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반 전 총장은 당초 예정(15일)보다 사흘 앞당긴 오는 12일 오전 3시(현지시각 11일 오후 1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여야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의 아킬레스건은 ‘국민적 검증 부재’인 만큼 국내에 복귀하면 반 전 총장에 대한 혹독한 국민적 검증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980년 외무부(현 외교부) 국제연합과 과장을 시작으로, 36년간 외교에 몸담았다. 이 중 2007년∼2016년 10년간 세계 대통령인 ‘유엔 사무총장직’을 맡았다. 반 전 총장 스스로는 자신의 강점을 협상력과 중재력을 꼽았다.

하지만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반 전 총장의 국제적 네트워크 등은 탄탄한 강점이지만, 국내 정치 특히 ‘대통령 반기문’에 대한 검증은 통째로 비어 있는 셈”이라며 “대통령으로서의 정치력, 결단력 등은 여전히 의문부호로, 평가 자체를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교가의 검증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국내 정치인 반기문에 대한 국민적 검증은 전무하다는 것.

이에 정치권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반 총장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 작업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조만간 당내 ‘반기문 검증팀’을 구성해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반 총장은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제2의 박근혜 대통령’이 나오는 건 우리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과오”라며 “반 총장은 기름장어처럼 피할 게 아니라 혹독한 검증을 자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반 총장과 연대를 염두에 둔 국민의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검증은 아니면 말고 식의 마타도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반기문 때리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특히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검증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들을 전제로 국민의 대선후보자에 대한 알 권리 충족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수석대변인은 또한 “반 총장이 자신에 대한 검증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고 국민의당은 이를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23만 달러 수수설에 ‘신천지’ 연루설까지

반 전 총장에 대한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약2억8000만 원) 수수설, 아들 취업 특혜 의혹 등에 이어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취급되는 ‘신천지’ 연루설까지 한두 건이 아니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는 자살한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를 비롯해 반기문 총장 조카의 국제 사기사건 등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첫 번째 관문은 <시사저널>이 보도한 박연차 게이트 연루설이다. <시사저널>은 2016년 12월 24일 오전 10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23만 달러를 줬다”고 보도했다. 반 총장이 외교부장관이던 지난 2005년 5월 박 전 회장이 베트남 명예총영사 자격으로 참석한 만찬자리서 20만 달러를 반 총장에게 줬다는 것. 또 2007년 초반 반 총장 취임 후 뉴욕서 ‘사무총장 취임 축하 선물’ 목적으로 3만 달러가 추가적으로 건네졌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반 총장 측은 “이런 주장이 황당무계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부인했다. 반 총장 측은 2005년 5월 서울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에서의 베트남 외교장관 방한 만찬 당시 박 회장이 20만 달러를 건넸다는 의혹을 제기한 <시사저널> 보도에 대해 “박 회장은 이날 만찬에 늦게 도착했으며 반 총장은 이날 행사 중 박 회장과 따로 만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이 만찬에 한 시간 늦게 도착했을 뿐 아니라 만취한 상태여서 돈을 주고받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만찬 참석자 주장도 나왔다.

박 회장 쪽도 “돈을 건넨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테판 듀자릭(Stephane Dujarric) 유엔 대변인은 자신 명의로 ‘시사저널의 최근 보도’라는 제목의 글로 입장을 밝혔다. 이메일을 통해 <시사저널>에게 밝힌 반 전 총장 측 주장은 이렇다. ‘반 총장은 그의 전체 인생, 특히 대한민국과 유엔 공무원으로서 보내는 기간 동안 흠결 없는 정직과 진실성을 갖고 살아왔다. 시사저널의 보도는 완전 거짓이며 근거 없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우리 측은 기사를 즉시 철회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를 요구한다. 만약 요구된 행동을 곧장 취하지 않을 시 우리는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추가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국내에도 알려지면서 파문은 증폭됐다. “반 총장이 돈 받은 사실이 없다면 시사저널을 고소해서 의혹을 해명하라”는 목소리가 정치권 등에서 나왔다. 송현섭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2월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반 전 총장을 향해 “시사저널을 통해 반 총장이 박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알려졌다. 반 총장이 금품 수수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시사저널 측에 기사 삭제와 사과를 요구했다”며 “언론사 상대의 사과 요구나 기사 삭제만으로는 결코 이번 의혹의 진실을 밝힐 수 없다. 반 총장이 떳떳하고 사실무근이라면 의혹을 제기한 시사저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법적 대응을 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완종과 알지만 특별한 관계 아니다”

반 전 총장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평소 사석에서 반 전 총장과의 관계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곤 했다. 자신이 주도한 ‘충청포럼’을 통해 반 전 총장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무용담처럼 말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또 다른 모임인 ‘반기문을 사랑하는 모임(반사모)’에도 틈틈이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주미한국대사 자리에서 낙마하면서 2006년 2월 갑작스럽게 유엔 사무총장에 나설 한국 후보의 기회를 얻은 반 전 총장이지만 초기에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차기 사무총장은 ‘아시아 몫’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지만 반 전 총장이 아닌 인도의 샤시 타루르 유엔 사무차장, 수라끼앗 사티아라타이 태국 부총리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었던 것.

