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阿修羅, 혼돈 세계 속 악귀)’가 따로 없다?

<뉴시스>

단순 사망으로 보기엔 ‘글쎄’…정황·증언·증인 등 다수

‘최태민 타살설’·‘박 대통령 5촌 살인사건’ 특검 만지작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국정농단의 핵심당사자 최순실 씨 주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타살설’이 피어오르고 있다. 당초 병사, 사고사 등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민낯이 점차 드러나면서 그간 살아있는 권력의 뒤꼍에 웅크리고 있던 진실이 터져 나오는 것일까. 단순 의혹 제기라고 하기엔 각종 증언과 정황, 개연성이 다분해 보인다. 최 씨의 아버지 ‘최태민 씨’, 최태민 씨의 의붓아들 ‘조순제 씨’,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최측근 사망 사건 등 얘기다.

살인사건에서 살해 동기 중에는 ‘재산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최태민 타살설’ 의혹은 재산 문제에서 비롯된다. 최순실 씨의 이복 오빠 최재석(62)씨는 고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버지인 최태민 씨가 거주하던 서울 역삼동 자택 내 비밀 아지트 금고에는 “수백억대 양도성 예금증서(CD)와 금괴, 서울과 부산 일대에 산재해 있던 1000억 원대 땅문서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버지의 사망 7개월 전인 1993년 10월 ‘그 분에게 재산을 돌려드려야겠다. 그 분(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접어야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아버지에게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 이후 최태민 씨는 죽음을 맞이한다. 최재석 씨는 “아버지가 1000억대 부동산과 금괴 등 전 재산을 박근혜 씨에게 되돌려 주겠다고 했으며, 이를 눈치 챈 누군가에 의해 1994년 4월 중순쯤 독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호주 승계를 한 최순실 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가 1994년 5월 1일 오전 8시 30분에 집에서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만성심부전 악화가 사인이었으며, 이는 최태민 씨가 한 대학병원에서 장기 입원했던 사유였다.

그러나 고발뉴스에 따르면 대학병원의 의료기록 발급 결과 최태민 씨의 병력은 악화되지 않았고, 경쾌한 상태로 퇴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릎 통증으로 외래 진료를 다닌 것 외에는 건강했고, 주목할 점은 그 대학병원이 사망진단서를 교부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잇따른 증언

“최태민, 암매장됐다”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는 이후 최순실의 언니 최순득 씨의 오랜 지인 J호텔 H회장을 알게 됐는데 “H회장은 최태민 씨가 당시 5월 1일에 돌아가시지 않고 4월 18일에 돌아가셨고, 최 씨는 이미 5월 1일 전 용인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산이 있는 경기도 용인 땅에 매장됐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찬경 회장은 ‘미래저축은행 사건’으로 현재 수감 중인데, 이 사람은 최순득 남편인 장석칠과 30년 지기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며 “일단 서둘러 암매장을 해야 해 땅이 필요하다고 (김찬경 회장에게) 부탁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회장은 충청도 동생들 7명을 불러다 작업을 했던 것 같은데 재미있는 건 김찬경 용인 땅을 검색하면 공동 소유자가 최순실 씨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H 회장은 이어 “최순실 씨 등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시신을 역삼동 자택으로 옮겼으며 재산정리가 이뤄진 직후인 5월 1일 사망한 것으로 입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5월 1일 집에서 사망했으면 119나 경찰을 불러야 하는데 이 기자가 박주민 의원실을 통해 경찰청 확인 결과 변사 신고도 안 됐고, 119에도 접수가 안 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석 씨는 최순실 일가의 재산 추적을 위해 지난달 29일 특검에 출석해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특검은 최 씨가 제출한 자료와 1999년 국세청이 만든 최태민 일가의 부동산 조사 자료를 비교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버지 최태민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최재석 씨는 주변인에게 두려움을 호소있는 가운데 최근 미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순제도 타살 의혹

최근 주변인물 또 사망

최재석 씨는 아버지 최태민의 의붓아들인 조순제 씨도 타살됐다고 보고 있다. 조순제 씨는 최태민 일가와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커넥션을 폭로한 소위 ‘조순제 녹취록’을 남긴 인물이다. 그가 녹취록을 남긴 이유는 박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배신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오랫동안 구국봉사단, 영남대학교, 육영재단의 운영에 핵심역할을 했지만, 박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본인을 망설임 없이 모른다고 답한 것에 충격을 받고 녹취록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상대편 후보 검증 작업을 맡았던 정두언 전 의원은 “조순제 씨가 녹취록을 남긴 이후 갖은 협박과 회유가 들어왔다고 했다”며 “내가 대선 지나서 어떻게 지내시나 했더니 돌아가셨다는 얘길 들었다”고 밝혔다. 조순제 씨는 대선 다음날인 2007년 12월 20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순제 씨도 의붓아버지 최태민으로부터 자신의 재산을 박 대통령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는 최재석 씨의 증언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 5촌 살인사건’은 가장 미스터리하다고 주목을 받는 의문사다. 지난달 17일 SBS ‘그것이알고싶다’에서 수년간의 취재 끝에 방송한 바 있다. 당시 방송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편집본이 서버에서 삭제됐다고 알려져 또 다른 미스터리를 낳았다. 편집본은 담당 PD가 저장을 따로 해놓았기에 방송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에는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수행비서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수행비서 주모씨는 수십 년간 박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으며, 5촌 살인사건에 대해 주요 증언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알려졌다.

당초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밝혔던 경찰은 주 씨의 행적 재조사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5촌 살인사건을 특검에 수사 요청하는 등 진실 규명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주 씨가 사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특검은 현재 5촌 살인사건 재수사를 위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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