기도 전에 현역 의원들이 하나둘 공식 합류 의사를 밝혔다. 지난 3일 서민경제 전문가인 제윤경 의원이 이재명 캠프의 대변인을 자처한 데 이어 4일엔 김영진 의원이 정책 총괄 임무로 이재명 캠프에 합류를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윤경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부대변인과 지난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김영진 의원은 민주당의 경제좌장으로 불리는 김진표 의원의 정책 특별보좌관이자 ‘빅텐트’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의 2014년 7월 재보궐선거 당시 총괄 선거대책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손학규계 인사로 꼽힌다.

최근 이 시장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말도 나온다. 제 의원과 김 의원의 합류가 이 시장의 대권가도에 어떤 변수가 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새해 업무 첫날인 지난 2일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 선언, 서울 여의도에 대선캠프 성격의 사무실을 마련했다. 박 시장은 이날 아침 본인의 페이스북에 ‘결심이 섰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온 국민이 대한민국의 총체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점에 평생을 혁신과 공공의 삶을 살아온 저는 시대적 요구에 따르기로 결심했다”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정치권은 이 같은 박 시장의 출사표를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는 노림수로 평가했다. 한 정치권의 관계자는 “박 시장 측은 지지율 하락의 이유 중 하나로 박 시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완주하진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꼽는다”며 “이 같은 우려를 차단하고 반등을 기대하는 노림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안희정,
양분되는 親盧?

야권 잠룡들이 본격 대권 도전 의사를 천명한 상황에서 ‘부동의 1위’ 문재인 전 대표 측 캠프는 먹구름이 드리운 모양새다. 문 전 대표 측 캠프는 옛 참여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친노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이들 인사들이 대선 국면을 맞아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측으로 양분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문 전 대표는 1월 중후반 여의도에 선거 캠프 사무실을 개소할 예정이다. 캠프 구성원으로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윤건영 전 청와대 정부기획비서관이 문 전 대표의 조력자로 등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보좌관으로 알려진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문 전 대표 캠프 대변인 역할을 맡았다.

또한 참여정부 당시 친노 핵심으로 활약하며 노 전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던 민주당 노영민 전 의원과 최재성 전 의원 역시 문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 중이다. 그 밖에 한병도 전 의원과 전병헌 전 의원도 문 전 대표와 뜻을 같이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안희정 지사 측 캠프에도 과거 참여정부 인사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윤태영 전 대변인을 비롯해 충남 부지사를 역임한 친 안희정계 인사이자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캠프 내 홍보수석 역할을 맡았다. 청와대에서 사회조정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정재호 의원은 조직 총괄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또한 안 지사 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지난 4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이번 대선에서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중 고민하다 결국 안 지사 대선캠프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문 전 대표 캠프에는 인력이 풍부한 만큼 안 지사에게 힘을 보태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병완 전 실장은 전부터 안 지사 지원을 자청해왔다”면서 “뚜렷한 역할을 맡기보단 조언을 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 당시 ‘좌희정 우광재’로 불렸던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안 지사 측 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재 전 지사 측 관계자는 “사석에서 이 전 지사와 안 지사는 서로를 향해 ‘내 친구 광재, 내 친구 희정이’하며 끈끈한 우정을 과시한다”면서 “지난 촛불 국면에서 안 지사가 진중한 언행을 했던 것도 이 전 지사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처럼 친노 인사들이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를 기준으로 양분되는 모습을 보이곤 있지만 아직까진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모습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친노 인사들이 참여정부 이후에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경선 후 다시 힘을 합칠 상황을 염두에 둔 ‘위장이혼’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결국 친노의 분화가 각자도생의 움직임이라기보단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략 이혼’이라는 것.

이에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오는 15일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전 대표가 당선되면 김무성, 손학규 등이 권력분산을 골자로 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고 ‘빅 텐트’ 경선을 치러 대선후보를 단일화할 수도 있다”며 “여기에 만약 반기문 전 총장까지 가세한다면 민주당의 정권 탈환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구도가 ‘반기문·안철수·비박·비문이 뭉친 반문 연대’ vs ‘문재인’ 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친노가 분열되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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