결정적인 계기는 3차례의 예비투표를 통해서도 사무총장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스리랑카 대통령의 고문인 자얀타 다나팔라 유엔 사무차장이 2006년 9월 말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 반 전 총장 지지를 선언한 것. 결국 반 전 총장은 다나팔라 사퇴 직후 실시된 4차 투표에서 찬성 14표, 기권 1표로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성 전 회장은 생전에 “스리랑카의 마힌다 라자팍세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주효했다”며 “어차피 다나팔라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후보를 사퇴하고 반 총장을 밀어 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반 전 총장도 성 전 회장의 ‘결정적 도움’으로 한국인으로서 첫 유엔사무총장이 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고 이후 한국에 올 때마다 성 전 회장과 개인적인 만남을 지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기업은 1978년 국내 건설업체로는 처음으로 스리랑카에 진출해 주택과 각종 인프라 건설을 했으며 국토개발 계획 및 쓰나미 피해복구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성 전 회장과 이러한 관계인 충북 음성 출신의 반 총장은 성 전 회장이 설립한 충청포럼 회원인 데다, 동생 반기상 씨가 경남기업 상임고문을 지내 ‘성완종 인맥’으로 거론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15년 5월 19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한 반 전 총장은 ‘성완종 전 회장을 아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약간 오해가 있던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내가 국내에 있을 땐 여러 차례 만났고 지난해에도 잠깐 본 적이 있는 등 잘 알고 지낸 사이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자신이 충청포럼 회원으로 몇 번 참여를 한 적이 있다고도 시인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는 성 전 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불행하게 삶을 마감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달드린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하지만 그 이상의 사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반 전 총장은 “성 전 회장을 포함, 그 누구와도 국내 정치에 대해선 협의한 적이 없다”며 “그와 단둘이 앉아 논의를 하는 사이가 아니고, 그런 면에서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반 전 총장은 특히 ‘이완구 전 총리가 반 총장을 견제하려고 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성 전 회장의 주장을 의식한 듯 “8년 반 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국내 정치에 관심을 가진 적도, 그럴 여유와 겨를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2015년 4월 16일에도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성 전 회장의 주장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고, 그와의 관계를 부인한 바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경남기업의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72 빌딩 매각사기 의혹 연루설도 부인했다.

반 전 총장의 조카 반주현씨는 성 전 회장이 2014∼2015년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경남기업의 ‘랜드마크 72’ 타워를 매각하려 할 때 미국 매각 주관사의 담당자였다. 이는 성 전 회장이 2014년 경남기업 고문이던 반 전 총장 동생 반기상 씨를 통해 콜리어스와 매각 대리 계약을 맺고 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관계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반주현 씨 측은 성 전 회장 측에 ‘반 총장을 통해 카타르 국왕과 접촉할 수 있다’며 반 전 총장이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선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성 전 회장이 고인이 된 이후 경남기업은 당시 조카 반 씨가 내밀었던 카타르 측 인수의향서가 허위 서류임을 확인했다. 이에 2015년 7월 반 씨를 상대로 계약금 59만 달러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는데 법원이 지난해 10월 3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반 전 총장은 “조카의 사업 활동은 제가 전혀 알지 못하고 그에 관여하지도 않았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타르투자청의 공식투자의향서 위조에 반기상 씨 부자가 개입했다는 의혹, 반 전 총장이 카타르국왕을 만나기 한 달 전인 2013년 8월 27일 성 전 회장과 독대한 정황 등 때문에 논란은 계속됐다.

“정치적 음해에 강력 대응하겠다”

최근엔 반 전 총장과 종교단체 ‘신천지’와의 연관설이 불거져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 3월 신천지 산하단체인 세계여성평화그룹(IWPG)이 유튜브에 올린 홍보 영상이 문제가 된 것. 이 영상에는 김남희 IWPG대표의 활동상이 담겨있고, 김 대표가 반 전 총장과 친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데다, 반 전 총장의 부인 유순택 여사가 김 대표와 악수하는 장면도 있다는 것이다.

종교계에서는 그간 김남희 대표가 신천지 2인자로 여겨져 왔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이 그녀와 함께하는 영상이 공개된 것만으로도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단숨에 반기문 신천지가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고,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반 전 총장 측은 즉각 해명하고 나섰다. 반 전 총장 측은 “반 총장은 가는 곳마다 갑자기 다가온 사람들로부터 사진 요청을 받았고 기꺼이 응해왔다”면서 “그런 가운데 사진을 함께 찍는 인물이나 그 인물이 속한 단체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신천지 측도 김 대표는 평화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며 유력 인사를 만나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각종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늘 선두권을 유지하는 반 전 총장이 귀국해 국내 정치에 뛰어들 경우 그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에서 반 전 총장과 경쟁선상에 있는 야권에서는 검증을 위한 파상공세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 전 총장 역시 대선 후보로 나선다면 검증은 당연히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46년에 걸친 자신의 공직생활을 거론하며 “국내에서 국회 청문회만 안 거쳤지 모든 검증절차를 다 거쳤다. 모든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고 통과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양심에 비춰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23만 달러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어떤 경우에도 그런 일 없다”며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강력 대응 의지를 나타냈다.

언론의 익명 인용도 비판하면서 “그런 사람들이 구체적인 증거를 갖고 떳떳하게 나왔으면 좋겠다. 제가 언제든 답할 용의가 있다”면서 “진실은 저의 결백을 위해 뻗쳐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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